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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고수들, 무협·코믹·19금의 쉽지 않은 조화

박성원 | 2018-10-24 16:40

'협행마'라는 스토리 작가의 필명을 확인했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익숙한 이름이었거든요. 그것도 제법 예전에, 한때 무협소설로 유명했던 모 소설 플랫폼에서 꽤 자주 접했던 작가였습니다. 이제와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당시에도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던가 하는 소개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오랜 무협소설 독자인 필자에게는 '무협 작가'로만 남아있는 필명인지라 웹툰, 그것도 탑툰의 성인 웹툰에서 스토리 작가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사실 '섹시한 고수들'이라는 제목에서 무협이라는 장르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크게 모나거나 잘못된 제목은 아닌데, 적어도 무협스럽지는 않죠. 그런데 의외로 이 작품은 성인물이고 개그물이면서 동시에 제법 '무협적'입니다. 무협의 소재와 플롯을 도구적으로 사용하고, 무협에 전혀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도, 저처럼 무협 장르팬들에게는 익숙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협행마 작가의 오랜 내공에 힘입은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줄거리 라고 할 만한 것은 크게 소개할 부분이 없습니다. 주인공 '주자성'은 무림의 해결사로 이런저런 의뢰를 받아 살아가는 남자이고요. 배경이 아주 고전 무협스러운데 과거에 멸문당한 문파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젊은 나이에 비하면 엄청난 고수입니다. 소위 먼치킨이죠. 여기서 성인물을 표방하는 무협 웹툰답게 주자성의 무공적 배경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글로 길게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단순히 장풍과 빛나는 검을 휘두르는 대신에 그가 익힌 무공은 상당수가 여자들... 그러니까 섹스와 관련이 있어요. 활자로 된 19금 매체 중에서 상당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예의 '떡협지'에서 설정을 빌려왔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주자성은 해결사이고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립니다. 해결사 내지는 그 비슷한 단체라는 건 상당히 편리한 설정이에요. 계속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자연스러운 동기와 개연성을 제공하니까요. 이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쉬지 않고 벌어지는 사건들은 사실 도구적인 설정에 가깝습니다. 주자성이 무림의 여협들, 기루의 기녀들과 엮이며 그렇고 그런 짓들을 벌이기 위한 장치들이죠. 그러니까 내용 자체에는 크게 기대할 게 없습니다.




성인물로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꽤 많은 여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소란스러운 사건들 속에서 나름대로 개성을 잘 살렸고, 편의적인 전개와 설정에 의존하고 있지만 맺고 끊음도 명확한 편입니다. 작화는 솔직히 말해 고퀄리티 라고 칭찬하기는 어려운데 보다 보면 그런대로 괜찮은 듯 싶어요.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행위 묘사는 전반적인 작화 퀄리티에 비하면 준수한 편입니다.




내용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데 뭐가 무협스럽냐고 하면 그 도구적 설정들을 대부분 무협에서 빌려왔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무공부터 시작해서 벌어지는 사건들 하나하나가 고전 구무협 내지는 떡협지에서 정말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에요. 이러한 장르적 차용이 무협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을 테고, 저 같은 기성 무협팬 독자로서는 사건 자체는 익숙하지만 장르의 융화(?)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탑툰에서 성인 웹툰을 즐기는 보편적인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소재의 성인 웹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맞을 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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