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치 - 작품에 숨을 불어 넣다
그림이 생명력을 가지는 세계에서 화공 와치가 그림 조각 단서들을 모아 스승님을 찾아가는 이야기, 와치.
화공에 관한 이야기여서일까.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림들이 매 회, 하얀 모니터 위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이 지금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와치 그 자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 웹툰 속에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글씨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와치를 보면서 느낀 첫 번째가 바로 그것이었다. 글씨 또한 창속에 들어가는 그림이라는 것. 이야기를 전해주는 매개체로써의 ‘글자’는 그 서체에 따라 감성이 굉장히 풍부해졌다가, 메말라졌다가 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같은 이야기를 해도 어떤 어투와 어조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느낌이 전혀 달라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와치는 페이지 위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 그러니까 이야기를 비롯하여, 그림, 문자, 색감, 질감 등이 모두 예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어휘 하나, 하나까지도 세심한 손길을 통해 선택된 말들이며, 그림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어서인지 전통색상표에 나오는 단어들로 색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담청색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게다가 말씨조차 정성스러우니 어찌 이 웹툰을 그저 만화라고 부를까. 우리가 ‘최고’라는 말을 하기 위해 종종 쓰는 표현인 ‘예술이다.’라는 표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정말 작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걱정된다. 이렇게 만들려면 손목이 남아날까. 눈이 빠질 것 같을 텐데 눈 영양제라도 한 통 사다 드려야 하나. 작가님 허리는 괜찮으실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이민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이 웹툰은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찾아가는 여정도 꽤나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려고 한다.
웹툰 와치에서 그림은 현실의 경계를 그려낸다. 그러니까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말이다. 그 사이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색채는
다른 판타지 웹툰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화려하고 강하지가 않다. 그런 면에서 수묵화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이 또한 천재적인 선택, 혹은 본능적인 선택이 아닐까 한다. 흑과 백으로만 세계를 표현하면서 그 색채 또한 묽기와 농도로 조절하는 수묵화보다 이 이야기에 더 어울리는 기법이 있을까.
이 웹툰을 보면서 내가 쓰는 글이 얼마나 쉬이 쓰여 졌는가를 생각했다. 시대물을 쓰면서도 당시의 말투와 어투, 그 시절의 단어들과 분위기를 이토록 생생하게 써내지 못한 나를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소개글에 의하면 와치는 잿물을 덮지 않은 질그릇 잔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일까. 작중에는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잔을 보여준다. 원하는 색을 찾기 위해 그 안에서 물이 어느 정도의 농도로 말라가는지를 보고 싶은 것일까. 그 안에 있는 물감이 제 때를 찾으면 그것으로 그린 그림은 어떠한 색일까, 작가는 그 색으로 어떠한 세계를 그리고자 하는 것일까. 본디 질그릇은 인위적으로 색을 내기 위해 잿물을 잘 입히지 않는다 하니,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를 표현하고 싶엇던 것일까.
아마 이 이야기의 끝에는 모든 물음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