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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만화방 - 오래된 출판만화의 감수성을 기억하시나요?

namu | 2015-08-25 11:27

 

 

 

주인공 한해밀은 원래 평범한 계약직 직장인이었다. 해외 바이어 접대 장소를 예약해 놓는 업무를 바쁘다는 이유로 다소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내 여직원에게 맡긴 뒤 확인을 하지 않은 초보적인 실수로 인해 수출 계약은 무산이 되고 해밀은 그렇게 직장을 잃고 만다. 일을 맡긴 사내 여직원의 실수라고 얘기하라는 동료들의 말에도 “아니야 내 잘못인데 뭘..”이라고 순순히 수긍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이답지 않은 포옹력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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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녀는 4년 동안 재취업에 실패하고 자주 가던 백조 만화방이 문을 닫은 것을 확인. 만화방에 선금으로 주었던 6400원을 받아내겠다고 다짐을 하던 찰나 만화방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 백조 만화방에서는 건너편 최신식 만화방을 의식, 젊고 예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게 되면서 해밀은 만화방에 취직을 하게 된다.

 

만화방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은 만화방 사장님의 아들 천선일, 그는 바로 밑에 층에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매출을 위해 젊은 여성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는 설정과 만화방 사장님의 아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흘러간 옛 청춘만화에 자주 등장하던 하숙집 딸내미에게 연정을 느끼던 콘셉트처럼 클래식하다.

 

선일은 아버지가 만화방을 그만두길 원하지만 30년간 만화방으로 아들 뒷바라지를 해온 아버지의 고집은 완강하다. 이번만 도와드리는 겁니다. 하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것은 다름 아닌 선일. 그는 만화방에 자주 올라와 해밀에게 이것저것 말도 걸고 친근하게 대해주며 둘은 라면 끓여 먹는 사이까지 된다. 해밀이 가지고 있는 만화방 아들에 대한 호감을 기본으로 해밀은 그냥 시간 때우는 아르바이트생에서 좀 더 신경 써서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구석구석 묵은 때를 닦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해밀은 만화방에 있던 오래된 만화 황미나의 ‘이 씨네 가족들' 을 발견하게 되고, 이로써 그녀는 이 만화책에서 ‘힐링'을 받게 되고 이 만화를 계기로 선일과 좀 더 개인적인 얘기도 하며 호감을 쌓아 나간다.

 

타이밍 나쁘게 파리만 날리는 만화방을 살리고 싶어 하는 사장님이 쓰러지시고, 해밀은 취업보단 이 오래된 만화방을 살려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한다. 건너편 최신식 만화방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오래된 만화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힐링 만화'라는 개념을 대입하고 전단지도 돌리고 가게 홍보도 하고 카운터도 보고 청소도 하면서 혼자 1인 4역을 한다. 취업난과 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만화를 추천해주고 사람들은 그 옛 만화 속에서 위안을 얻고 희망과 용기를 얻어 간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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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전개에 대해 매끄럽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 과거 청춘만화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오히려 어색하지 않다.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의 스토리는 충분히 공감을 살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고 힐링 만화라고 ‘추천' 해준 책들은 1~20대 독자에게는 오래된 한국만화를 소개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3~40대 독자들에게는 오래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만화의 전체적인 화풍은 클래식한 느낌이 있지만 스토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현대적으로 각색된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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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유행하던 병아리 배경 스크린 톤을 기억하시는지)

 

 

그림에 대해서는 언밸런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느낌이랄까. 클래식한 화풍과 파스텔 톤 채색이 별로 서로 어우러져 보이지 않기 때문도 있다. 그림 그리는 작가님은 예전 출판 만화 시대 작업에 익숙하신 느낌이고 채색하시는 작가님은 너무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좀 더 자연스러운 그림을 위해서는 두 작가님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도 매력이라면 매력 일수 있지만, 필자는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든다.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신 만화책방 사장님을 대신하여 백조는 만화책방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또 백조는 자신의 삶을 어떤 식으로 건설해 나갈 것인지. 이 오래된 옛 출판만화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이 청춘만화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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