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6.02.15
1. 작품 소개<br/><br/>“도망가는 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도망가니까 불행했어요.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하는 수 없어요. 당신이랑 이 길을 개척해가는 수밖에요.”<br/><br/><br/>빛에서 살다가 갑작스레 진창으로 끌어내려진 노미유. 이름도 과거도 잊어버린 그녀는 ‘데자뷰’로 흘러들어 유리로 살아간다. 어둠에서 살다가 제힘으로 기어오른 단대오. CT그룹이란 번듯한 명패를 내걸고 있지만 근본은 폭력조직이었던 그곳의 회장인 그와 유리는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치고, 대오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가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움켜쥐려 할수록 유리는 멀어져만 가고, 처음 경험하는 생소한 감정에 그는 점점 안절부절못하게 되는데…….<br/><br/>‘비늘’의 못다 한 이야기,<br/>‘비늘 외전 2 : 파리편’에서 만나보세요!<br/><br/><br/>2. 작가 소개<br/><br/>이선미<br/><br/>1971년 대구 출생.<br/>성숙한 사람들의 사랑, 철부지들의 사랑, 자기애, 집착 등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그리고 싶어 하는 작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담아내는 로맨스소설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br/><br/><br/>▣ 출간작<br/><br/>아라사의 서우여<br/>석빙화<br/>광란의 귀공자<br/>10일간의 계약<br/>커피프린스 1호점<br/>하록과 배태랑<br/>달의 시 外<br/><br/><br/>3. 미리 보기<br/><br/>미유는 소스라치듯 눈을 떴다. 그가 피 범벅인 얼굴로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보았다. 눈을 뜬 채 그녀를 향해 살려달라고 손을 뻗고 있었다. 반복되는 악몽일지라도 매번 상황은 달랐다. 더 끔찍해지고 더 잔혹했다.<br/>미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캄캄한 방은 낯선 곳이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리를 뭔가 묵직한 것이 누르고 있다. 그제야 잠들어 있는 대오를 발견했다. 온몸의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베개에 털썩 머리를 기댔다.<br/>그가 살아 있단 걸 알았을 땐 하늘에 감사했다.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은 그에게 화가 났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다시 또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 자체에 불안과 두려움이 일었다. 폭력과 살인과 불법적인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가해지는 이런 곳에 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br/>파리로 가서 공부를 시작한 뒤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그가 돌아오자마자 통제력을 잃고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 그의 삶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br/>“또 도망가게?”<br/>말소리에 놀라 머리를 돌려보았다. 그가 천장을 보며 반듯이 누워 있다.<br/>“맨날 도망갈 궁리만 하지.”<br/>“도망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모르겠어요. 나한테…… 뭘 원해요?”<br/>미유도 그와 같이 반듯이 누워 천장을 보았다. 캄캄했던 시야에 차츰 뭔가 잡혔다. 화재용 쿨러 같은 건가 보다. 하지만 이제 늦은 게 아닐까.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이 활활 타오르면 아무리 물을 뿌려도 소용없을 것이다.<br/>“내 몸이라면 이미 많이 가졌잖아요.”<br/>“가졌었지. 그래도 또 가지고 싶어. 매일 가지고 싶어. 지금도 하고 싶어.”<br/>덤덤한 껍질 속에 일렁이는 뜨거운 불길에 가슴이 떨렸다. 미유는 아랫배가 당기며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말했다.<br/>“그런 욕망은…… 금방 식을 거예요.”<br/>“다시 회사를 맡아야 할 거 같다. 나 파리 못 가.”<br/>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도 상체를 반쯤 일으켜 팔꿈치를 대고 미유를 내려다보았다.<br/>“그럼…….”<br/>“어, 가려면 너 혼자 가야 돼.”<br/>“정말…… 끝이었네요.”<br/>그가 그렇게 말했어도 믿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도 하질 않았다. 그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떠나는 건 언제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었는데…….<br/>“아니.”<br/>그가 다가왔다. 향기를 맡듯 그녀의 목덜미 깊숙이 머리를 묻고서 중얼거렸다.<br/>“아니야. 다르게 생각을 해봐, 제발.”<br/>“이별…….”<br/>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를 떠올렸다. 그가 벌떡 고개를 들더니 험상궂게 쳐다봤다.<br/>“죽을래?”<br/>미유는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br/>이 남자를 다시는 못 본다?<br/>가슴이 저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다신 안 보겠다고 소리쳤던 건 누군가.<br/>거짓말이었다. 새빨간 속임수였다. 그에게 앙탈 부리고 투정 부렸던 거다. 화가 나 뺨을 때렸어도 순순히 여기까지 와 이렇게 편히 잠까지 잤다.<br/>미유는 비로소 자신의 본심을 깨달았다. 그의 곁에 있고 싶은 거다. 아무리 사랑해도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 그러면서도 그를 떠나고 싶진 않은 거다.<br/>“사랑해요.”<br/>그렇게 말했다. 한번 내뱉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감정이 북받쳤다.<br/>“사랑해요.”<br/>눈물이 흘렀다.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가운이 벗겨져 등의 문신이 드러났다. 두꺼운 어깨가 심하게 들썩거렸다. 미유는 떨리는 손을 뻗어 등을 만졌다. 매끈한 근육이 성난 듯 움찔하더니 잠잠해졌다. 미유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그의 등에 이마를 댔다. 비늘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느낌이 새어나왔다.<br/>“사랑해요…….”<br/>“그래서……? 어쩔 건데?”<br/>여전히 등을 굳힌 채 그가 말했다.<br/>“가지 마.”<br/>미유는 결심을 굳혔다. 눈물을 닦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br/>“미안해요.”<br/>그를 보지 않고 침실을 나왔다. 코트와 가방을 챙겨들고 곧장 문으로 향했다. 흐느낌이 다시 새어나와 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단호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1. 작품 소개“도망가는 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도망가니까 불행했어요.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하는 수 없어요. 당신이랑 이 길을 개척해가는 수밖에요.”빛에서 살다가 갑작스레 진창으로 끌어내려진 노미유. 이름도 과거도 잊어버린 그녀는 ‘데자뷰’로 흘러들어 유리로 살아간다. 어둠에서 살다가 제힘으로 기어오른 단대오. CT그룹이란 번듯한 명패를 내걸고 있지만 근본은 폭력조직이었던 그곳의 회장인 그와 유리는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치고, 대오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가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움켜쥐려 할수록 유리는 멀어져만 가고, 처음 경험하는 생소한 감정에 그는 점점 안절부절못하게 되는데…….‘비늘’의 못다 한 이야기,‘비늘 외전 2 : 파리편’에서 만나보세요!2. 작가 소개이선미1971년 대구 출생.성숙한 사람들의 사랑, 철부지들의 사랑, 자기애, 집착 등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그리고 싶어 하는 작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담아내는 로맨스소설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출간작아라사의 서우여석빙화광란의 귀공자10일간의 계약커피프린스 1호점하록과 배태랑달의 시 外3. 미리 보기미유는 소스라치듯 눈을 떴다. 그가 피 범벅인 얼굴로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보았다. 눈을 뜬 채 그녀를 향해 살려달라고 손을 뻗고 있었다. 반복되는 악몽일지라도 매번 상황은 달랐다. 더 끔찍해지고 더 잔혹했다.미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캄캄한 방은 낯선 곳이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리를 뭔가 묵직한 것이 누르고 있다. 그제야 잠들어 있는 대오를 발견했다. 온몸의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베개에 털썩 머리를 기댔다.그가 살아 있단 걸 알았을 땐 하늘에 감사했다.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은 그에게 화가 났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다시 또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 자체에 불안과 두려움이 일었다. 폭력과 살인과 불법적인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가해지는 이런 곳에 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파리로 가서 공부를 시작한 뒤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그가 돌아오자마자 통제력을 잃고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 그의 삶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또 도망가게?”말소리에 놀라 머리를 돌려보았다. 그가 천장을 보며 반듯이 누워 있다.“맨날 도망갈 궁리만 하지.”“도망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모르겠어요. 나한테…… 뭘 원해요?”미유도 그와 같이 반듯이 누워 천장을 보았다. 캄캄했던 시야에 차츰 뭔가 잡혔다. 화재용 쿨러 같은 건가 보다. 하지만 이제 늦은 게 아닐까.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이 활활 타오르면 아무리 물을 뿌려도 소용없을 것이다.“내 몸이라면 이미 많이 가졌잖아요.”“가졌었지. 그래도 또 가지고 싶어. 매일 가지고 싶어. 지금도 하고 싶어.”덤덤한 껍질 속에 일렁이는 뜨거운 불길에 가슴이 떨렸다. 미유는 아랫배가 당기며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말했다.“그런 욕망은…… 금방 식을 거예요.”“다시 회사를 맡아야 할 거 같다. 나 파리 못 가.”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도 상체를 반쯤 일으켜 팔꿈치를 대고 미유를 내려다보았다.“그럼…….”“어, 가려면 너 혼자 가야 돼.”“정말…… 끝이었네요.”그가 그렇게 말했어도 믿지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도 하질 않았다. 그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떠나는 건 언제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었는데…….“아니.”그가 다가왔다. 향기를 맡듯 그녀의 목덜미 깊숙이 머리를 묻고서 중얼거렸다.“아니야. 다르게 생각을 해봐, 제발.”“이별…….”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를 떠올렸다. 그가 벌떡 고개를 들더니 험상궂게 쳐다봤다.“죽을래?”미유는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이 남자를 다시는 못 본다?가슴이 저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다신 안 보겠다고 소리쳤던 건 누군가.거짓말이었다. 새빨간 속임수였다. 그에게 앙탈 부리고 투정 부렸던 거다. 화가 나 뺨을 때렸어도 순순히 여기까지 와 이렇게 편히 잠까지 잤다.미유는 비로소 자신의 본심을 깨달았다. 그의 곁에 있고 싶은 거다. 아무리 사랑해도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 그러면서도 그를 떠나고 싶진 않은 거다.“사랑해요.”그렇게 말했다. 한번 내뱉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감정이 북받쳤다.“사랑해요.”눈물이 흘렀다.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가운이 벗겨져 등의 문신이 드러났다. 두꺼운 어깨가 심하게 들썩거렸다. 미유는 떨리는 손을 뻗어 등을 만졌다. 매끈한 근육이 성난 듯 움찔하더니 잠잠해졌다. 미유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그의 등에 이마를 댔다. 비늘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느낌이 새어나왔다.“사랑해요…….”“그래서……? 어쩔 건데?”여전히 등을 굳힌 채 그가 말했다.“가지 마.”미유는 결심을 굳혔다. 눈물을 닦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미안해요.”그를 보지 않고 침실을 나왔다. 코트와 가방을 챙겨들고 곧장 문으로 향했다. 흐느낌이 다시 새어나와 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단호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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