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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의 낙원 - 인스턴트한 일본 미스테리 만화

박성원 | 2016-09-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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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입니다.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텐데, 레진코믹스는 일본 만화도 서비스하고 있어요.

가격이 특별히 저렴하거나 비싸지는 않은 것 같은데, 사실 만화라는 서비스의 가격에 대해 일반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컨센서스를 생각하면, ‘레진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면 메리트가 많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장르든 간에, 특히 장르 앞에 작품의 국적을 추가하면 더욱 그런데, 어떤 클리셰 같은 게 있습니다. 클리셰의 사전적 정의보다는 조금 더 확장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데, 개성이나 특징 같은 표현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요. 클리셰와 개성의 중간 어디쯤일까, 한국 드라마를 예로 설명할 것 같으면, 꼭 뻔한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아니더라도, 장르가 낯선 종류라고 해도, 한국 드라마에서 익히 느낄 수 있는 그런 테이스트가 있지요. 창작가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정서나 창작 기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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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호러 장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매체는 불문하고요. 미스터리 소설, 미스터리 만화, 미스터리 영화, 매체는 뭐든지 상관없지요. 일본의 미스터리 장르를 많이 접한 독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중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몇 가지 언급하자면, 미스터리치고도 극단적인 상황 설정, 근본을 알 수 없는 불합리한 인간에 대한 악의,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악의들의 행동. 뭐 이 정도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일본 미스터리를 질색한다는 분들도 여러 번 만나 봤습니다. 물론 저는 일본 미스터리 장르의 상당한 팬입니다. 이런 특징들도 좋아해마지 않지요.

 

 

‘감옥의 낙원’은, 굳이 분류하자면 호러/미스터리 장르의 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설명한 테이스트를 좀 자극적으로, 대책 없이 밀어 넣은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것 같은, 터무니없는 규모의 범죄를 작품에 넣고 싶으면, 그냥 타협할 부분은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허구의 이야기니까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독자들은 데스노트에 등장하는 죽음의 공책이나 사신의 존재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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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스노트가 주인공의 손에 들어가고, 사용됨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과 그 파급 효과 - 공권력의 대응이라든지 - 같은 건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충 이런 차이인데, ‘감옥의 낙원’에서는 굳이 또 뭔가 현실을 반영하려고 하는 그런 불필요한 노력이 눈에 밟힙니다. 차라리 대놓고 현실성을 무시하면 또 모르겠는데, 이도저도 아니라서 독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준다고 할까요.

 

이런 사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감옥의 낙원은 일본 판타지-미스터리의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공(물론 여고생입니다)은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는데, 눈을 뜨고 나니 폐쇄된 공간에 수십 명의 젊은 여자들이 주인공과 같은 처지입니다. 장르적 법칙에 따라 화려한 장기자랑이 이어지고, 납치 피해자들은 살기 위해 도망치지만, 거대한 공간에는 죽음만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이 납치된 사이, 밖에 있는, 분명 평범해 보였던 주인공의 친구들은 - 마찬가지로 여고생 - 놀라운 정체와 능력을 하나둘 밝히며 그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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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장르적 특징에 큰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 아니라면, 그런 특징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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