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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속에 숨다 - 동화 속 세계와 소녀들의 애정

박성원 | 2016-08-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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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쓰기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장르가 장르인 만큼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백합 팬이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고, 말하자면 마법 세계에서의 일상인데, 이 마법 세계라는 곳이 꽤 추상적이거든요. 그래서 내용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특징을 몇 가지 언급하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세계관을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사실 저는 복잡한 설정이나 트릭, 세계의 비밀, 뭐 이런 건 별로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에요. 그래서 어려운 떡밥을 파고드는 그런 건 잘못하고, 간단하게 느낀 점이 어떤가 하면, 꽤나 동화 같은 낭만적인 세계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인지,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인지, 아니면 해리포터의 마법사 사회처럼 현실의 이면인지 그런 건 아직 알 수가 없어요. 다만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요. 설명과 묘사를 보면, 모든 꽃과 나무에 마법이 깃들여 있는, 식물에 비유하면 좋을 것 같은 신비로운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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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거의 모두가 십대의 소녀들이에요. 지금까지 이 세계의 주민 중에 남자라고는 선생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소녀들은 모두(대부분?) 마법을 배우는데, 향기와 향을 부리는 ‘향수과’, 빛을 훔치고 빛을 낼 수 있는 ‘랜턴과’,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약초를 다루는 ‘약초과’로 나뉩니다. 마법 세계의 직업분류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아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세계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이질적인 특징과 인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작중에서 언급된 것을 보면, 곤충들은 거의 모두 멸종되었고, 평범한 식칼조차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빌려줄 수 없습니다. 개인이 소유하는 건 더 힘들어 보이고요. 이런 것들이 일종의 단서가 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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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은 향수과의 ‘바넬라’입니다. 그녀는 옅은 금발에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는 조용한 성격의 소녀에요. 바넬라는 램프과의 ‘키아라’를 대놓고 좋아합니다. 물론 작품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고백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키아라는 풀무 앞에서 거침없이 망치를 두들기는 성숙한 외모의 소녀입니다.

 

바넬라에게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 세계에서는 여자들끼리의 동성애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여자애들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지요. 하여튼 소녀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사회적 편견 같은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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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인물과 세계관 소개 다음에는, 앞서 언급했듯 사실 내용이라고 할 만한 건 많지 않습니다.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 들어가서 불로장생의 약을 만드는 마법의 돌, 비밀스러운 방 안에 숨겨져 있는 무시무시한 뱀, 악명 높은 감옥에서 탈출한 살인마 같은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면 아마 비슷할 것 같아요. 물론 하다못해 현실의 학창생활을 다루는 소설도 무수히 많은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소녀들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배우며 일상을 누리고 있으니 머글 감상자로서는 참 곤란한 처지입니다. 그들이 배우고 누리는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다만 스토리에 대해 조금 더 짚고 넘어가자면, 메인 테마는 역시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 바넬라와 키아라 뿐만 아니라 여러 여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겠는데, 단지 일상과 사랑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에요. 1부가 끝나는 시점에서 뭔가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거든요. 수채화풍으로 묘사되고 있는, 풋풋한 소녀들이 사랑을 주고받으며 큰 고민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동화 속 세계의 어두운 면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후속 분량을 더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소녀들의 우정 이상의 감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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