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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일간의 유예 - 이유있는 그의 거부

위성 | 2016-07-14 07:25

 

 

 

로맨스 스릴러라. 장르부터가 벌써 제대로 여성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셈이다. 여자라면 모두 순정만화에 끔뻑 죽는 줄 알지만, 의외로 거기에 다른 장르가 믹스된 것을 더 좋아한다는 말씀. 특히나 달달한 로맨스에 짜릿한 스릴러라니. 환상의 조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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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 같지만 가상의 세계이다. 현대이면서도 조금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340일 간의 유예는 다종 국제사회로써 한 가지 이상의 뚜렷한 특성이나 능력의 두각을 나타내며 DNA분자 구조에 특유의 개성이 인정되어 생물적으로 구분되는 인간의 무리를 종이라 정의한다. 이 세계에서는 동물을 세분화하여 그 중의 하나를 포유류 하위 개체인 인간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또 다른 소 분류를 가진다.

 

총 120여 개 이상의 종이 존재하는 가상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안에는 운명의 상대를 타고나 그들과 사랑하며 살아가는 종족과 사랑을 할 수 없는 종족이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모두들 눈치 챘겠지만, 이 웹툰은 바로 그 사이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해서는 안 될 사랑, 어쩌면 종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것이니 금기를 깨는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그림은 예쁘지만 어딘가 다소 평범한 듯하다. 그에 비해 이야기는 너무나 독창적이고. 그것이 이 웹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상처럼 느껴지는 판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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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 웹툰은 린과 도성의 로맨스를 그리면서 동시에 연쇄 살인 사건을 함께 끌고 간다. 이런 스토리의 경우 이야기가 쳐지거나 질질 끌다가 전반적인 흐름이 늘어지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떨어지고 결국 독자들도 함께 떨어져 나가고 마는데 340일간의 유예의 작가는 참 똑똑하게도 스피디하게 진행하면서도 복잡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다. 많은 스릴러 물이 추리나 유추를 필요로 하는 반면에 이 웹툰은 세계관 설정 이외에는 그렇게 어려운 장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해해야 할 개념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스릴러가 복잡해지면 분명 지루해졌을 법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 풀어낸 것이다.

 

인물들을 보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르게 성격이나 특징 등의 반전이 있어 이야기의 매력을 더한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작가가 그림을 평범하게 그렸던 것은 다분히 계산적인 이유에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왜냐하면 그 때문에 인물이나 이야기에 부담을 갖지 않고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더 이상의 스포나 정보를 제공하기는 힘들지만, 예로 한 가지를 들자면 바로 남자 주인공인 도성의 눈동자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동공과 홍채가 모두 살아 있는 것 같은 푸른빛의 눈동자는 분명 작가가 일부러 힘을 주어 그린 것이 분명하다. 회색이 얼핏 섞인 듯한 그 푸른 눈은 왜인지 구름 낀 하늘을 떠올리게 만든다. 구름이 걷히고 나면 분명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건 나만의 착각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시크하다기엔 좀 까칠하기까지 한 주인공 도성과 착하고 순수한 여자 린의 사랑, 그리고 연쇄 살인의 결말을 완전히 보기 위해서는 좀 진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떡밥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그 떡밥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정주행을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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