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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자판귀'

문예준 | 2018-10-12 10:35

누구나 이따금씩,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언제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든가, 하늘에서 돈이 갑자기 툭. 하고 떨어졌으면 한다든가. 그런데 그렇게 말도 안된다고만 생각해왔던 일이, 일시적으로나마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과연 그 유혹을 쉽사리 떨쳐낼 수 있을까?

<2017 네이버 웹툰 최강자전> 우수작, '자판귀'이다.


아이돌 지망생인 도영은 가수를 시켜주겠다는 사장님의 약속만 믿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데뷔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도영 앞에 나타난 낯선 자판기엔 '무의식 중에 가장 원하는 것을 이루어준다' 는 설명이 적혀있다.

자판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이 이상한 자판기의 '이용 시작' 버튼을 누른다. 돈이 필요해서, 반려견을 떠나보내기 싫어서, 혹은 좋아하는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서.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자판귀 이용자들의 결말 또한 다양하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한 사람도 있는 반면, 제한 시간 안에 '이용 마침' 버튼을 누르지 않은 사람들은 자판기가 미리 경고했던 대가를 치룬다. 

 

 


작가는 가족간의 정, 도플갱어, SNS 등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자유롭게 넘나 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매달 주제가 새롭게 바뀌니 독자들이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다. 뿐만 아니라 깔끔한 작화와 3-4주 안에 사건의 기승전결도 모두 담겨 있다는 탄탄한 완성도도 작품의 인기에 한 몫 한다. 


그런데 가장 재밌는 건,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것을 얻었음에도 행복하지 않은 인물들의 모습이다(물론 해피엔딩도 있다). 자판귀가 준 시간을 인생을 변화하는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욕심에 눈이 멀어 결국 목숨마저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나온다. 자판귀를 알기 전보다 더 나락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불러오는 파장이 새삼 다시 무서워진다. 비록 현실에는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존재하는 '자판귀'라는 존재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삶,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단순한 에피소드를 넘어 너무나도 많은 삶의 무게를 담고 있는, 윤정민 작가의 신작, '자판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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