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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큐브] 지구에서(2015)

잠뿌리 | 2016-09-06 00:00


* 지구에서 (2015) *


[웹툰 리뷰]지구에서 - 이호 Brunch


http://www.bookcube.com/webtoon/detail.asp?webtoon_num=150027


2015년에 코믹 큐브에서 스튜디오 질풍 소속 이호 작가가 글, 유지엔/유은경 작가의 Team Brunch가 그림을 맡아 연재를 시작해 2015년 11월을 기준으로 16화까지 올라온 SF 가족 만화.


내용은 먼 옛날 환웅이 외계 행성에서 다 죽어가던 호랑이 일족을 데리고 지구에 왔지만 지구 적응에 실패해 그들을 버리고 지구를 떠나고, 우사가 거두어 3가지 보패 중 2개를 가지고 호랑이 일족을 번영시켜 현대에 이르러 거대 재벌 TR그룹으로 성장시킨 가운데, 3가지 보패 중 마지막 하나가 있는 곳이 광주란 정보를 입수한 풍백의 후예 일가족이 보패를 찾으러 광주로 이사를 갔다가 이미 먼저 광주에 터를 잡고 레저 타운 건설을 하면서 마지막 보패를 노리는 TR그룹과 그 배후 조종자인 우사와 대립하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외계인 가족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는데. 사실 단군 신화에서 따온 건 이름 정도다. 환웅, 풍백, 우사 등이 나오는데 그 이외에 다른 외계인은 영어 이름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우사의 직속 부하인 벤다르 같은 경우)


주인공 가족은 엄마, 아빠, 쌍둥이 남매(장녀/차남), 셋째, 막내 이렇게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만 보면 가족 중심의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실제 본편은 그렇지가 않다. 가족 중 이름이 명확히 나온 건 쌍둥이 남매(도지원/도지윤) 밖에 없고, 나머지는 작중에 이름조차 언급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각 캐릭터의 소개 같은 것도 일절 없다.


보통, 가족물이라고 하면 가족 중 누군가 주인공 포지션으로 나온다. 그래야 주인공 관점에서 자기 가족을 보면서 스토리를 풀어 나가면서 서로를 깊이 알아가고 이해해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이게 가족물의 왕도적 전개라고 할 수 있는데 본작은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다. 가족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다 보니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따로 진행해 시점이 부산스럽다.


수상한 가족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작중에 나와서 하는 일은 ‘보패를 찾아야 해!’ 이것 밖에 없다.


학교나 일상에서 어떤 헤프닝이 벌어져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보패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이 있고 그 과정에서 적대 세력과 충돌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사실 가족 설정 자체가 희미하게 보인다. (심지어 프롤로그에선 가족 구성원으로 소개된 개는 본편에선 거의 안 나온다)


딱 보고 ‘아, 이 녀석들은 한 가족이구나.’ 이런 느낌보다는, 그냥 각기 다른 캐릭터가 모여서 한 지붕 아래 산다는 느낌만 준다.


보패를 찾는 것도 단순히 ‘광주에 보패가 있다!’란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이사를 와서 아무런 단서도 없이 ‘찾아야 해. 찾아야 해’ 이러는 상황이라 완전 한양 가서 김서방 찾기가 따로 없어 극 전개 자체가 막막하다. 다르게 비유하면 바다 한 가운 데 위, 망망대해에서 지도 없이 보물섬 찾기랄까. 


애초에 배경 설정은 이것저것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그걸 제대로 풀어 놓지 않는다. 작중 인물들은 어떤 일에 대해서 뭔가를 아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하거나 리액션을 선보이는데 그게 뭔지 독자들로선 전혀 알 길이 없다.


쉽게 말하자면, 작중 캐릭터들이 자기들끼리 아는 걸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내용 이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어서 독자한테 불친절하다.


주인공 가족이 외계인으로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 전투력부터 시작해 세력 크기까지 악당이 워낙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어 주인공 가족이 뭔가 폼은 엄청 잡는데 털리는 것만 줄창 나와서 답답한 구석도 있다. (특히 아빠가 완전 안습이다. 겉보기엔 싸움 엄청 잘하게 생겼는데 나왔다하면 털리기 바쁘니..)


개그 같은 경우는 본작의 개그 스타일이 오바 개그라서 과장된 리액션을 통해 억지로 웃기려는 경향이 보여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이 개그가 웃겼을까?’ 이걸 고민할 게 아니라, ‘이 개그가 자연스러웠을까?’ 이걸 고민해야 할 단계다. 어떻게든 웃기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의욕에 앞서 무리하게 던진 개그는 안 한 것만 못하다.


작화는 작화가 한 명이 아니라 2인 1조의 팀이고 어시스턴트가 무려 3명이나 붙어 있어서 배경을 간결하게 그리는 법이 없이 항상 컷에 꽉 차게 그리고 채색도 무난한 게 안정적이다.


다만, 연출적인 부분에서 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투가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데 그에 비해 박력이 부족하다. 이펙트가 화려한 것도, 공방의 치열함이나 피격 전후의 타격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액션 보는 맛은 없다.


결론은 평작. 작화적인 부분에서는 작화 투입 인원이 많은 만큼 배경, 컬러에 안정감은 있는데 액션 연출이 떨어지는 게 좀 아쉽고, 스토리적인 부분은 단군 신화 모티브의 외계인 가족 이야기란 소재가 흥미를 끌지만 가족 캐릭터가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본편 내용은 가족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데다가, 중심을 잡아줘야 할 주인공의 부재로 인해 스토리가 흔들리며, 최소한의 배경 설명 없이 작중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알고 행동해 보는 독자로선 내용 이해가 어려울 때가 있는데 오바 개그에만 너무 열을 올리는 작품이다.


개그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스토리 정리와 중심 잡기, 내용 전달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그리고 가족물만큼 테마가 명확한 소재도 드문데 가족물로서의 밀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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