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예찬 - 마스크 아래의 그 얼굴
소녀, <예찬>. 그녀는 특별하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인연은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에는 충분했고, 마치 앨리스에게 다가온 시계토끼처럼 필연으로 이어지기에는 충분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그녀는 타인의 얼굴을 똑바로 본 적이 없다. 어릴 적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눈코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시꺼멓게 드리워진 검정의 흔적. 그것은 그녀가 보는 얼굴의 전부였다. 순수했던 시절에는 몰랐던 것. 그것은 그녀가 성장해가면서 스멀스멀 정체를 드러냈다.
타인의 속마음. 그녀가 얼굴을 대신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 사람이 속에 지니고 있는 마음이었다. 그것도 불확실한 형태가 아닌 타이핑이라도 해둔 것처럼 또박또박, 그 사람의 얼굴 위로 적히는 마음은 어느 하나 긍정적인 것이 없었다. 늘 부정적인, 누군가를 불쾌하게 여기는 마음. 속으로 썩어 들어가는 모든 문장들은 그녀에게는 꺼림칙함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몇몇 사람들은 그녀를 테스트하기까지 한다. 아마도 그녀들은 자신들의 속셈이 고스란히 바깥으로 보이는 것을 모르겠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에게 그것은 무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 여자, 그 남자를 만났다.
새하얀 얼굴, 또렷한 눈코입. 남자는 타인의 안개 낀 얼굴따위야 아무래도 좋다는 양 태연하게 자신의 얼굴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의아함. 맨 처음 그녀가 가지는 감정은 그것이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풍경, 그리고 시야.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발견한 양 드러난 그의 얼굴은 여태껏 남을 피해서,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보는 시선마저 차단하듯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며 살아온 그녀에게는 새로운 의미일 것이다.
그녀는 자립적으로 하여금 늘 외따로인 순간을 보냈다. 그리고 불현 듯 나타난 그, 그는 그녀에게 꽤 큰 파동을 안겨줄 것이다. 타인의 얼굴을 통해 속마음을 본다는 상상도 못한 능력을 통해 얽혀가는 그녀와 그. 앨리스가 토끼 굴로 떨어져 전혀 모르는 새로운 원더랜드를 보았던 것처럼 소녀 <예찬>에게도 예찬(禮讚)할 인생사가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