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판타지에 목마른 독자들을 위하여, 판타지 웹툰 3편을 추천합니다
1. 아메리카노 엑소더스
- 여장 미소년의 귀여움을 즐기는 판타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입니다. 물론 잘생긴 10대 중후반의 소년(으로 짐작되는)인 주인공이, 마법으로 12살 정도의 깜찍한 소녀로 변신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단순히 여장을 위한 여장은 절대 아닙니다. 표면적으로는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고정된 귀여운 마법사들이 왁자지껄 소란을 벌이며 판타지 세계와 현실세계를 오가며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지만, 그 저변에 깔려있는 이면의 법칙은 어둡고 음습합니다. 그 불온한 세계의 핵에서 위태롭게 마법사의 의무를 다하는 주인공 아멜, 그러나 “엑소더스”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일상 같지 않은 일상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2.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
- 진부한 제목, 뻔한 것 같은 초반 에피소드에 이 웹툰을 넘긴다면 판타지 팬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크나큰 실수입니다. 전통적인 판타지 장르가 약세를 보이는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장르 만화를 공짜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중세 즈음의 시대를 배경으로, 판타지 소재가 녹아 있으면서도, 현실성과 치밀함이 돋보이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을 적극 활용한 정치적 암투, 세계사적 음모, 마법사와 검사의 야망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담백하고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인물과, 아마 장르를 넘어 우리나라 웹툰 전체에서 손꼽힐 만한 세밀한 전투 묘사 또한 빼놓을 수 없겠지요.
3. 바람이 머무는 난
- 세계사적 흐름에 원치 않게 휘말린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 정도일까요. 주인공 레아나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지상에 남은 마지막용 “카이락”에게 선택받아 특별한 힘과 지위를 얻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일상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박살나고 말지요. 마지막 남은 용에게서 권력을 탐하는 무리들이 그녀를 쫓고, 여정을 떠난 소녀는 그 험난한 길에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성장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서정적이면서도 판타지 본연의 재미에 충실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