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8.10.05
1. 작품 소개<br/><br/>“한겨울인데도 저렇게 봄은 숨어 있어. 이 아이는 네 차가운 마음속에 숨은 봄이 될 거야.”<br/>“숨은 봄이요?”<br/>“그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희망 같은 거. 꺾이지 않는 생명 같은 거.”<br/><br/><br/>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친다.<br/>내 심장도 힘차게 튀어오른다.<br/>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눈을 감는다.<br/>봄이지만 봄이 아닌 봄의 한 귀퉁이를 날아,<br/><br/>나는 지금 나의 봄을 찾으러 간다.<br/><br/><br/>2. 미리 보기<br/><br/>나란히 앉아 돌확에 고이는 빗물을 바라보았다.<br/>빗발 너머로 여름이 철없이 싱그러웠다.<br/>평온했다.<br/>토끼처럼 깡충깡충 튀어오르는 빗방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신기했다. 은봄과 함께 숙제를 하고, 도와줄 필요도 없는 입시 공부를 조금 봐주고,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간들이 열일곱 살의 여름을 관통하고 있었다. 은봄과 함께 있으면 깨진 거울조각처럼 어긋나고 비뚤어진 생각들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비질을 한 마당처럼 개운했다.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그랬다.<br/>“오빠.”<br/>“응.”<br/>“우리 엄마…… 목소리 기억나요?”<br/>기왓장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던 은봄이 문득 물었다. 엄마의 기억을 가지지 못한 소녀의 옆모습이 애잔했다.<br/>“가늘고 조금 떨렸어.”<br/>사진처럼 찍혀 있는 기억을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그 겨울의 차가웠던 공기도, 그 여자가 머물던 방 안의 냄새도, 가늘고 떨렸던 목소리도.<br/>“좋은 냄새가 났어. 네 엄마가 계셨던 방에서. 밀감 냄새 같기도 했고 치자꽃 냄새 같기도 했고…….”<br/>“엄마가, 엄마가 오빠한테 뭐라고 말했어요?”<br/>그리움을 참아보려는 듯 은봄은 인형을 가슴에 끌어안았다.<br/>“아기가…… 아기가 나올 거 같다고 했어.”<br/>“…….”<br/>은봄이 오랫동안 눈을 감았다 떴다.<br/>“오빠, 죽어야 비로소 잊히는 기억 같은 거요. 그런 기억은 영혼 같은 걸까요?”<br/>“…….”<br/>“영혼은 그런 걸까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br/>비를 바라보는 젖은 눈이 하염없다.<br/>“오빠. 우리 엄마 기억 절대 잊지 말아줘요.”<br/>“…….”<br/>영혼 같은 기억을 잊지 말라니. 은봄은 불가능한 걸 강요했다. 진언은 대답 대신 은봄의 뒤통수를 쓰다듬어주었다. 은봄이 진언을 향해 엷게 웃었다. 슬픔을 삭이는 웃음이었다. 진언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참아보려 깊게 숨을 들이켰다.<br/>“오빠.”<br/>“응.”<br/>“얘 이름이 뭐예요?”<br/>기둥에 기대어 젖어드는 뜰을 바라보던 은봄이 물었다.<br/>“이름?”<br/>“이름이 없어요?”<br/>“없는데.”<br/>“내가 지어도 돼요?”<br/>“맘대로.”<br/>“얘가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어요.”<br/>진언은 피식 웃었다. 웃긴 웃었지만 인형에게 미안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아무런 이름도 주지 못했으니 꽤나 몰인정했다. 거기다 악역까지 맡겼다.<br/>“꽃님이라고 할래요. 꽃봉이 동생 꽃님이.”<br/>“걔가 여자였어?”<br/>“그런 거 같아요.”<br/>은봄은 그렇게 말하며 마루 아래로 내려트린 발을 흔들었다. 자신이 지은 이름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br/>“꽃봉이 보고 싶니?”<br/>은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br/>“여름방학 때 꽃봉이 보러 가자.”<br/>“정말요?”<br/>“그래. 신부님도 아주머니도 보러 가자.”<br/>“오빠…….”<br/>은봄이 진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은봄이 이렇게 스스럼없이 감정표현을 할 때마다 진언은 난감했다. 덥석덥석 안겨오는 은봄이 난감한 게 아니라 자신이 그걸 좋아한다는 게 난감했다.<br/>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진언의 목덜미를 간질인다. 따뜻한 뺨이 귓불에 닿는다. 이런 부드러운 물리적 자극이 미열과 아릿한 통증을 동반해서 진언을 흔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그만큼 깊은 마음 어느 곳에 비밀스럽게 자라났다.<br/>“숨막혀.”<br/>은봄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목에서 억지로 떼어냈다. 아이의 하얀 팔뚝에 살이 조금 오른 듯도 했다.<br/>“요즘은 이상한 거 안 먹지?”<br/>“…….”<br/>은봄은 슬쩍 진언의 눈길을 피하며 꽃님이의 코를 만지작거렸다.<br/>“사실…….”<br/>은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br/>“치약을…….”<br/>“치약?”<br/>“그저께 치약을 쬐끔, 아주 쬐끔 먹었어요.”<br/>요만큼밖에 안 먹었다는 듯 은봄은 집게손가락을 아주 조금 내밀었다.<br/>“너, 치약도 먹니?”<br/>“…….”<br/>은봄의 귓불이 새빨개졌다.<br/>“큰일이다.”<br/>진언이 은봄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br/>“아아! 아파요. 잘못했어요. 오빠!”<br/>은봄이 진언의 손을 떼어내려고 버둥거렸다.<br/>“마지막 경고다. 약속해! 약속 안 하면 꽃봉이고 신부님이고 다 못 볼 거야.”<br/>“약속해요.”<br/>은봄이 코맹맹이 소리로 약속했다. 그런 은봄이 귀여워 진언이 웃음을 터트렸다. 빨개진 코를 문지르며 은봄도 빗속에 피어난 도라지꽃처럼 웃었다.
1. 작품 소개“한겨울인데도 저렇게 봄은 숨어 있어. 이 아이는 네 차가운 마음속에 숨은 봄이 될 거야.”“숨은 봄이요?”“그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희망 같은 거. 꺾이지 않는 생명 같은 거.”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친다.내 심장도 힘차게 튀어오른다.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눈을 감는다.봄이지만 봄이 아닌 봄의 한 귀퉁이를 날아,나는 지금 나의 봄을 찾으러 간다.2. 미리 보기나란히 앉아 돌확에 고이는 빗물을 바라보았다.빗발 너머로 여름이 철없이 싱그러웠다.평온했다.토끼처럼 깡충깡충 튀어오르는 빗방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신기했다. 은봄과 함께 숙제를 하고, 도와줄 필요도 없는 입시 공부를 조금 봐주고,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간들이 열일곱 살의 여름을 관통하고 있었다. 은봄과 함께 있으면 깨진 거울조각처럼 어긋나고 비뚤어진 생각들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비질을 한 마당처럼 개운했다.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그랬다.“오빠.”“응.”“우리 엄마…… 목소리 기억나요?”기왓장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던 은봄이 문득 물었다. 엄마의 기억을 가지지 못한 소녀의 옆모습이 애잔했다.“가늘고 조금 떨렸어.”사진처럼 찍혀 있는 기억을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그 겨울의 차가웠던 공기도, 그 여자가 머물던 방 안의 냄새도, 가늘고 떨렸던 목소리도.“좋은 냄새가 났어. 네 엄마가 계셨던 방에서. 밀감 냄새 같기도 했고 치자꽃 냄새 같기도 했고…….”“엄마가, 엄마가 오빠한테 뭐라고 말했어요?”그리움을 참아보려는 듯 은봄은 인형을 가슴에 끌어안았다.“아기가…… 아기가 나올 거 같다고 했어.”“…….”은봄이 오랫동안 눈을 감았다 떴다.“오빠, 죽어야 비로소 잊히는 기억 같은 거요. 그런 기억은 영혼 같은 걸까요?”“…….”“영혼은 그런 걸까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비를 바라보는 젖은 눈이 하염없다.“오빠. 우리 엄마 기억 절대 잊지 말아줘요.”“…….”영혼 같은 기억을 잊지 말라니. 은봄은 불가능한 걸 강요했다. 진언은 대답 대신 은봄의 뒤통수를 쓰다듬어주었다. 은봄이 진언을 향해 엷게 웃었다. 슬픔을 삭이는 웃음이었다. 진언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참아보려 깊게 숨을 들이켰다.“오빠.”“응.”“얘 이름이 뭐예요?”기둥에 기대어 젖어드는 뜰을 바라보던 은봄이 물었다.“이름?”“이름이 없어요?”“없는데.”“내가 지어도 돼요?”“맘대로.”“얘가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어요.”진언은 피식 웃었다. 웃긴 웃었지만 인형에게 미안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아무런 이름도 주지 못했으니 꽤나 몰인정했다. 거기다 악역까지 맡겼다.“꽃님이라고 할래요. 꽃봉이 동생 꽃님이.”“걔가 여자였어?”“그런 거 같아요.”은봄은 그렇게 말하며 마루 아래로 내려트린 발을 흔들었다. 자신이 지은 이름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꽃봉이 보고 싶니?”은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여름방학 때 꽃봉이 보러 가자.”“정말요?”“그래. 신부님도 아주머니도 보러 가자.”“오빠…….”은봄이 진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은봄이 이렇게 스스럼없이 감정표현을 할 때마다 진언은 난감했다. 덥석덥석 안겨오는 은봄이 난감한 게 아니라 자신이 그걸 좋아한다는 게 난감했다.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진언의 목덜미를 간질인다. 따뜻한 뺨이 귓불에 닿는다. 이런 부드러운 물리적 자극이 미열과 아릿한 통증을 동반해서 진언을 흔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그만큼 깊은 마음 어느 곳에 비밀스럽게 자라났다.“숨막혀.”은봄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목에서 억지로 떼어냈다. 아이의 하얀 팔뚝에 살이 조금 오른 듯도 했다.“요즘은 이상한 거 안 먹지?”“…….”은봄은 슬쩍 진언의 눈길을 피하며 꽃님이의 코를 만지작거렸다.“사실…….”은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치약을…….”“치약?”“그저께 치약을 쬐끔, 아주 쬐끔 먹었어요.”요만큼밖에 안 먹었다는 듯 은봄은 집게손가락을 아주 조금 내밀었다.“너, 치약도 먹니?”“…….”은봄의 귓불이 새빨개졌다.“큰일이다.”진언이 은봄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아아! 아파요. 잘못했어요. 오빠!”은봄이 진언의 손을 떼어내려고 버둥거렸다.“마지막 경고다. 약속해! 약속 안 하면 꽃봉이고 신부님이고 다 못 볼 거야.”“약속해요.”은봄이 코맹맹이 소리로 약속했다. 그런 은봄이 귀여워 진언이 웃음을 터트렸다. 빨개진 코를 문지르며 은봄도 빗속에 피어난 도라지꽃처럼 웃었다.
Webtoonguide Popular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Donggeon Lee <Yumi's cell>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232 <Love Revolution>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Ah Ni Young <Without any word>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Carnby Kim <Sweet home> <Closed Man>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Jinsoo Bae <3-Second Strip>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Hwan Daeng <Old Young>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Lovpe <Perfect Harp>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LEEHEY <A good day to be a dog>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Mingwa <BJ Alex>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Kwang-jin <Itaewon Class>
[Column] Regarding a point of view toward the family in the webtoon Navillera.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Morangg <Odd Girl Out>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Choi Yong Sung <G'Day>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Kim Meng-gi <My ID is Gangnam Beauty>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Seaweedtheking<Oh I Forgot My Wallet>
[Interview] Webtoonist interview - Noru <Between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