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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2 모두의 추억 - 붉은 악마의 함성이 들린다

위성 | 2015-09-03 23:47

 

 

 

2002년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국민들이라도 그 때만큼은 모두가 티비 앞에서, 광장에서,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을 외치며 땀과 눈물을 흘렸다.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말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다 같이 교복에 빨간 티를 맞춰 입고 등교를 했었다. 선생님 또한 그 열기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수업시간과 겹친 경기시간에 티비를 켜 주었다. 거기까지는 들리지도 않을 텐데 어찌나 목청을 높여 응원가를 불렀던지 목이 쉬어 한동안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멋도 모르고 소리를 높였던 우리와 달리 대표팀의 부담감을 말로 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홍명보였다. 어쩐지 슬퍼 보이는 그 눈매가 우리 아버지의 것과 꼭 닮아 있기도 했고, 황선홍과 함께 팀을 든든하게 만드는 맏형이라는 점에서도 그랬다. 무엇보다 그가 뿜어내는 포스는 주위를 압도하는 뭔가가 있어서 나에게는 스포츠맨이라기보다는 스포츠 스타로 기억되고 있는 이들 중 하나였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장면 중 하나가 스페인과의 승부차기 후 두 팔을 벌리며 환하게 뛰어오는 모습일 정도다. 하지만 십대의 기억에 머물러 있던 스포츠 스타는 '모두의 추억'에서 선수 그 자체로서의 그를 보게 한다.

물론, 이건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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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한민국을 5-0으로 완패하게 했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시작한다. 방송을 내보내던 이경규의 눈물과 함께. 차범근 감독은 네덜란드 전이 끝난 뒤 해임되었고, 최후의 카드로 선택한 것이 거스 히딩크였다. 98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를 이끌던 수장 말이다. 작가는 여기에 곧 이어, 선수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내면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경기에만 환호하던 우리를 눈물짓게 만든다. 그 때와는 또 다른 의미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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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학연, 지연, 혈연에 압력을 받아왔던 한국감독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며 팀을 꾸린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드라마는 정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모두의 추억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했기 때문일까. 그들의 영광이 또한 내 십대시절 한 편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결말을 알면 재미없는 영화와 달리, 이 웹툰은 한 장 한 장을 정성스레 넘기는데도 지루함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표정이 캐릭터의 얼굴들과 겹칠 때 괜히 반갑고 슬프고 먹먹해지는 것이다. 어느 경기가 몇대 몇이었다는 것도, 우리가 몇 강에서야 멈추게 된다는 것도 알지만, 웹툰으로 보는 2002년의 시간들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나의 추억에 지금을 더한다.

 

초반 오대빵 감독으로 불리며 경기에서 연패행진을 하던 히딩크는 결국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룩하며 온 국민들에게 영웅적인 존재로 각인된다. 하지만 ‘모두의 추억’은 단지 영웅적인 히딩크의 모습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선수들의 고뇌와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함께 보여주며 생생한 통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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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에는 나오지 않지만 터키와의 3,4위 전을 끝낸 뒤 홍명보와 황선홍의 불화를 적으려던 한 기자가, 복도에서 우연히 들었다는 대화가 있다. 황선홍의 뒤를 따라 걷던 홍명보가 미안하다며 발걸음을 멈추자, 황선홍이 말없이 그를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홍명보가 그에게 하려던 말은 이런 것이었다.

 

"미안하다. 정말 너한테 3위를 안겨주고 싶었어. 정말 미안하다."

 

 모두가 최고의 성적을 내고 기뻐하고 있었을 때, 두 노장은 그 이상의 꿈을 놓지 않고 뒤돌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히딩크가 다가가 둘을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Guys, you did good job."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다.

 

 No pain, no gain이라고 했던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큰 법이다. 대단한 꿈도 없이, 대단한 노력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와 닿지 않을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한 사람도 아닌 온 국민이 염원하는 거대한 꿈의 주체가 되어 고통을 감내했다. 온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웠다. 우리가 그들을 태극전사라 불렀던 것을 기억하는지? 그렇다면 다시금 ‘모두의 추억’을 통해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마음 속 깊이 대-한-민국-을 외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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