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가 나타났다. - 기묘하고 잘생긴 초록색 그것의 등장
<신도형>. 그녀는 지극히도 평범한 여대생이다. 다만 특별한 것이라면 열성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호탕하다 못해 독특하기까지 한 성격이랄까.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상대팀이 진 것을 비웃으며 SNS에 글을 올리게 되고 답변으로 난생 처음 들어보는, 그러나 묘하게 기분 나쁜 한 단어를 듣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것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녀에게 그런 버라이어티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에 나간 그녀는 완벽하게 자신의 이상형인 남자를 만나지만 그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야구팀의 팬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실망해 돌아온다. 그러던 길에 마주한 초록색의 알수 없는 생물체. 그것은 대뜸 그녀에게 결혼해달라며 프로포즈를 한다.
그것의 정체는 놀랍게도 매생이였다. 그래. 우리가 아는 그 매생이가 맞다. 죽으로도 만들어먹고, 전으로도 먹는 매생이. 그는 조상에게 인간의 피가 섞였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인간 신부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채 내려왔다가 우연히 그녀의 말, 이번에도 실패하면 매생이가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말을 듣고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습이 아니면 안 된다는 그녀의 단호한 말. 그 말에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모습을 너무나도 훈훈한, 매력적인 꽃미남으로 변신시킨다. 그 누가 그를 매생이라고 믿을까. 매생이라고 하기에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 그렇게 시작된 둘의 관계는 유쾌함을 품은 채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