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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의 기묘한 이야기 - 11번가를 찾아오는 판타지, 호러, 그리고 추리까지

박성원 | 2016-09-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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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라는 어감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모 인터넷 쇼핑몰의 영향으로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번지수 중에 가장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추리 매체에서 선호될 것 같은 느낌이죠. ‘11번가의 기묘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일단은 큰 틀에서 추리물을 빌려온 웹툰이에요.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림체만 봐도 대충 짐작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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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크게 두 명입니다. 제일 표준적인 구도인데, 소녀 탐정 ‘알렉산더 포우’와 그녀를 보필하는 남자 보조 ‘쿼터 왓슨’이에요. 소녀 탐정이나 보조나 평범한 인물들은 아닙니다.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좀 그렇겠지만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식 사건에 포우와 관련된 비밀이 관통하는 구조입니다.

 

옴니버스식 추리 만화에서 내용을 늘어놓아 봤자 큰 의미가 없죠. 독자들에게도 무례한 스포일러가 될 뿐이고요. 그러니까 ‘11번가의 기묘한 이야기’의 몇 가지 특징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상술했듯 본격적인 추리물은 아니에요. 보통 2~3편 내외에서 사건 하나가 완결되는데 추리가 진지하기는 좀 힘들겠죠. 그런 밀도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뿐더러, ‘11번가’를 읽는 독자들이 원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작가와 독자의 두뇌 싸움이라는 전통적인 쾌감을 원하시는 분들은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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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인 요소가 대폭 개입된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추리물이라는 게 워낙 장르 안에서 무수한 갈래가 있다 보니 크게 특이한 일은 아닌데요. 근세풍의 유럽에 ‘마물’이라 불리는 괴물들이 등장하는데, 세계관에서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마주하는 괴물은 아닙니다. 마물보다는 악몽 속에 등장하는 정체 모를 존재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악마라는 존재와 그리 엄밀하지 못한 추리라는 특징이 더해져 연출이 상당히 과격해요. 그림체가 화사하고 인물 묘사도 소위 일본식에 가깝게 귀여운 편이지만, 그와는 대조되게 피가 튀고 사람이 죽는 형태도 꽤 잔인한 편입니다. 이 대조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밝고 해사한 방 안에서 사람이 통째로 잡아먹히고 수집된 내장이 번들거리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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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초반에는 전개가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아마 처음 만화를 펼친 독자 분들도 그럴 텐데, 중반으로 가면 많이 나아지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발전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죠.

 

결론적으로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고, 몸개그나 옴니버스로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치고는 떡밥 회수도 깔끔하게 된 편이고요. 취향에 맞는 분들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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