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8.02.02
1. 작품 소개<br/><br/>“전 팀장님을 남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br/>“내가 이재이를 여자로 생각해서 상관없어. 지금부터 날 남자로 생각해도 늦지 않아.”<br/><br/><br/>일 말고는 관심도 없던 그가, 그래서 이혼남이 되어버린 주제에 저 얼음장 같은 여자를 눈에 담아버렸다. 차가운 그녀를 보면 뜨거워진다. 그녀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허기는 순식간에 뜨거운 욕망이 되어 그를 덮쳐온다. 저 무심한 여자와 뭘 어쩌려고……<br/><br/><br/>“오늘 밤, 나랑 잘 수 있어?”<br/>“그러면 끝인가요?”<br/>“아니……. 시작이지. 이재이가 내 여자가 되는 시작.”<br/>“결국, 이거였군요.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나하고 자고 싶다고. 그랬다면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낭비하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br/>“그 말은 즉, 나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나는 것이 쓸모 있었다는 거네.”<br/><br/><br/>2. 미리 보기<br/><br/>미친놈이 따로 없다. 지금 밥만 열심히 먹는 재이를 보고만 있어도 불덩어리를 삼킨 듯 온몸이 뜨겁다. 여자를 보는 것 말고 더 과감한 걸 해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턱과 목덜미에 붉은 자국을 내고 싶다. 밤새 지칠 때까지 그녀를 안고 울고 비명을 지를 때까지 그를 그녀의 몸속에 넣고 싶었다.<br/>차라리 본능적인 욕구만 쏠렸다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룻밤 욕망을 분출할 여자는 많았다. 아무 여자와 잘 수도 있다. 그건 쉽다. 기회는 수백 번 차고도 넘쳤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서 할 수 있었다.<br/>하지만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아무리 본능이라지만 욕구를 배설하기 위해 제 몸을 싸구려 취급하기는 싫었다. 이재이는 과연 자신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할까? 음란한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봤을까?<br/>“오늘 밤, 나랑 잘 수 있어?”<br/>황당무계한 말에 재이는 입을 반쯤 멍하니 벌렸다. 명백히 그녀를 놀리는 것으로 받아들인 재이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밥 잘 먹고 나서 저 남자가 왜 저러나 싶은 눈빛이 얼마간 흔들렸다. 재이는 제정신을 붙잡듯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러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얄미울 정도로 차분한 발음으로.<br/>“그러면 끝인가요?”<br/>“아니…….”<br/>말끝을 흐리는 준혁의 나지막한 음성에 재이는 머릿속에 불이 파르르 이는 듯했다.<br/>“시작이지.”<br/>재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br/>“어떤 시작이요?”<br/>“이재이가 내 여자가 되는 시작.”<br/>독점욕이 가득한 말. 둘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남자가 사랑에 눈멀어 앞의 여자를 갖고 싶어서 안달 난 말로 들릴 법했다. 재이의 불편하고 복잡한 속이야 어찌 됐든, 짧은 순간 온갖 감정이 뒤섞인 재이의 얼굴을 보는 것이 준혁은 그저 즐거웠다.<br/>모처럼 재이의 반응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졌다. 조금 가까워진 거리를 제 손으로 더 멀어지게 하고 있음을 그도 잘 안다. 일부러 화를 돋우려고 이딴 식의 말을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br/>말은 하지 않아도 선하가 그의 전처라는 걸 눈치 못 챘을 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재이는 단 한마디도 묻지 않는다. 평범한 여자라면, 고백한 남자의 전처가 회사까지 찾아왔다면 뭐라고 은근슬쩍 물어는 봐야 했다.<br/>재이는 그런 것들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태도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담백한 성격이었고, 한편으론 자신의 존재가 재이한테 여전히 미미하다는 안타까운 뜻이었다. 기뻐도 슬퍼도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그저 담담히 견디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각자의 성격이라 뭐라 말을 할 수는 없다. 그가 알고 싶은 건 저 흔들리는 눈빛이 정확히 뭘 의미하느냐이다.<br/>“결국, 이거였군요.”<br/>재이의 음성은 그를 향한 실망으로 가득했다. 준혁이 바로 되물었다.<br/>“결국, 이거라니?”<br/>시끄러운 식당이 둘만 존재하는 듯했다. 손님들이 들락거리느라 계속 울렸던 문에 매달린 방울 소리라든가, 나무 테이블에 그릇을 놓는 둔탁한 소리라든가,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의 걸걸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물밑처럼 가만히 앉아 있던 재이는 한참 후에야 자기 입 밖으로 이 말을 꺼내기가 괴롭다는 듯이 말했다.<br/>“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나하고 자고 싶다고. 그랬다면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낭비하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br/>“그 말은 즉, 나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나는 것이 쓸모 있었다는 거네.”<br/>이번에도 준혁이 곧바로 되받아쳤다. 재이의 부정적인 말이 순식간에 긍정의 말로 뒤바뀌었다. 재이가 마치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처럼 손에 힘을 꽉 주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도 맥박이 불쾌하게 뛰기 시작하자 재이는 그를 노려봤다.<br/>“빈껍데기 이재이는 필요 없다는 소리야. 나를 그저 한 달가량 만나야 하는 의무감 정도의 태도로 대하는 건 영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 한 달이든 하루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보는데.”<br/>재이의 가슴 깊은 곳에서 고요한 소란이 일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절제된 말이 굉장한 설득력을 주었다.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정곡을 찔러서 온몸에 솜털이 이는 것처럼 미약한 소름이 돋았다.<br/>혼자 살아가면서 감당이 안 되는 일을 마주할 때면 습관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제 그 습관은 고칠 수 없는 버릇이 되었다. 지금도 준혁의 말이 감당이 안 되었던 재이는 아픈 것도 모르고 뼈마디가 모두 드러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진심이라?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라 머리가 어지러웠다.<br/>“진심인 남자가 자자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군요. 팀장님은 절 처음부터 함부로 대했던 거 아닌가요?”<br/>“제멋대로 해석하지 마. 난 초지일관 진심이었어.”<br/>재이는 뭐라 힘든 감정에 잠겨서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조차 명명할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에 갇힌 기분이다. 머리가 흔들리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자극하고 흔드는 남자는 없었다. 벅차고 두렵다고 해야 할까.
1. 작품 소개“전 팀장님을 남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내가 이재이를 여자로 생각해서 상관없어. 지금부터 날 남자로 생각해도 늦지 않아.”일 말고는 관심도 없던 그가, 그래서 이혼남이 되어버린 주제에 저 얼음장 같은 여자를 눈에 담아버렸다. 차가운 그녀를 보면 뜨거워진다. 그녀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허기는 순식간에 뜨거운 욕망이 되어 그를 덮쳐온다. 저 무심한 여자와 뭘 어쩌려고……“오늘 밤, 나랑 잘 수 있어?”“그러면 끝인가요?”“아니……. 시작이지. 이재이가 내 여자가 되는 시작.”“결국, 이거였군요.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나하고 자고 싶다고. 그랬다면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낭비하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그 말은 즉, 나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나는 것이 쓸모 있었다는 거네.”2. 미리 보기미친놈이 따로 없다. 지금 밥만 열심히 먹는 재이를 보고만 있어도 불덩어리를 삼킨 듯 온몸이 뜨겁다. 여자를 보는 것 말고 더 과감한 걸 해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턱과 목덜미에 붉은 자국을 내고 싶다. 밤새 지칠 때까지 그녀를 안고 울고 비명을 지를 때까지 그를 그녀의 몸속에 넣고 싶었다.차라리 본능적인 욕구만 쏠렸다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룻밤 욕망을 분출할 여자는 많았다. 아무 여자와 잘 수도 있다. 그건 쉽다. 기회는 수백 번 차고도 넘쳤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서 할 수 있었다.하지만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아무리 본능이라지만 욕구를 배설하기 위해 제 몸을 싸구려 취급하기는 싫었다. 이재이는 과연 자신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할까? 음란한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봤을까?“오늘 밤, 나랑 잘 수 있어?”황당무계한 말에 재이는 입을 반쯤 멍하니 벌렸다. 명백히 그녀를 놀리는 것으로 받아들인 재이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밥 잘 먹고 나서 저 남자가 왜 저러나 싶은 눈빛이 얼마간 흔들렸다. 재이는 제정신을 붙잡듯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러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얄미울 정도로 차분한 발음으로.“그러면 끝인가요?”“아니…….”말끝을 흐리는 준혁의 나지막한 음성에 재이는 머릿속에 불이 파르르 이는 듯했다.“시작이지.”재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떤 시작이요?”“이재이가 내 여자가 되는 시작.”독점욕이 가득한 말. 둘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남자가 사랑에 눈멀어 앞의 여자를 갖고 싶어서 안달 난 말로 들릴 법했다. 재이의 불편하고 복잡한 속이야 어찌 됐든, 짧은 순간 온갖 감정이 뒤섞인 재이의 얼굴을 보는 것이 준혁은 그저 즐거웠다.모처럼 재이의 반응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졌다. 조금 가까워진 거리를 제 손으로 더 멀어지게 하고 있음을 그도 잘 안다. 일부러 화를 돋우려고 이딴 식의 말을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말은 하지 않아도 선하가 그의 전처라는 걸 눈치 못 챘을 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재이는 단 한마디도 묻지 않는다. 평범한 여자라면, 고백한 남자의 전처가 회사까지 찾아왔다면 뭐라고 은근슬쩍 물어는 봐야 했다.재이는 그런 것들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태도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담백한 성격이었고, 한편으론 자신의 존재가 재이한테 여전히 미미하다는 안타까운 뜻이었다. 기뻐도 슬퍼도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그저 담담히 견디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각자의 성격이라 뭐라 말을 할 수는 없다. 그가 알고 싶은 건 저 흔들리는 눈빛이 정확히 뭘 의미하느냐이다.“결국, 이거였군요.”재이의 음성은 그를 향한 실망으로 가득했다. 준혁이 바로 되물었다.“결국, 이거라니?”시끄러운 식당이 둘만 존재하는 듯했다. 손님들이 들락거리느라 계속 울렸던 문에 매달린 방울 소리라든가, 나무 테이블에 그릇을 놓는 둔탁한 소리라든가,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의 걸걸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물밑처럼 가만히 앉아 있던 재이는 한참 후에야 자기 입 밖으로 이 말을 꺼내기가 괴롭다는 듯이 말했다.“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나하고 자고 싶다고. 그랬다면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낭비하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그 말은 즉, 나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만나는 것이 쓸모 있었다는 거네.”이번에도 준혁이 곧바로 되받아쳤다. 재이의 부정적인 말이 순식간에 긍정의 말로 뒤바뀌었다. 재이가 마치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처럼 손에 힘을 꽉 주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도 맥박이 불쾌하게 뛰기 시작하자 재이는 그를 노려봤다.“빈껍데기 이재이는 필요 없다는 소리야. 나를 그저 한 달가량 만나야 하는 의무감 정도의 태도로 대하는 건 영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 한 달이든 하루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보는데.”재이의 가슴 깊은 곳에서 고요한 소란이 일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절제된 말이 굉장한 설득력을 주었다.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정곡을 찔러서 온몸에 솜털이 이는 것처럼 미약한 소름이 돋았다.혼자 살아가면서 감당이 안 되는 일을 마주할 때면 습관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이제 그 습관은 고칠 수 없는 버릇이 되었다. 지금도 준혁의 말이 감당이 안 되었던 재이는 아픈 것도 모르고 뼈마디가 모두 드러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진심이라?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라 머리가 어지러웠다.“진심인 남자가 자자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군요. 팀장님은 절 처음부터 함부로 대했던 거 아닌가요?”“제멋대로 해석하지 마. 난 초지일관 진심이었어.”재이는 뭐라 힘든 감정에 잠겨서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조차 명명할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에 갇힌 기분이다. 머리가 흔들리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자극하고 흔드는 남자는 없었다. 벅차고 두렵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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