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브랜드 웹툰 초기의 시행착오
판타지 소설 ‘반지의제왕’ 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겠지만, 고전 명작들이 흔히 그렇듯 완독(玩讀)한 독자는 드물 것 같다. 한국식 판타지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더욱 그렇다. 필자가 직접 시도(?)한 결과, 한국의 판타지 독자들이 생각하는 ‘모험과 여행’ 이라기보다는 ‘중간계 탐험기’ 에 가깝기 때문에, 예상 외로 지루할 수가 있다.
웹툰 ‘반지의 제왕’ 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톨킨의 환상소설 반지의 제왕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물론 소설을 만화화 시킨 것은 아니고, 반지의 제왕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웹툰이다. 말하자면 두 다리를 건너 멀리 돌아온 셈이다.
2015년 기준으로는 다양한 목적의 브랜드 웹툰이 그리 드물지 않다. 이 만화와 같은 게임 홍보에서부터 기업 홍보, 추모, 행정기관의 정책홍보까지 거의 마케팅의 필수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웹툰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익숙해졌다는 의미일 텐데, 짐작하기로 ‘반지의 제왕’ 이 연재된 (짧은)시기인 2008년 하반기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웹툰이 유달리 혹평에 시달렸던 것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탓(?)이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문제는 단지 이 웹툰이 홍보용 기획작품이라는 것이 전부는 아닌데, 가장 먼저 홍보용 웹툰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의 구조조차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즘에도 심심찮게 화자 되는 소위 ‘전설의’ 뭐시기 웹툰들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유명세를 가진 작품으로,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을 통해 한 다리를 더 건너온 경우라고 해도, 하이 판타지(High Fantasy)의 정수이자 어마무시한 분량으로 악명(?)높은 반지의 제왕을 모티브 삼은 웹툰을, 10화 남짓한 분량으로 완결시키는 게 말이 될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이 만화가 톨키니스트가 지은 일종의 2차 창작물이었다면 차라리 모를까, 만화로서의 예술성, 대중성은 둘째치고 홍보용 웹툰으로서도 완전히 실패한 꼴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내용 자체가 기본적인 서사구조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분량이 워낙 짧은, 구조적인 한계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실패를 맞은 다른 많은 웹툰들에서는 최소한의 ‘설명’ 과 ‘이해’ 라도 추구하는 반면 반지의 제왕에는 그런 것도 없다.
예를 들어 1화를 살펴보면 대뜸 ‘어서 일어나시오. 나는 ’암디르‘ 라 하오. ’두네다인‘ 순찰자 중 한 명이지.’ , ‘나는 ’암흑의 기사‘ 와 ’블랙올드‘ 가 무슨 관계인지...’ , ‘’아르쳇‘ 수비대원인 ’콜더코브‘ 가...’ 하는 대사가 줄줄이 튀어나오는데 직접 읽어보면 알겠지만 고유명사 투성이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아마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명 등 용어로 짐작되는데, 다시 강조하지만 이 만화가 톨키니스트가 그린, 아마 마찬가지로 톨키니스트들이 소비할 그런 2차 창작물이었으면 모르겠으되, 반지의 제왕 온라인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웹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백한 실수다. 반지의 제왕 게임이 원작팬들만으로도 충분하다면 또 모를까. 물론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스토리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기-승-전-결’ 은 고사하고 이야기의 맥락조차 파악할 수 없다. 독자들이 알지 못하는 배경, 인물, 단체, 싸움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뜸 튀어나와서 독자들을 향해 쏘아붙이니 당연한 현상이다. 마치 3D 게임을 만화화 시킨 듯한 묘한 그림체는 나름대로 신선한 면이 있었으니 그게 전부였다. 브랜드 웹툰의 질도 눈에 띄게 상향평준화 된 요즘, 아마 웹툰을 홍보용으로 사용하려는 시도의 극초기에 있었던 시행착오의 결과물쯤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합리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