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8.05.02
1. 작품 소개<br/><br/>“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만들었다. 내 취향대로.”<br/><br/><br/>열두 살 이전의 기억은 없다. 은설의 기억은 신재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br/>열한 살 차이가 나는 오빠, 12년을 함께해온 사람 , 그리고…… 은설이 남자로 사랑하는 사람.<br/>오빠가 포식자라면.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그래서 오빠가 날 이렇게 보는 거라면.<br/>나를 다 먹어줘요.<br/><br/><br/>“내가.”<br/>“…….”<br/>“널 주웠어.”<br/>은설의 눈이 커졌다. 친남매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주워 왔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짐작도 안 간다.<br/>신재와의 첫 만남. 더러웠던 소녀. 난 어디에서 왔던 거야?<br/>“그 지옥 속에서 내가 널 주워 왔어.”<br/>그가 한 번 더 말하며 힘주어 강조했다.<br/>“그러니까 넌 내 거야.”<br/><br/><br/>2. 미리 보기<br/><br/>성큼성큼 걸어서 다가온 그가 바로 앞에 섰다.<br/>“강은설.”<br/>나직한 부름에 은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그가 그녀의 걸음보다 보폭을 크게 해 다가왔다. 그가 내쉬는 숨이 이마를 간지럽혔다.<br/>긴장이 되어 들고 있던 핸드백을 꽉 쥐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날처럼 다시 키스하려는 걸까.<br/>손을 들어 은설의 머리를 만진 신재의 손이 머리 옆의 벽을 짚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마저도 반대쪽을 짚어 그에게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br/>“내가.”<br/>“…….”<br/>“널 주웠어.”<br/>은설의 눈이 커졌다. 친남매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주워 왔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짐작도 안 간다.<br/>신재와의 첫 만남. 더러웠던 소녀. 난 어디에서 왔던 거야?<br/>“그 지옥 속에서 내가 널 주워 왔어.”<br/>그가 한 번 더 말하며 힘주어 강조했다.<br/>“그러니까 넌 내 거야.”<br/>내려다보는 짙은 먹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br/>흔들림 없이 오로지 은설만 바라보고 있는 신재.<br/>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눈동자가 보였다. 지나치게 맑아서 두려웠다.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변하기는 했어도, 덜 다정하긴 했어도 따뜻한 눈빛만은 변한 적이 없었다.<br/>질투심을 자극한다고 했던 행동이 뭔가를 넘어선 듯하다.<br/>신재가 눈으로 은설의 얼굴 구석구석을 쓰다듬었다.<br/>“은설아, 강은설.”<br/>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br/>“내가 원하는 대로 커줘서 고마워.”<br/>“……원하는 대로…… 컸다니요?”<br/>“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과 화장 스타일, 짧게 자른 손톱엔 항상 투명색 매니큐어, 네가 주로 입은 파스텔 계열의 옷. 육식보다는 채식. 샐러드의 소스는 항상 오일 앤 비니거.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 이게 너야.”<br/>오빠, 무슨 말인가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하는 그를 멍하게 보고만 있었다.<br/>“아아, 술은 맛이 없는 거라고도 가르쳤지. 내가.”<br/>순간 잠깐 멍해졌던 그녀의 정신이 돌아오며 두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br/>“네가 싫어했던 소시지도 맛있다고 알려줬잖아.”<br/>그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br/>“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만들었다. 내 취향대로.”<br/>놀라면 숨도 안 쉬어진다더니 지금이 그랬다.<br/>어렸을 때부터 신재가 좋다고 하면 그녀도 좋았고, 신재가 싫다고 하면 그녀도 싫었다. 날 보호해주는 사람이고 아껴주는 사람이고 따뜻한 그가 좋았다.<br/>그래서 거스르기 싫었고 그에게 맞추고 싶었던 건데.<br/>그의 취향대로 컸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럼, 설마…….<br/>“내가 왜 그랬을 것 같아?”<br/>벽을 짚고 있던 손을 들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빗어내리다가 움켜쥐었다. 숨이 들이켜 향기를 맡더니 입을 맞췄다. 머리카락을 놓은 신재가 이번엔 그녀의 턱을 들어올렸다.<br/>“스물다섯 살만 되어보라 하면서 기다렸어. 그쯤 되면 널 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양심에 거리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도 간간이 널 자극하는 건 잊지 않았지. 고등학교 땐,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는데 기억나? 나와 진혁이가 나누던 이야기.”<br/>생리통으로 학원에서 조퇴한 날, 그가 서재에서 진혁과 나눴던 대화를 뜻했다.<br/>“들었잖아, 너.”<br/>“알고 있었어요?”<br/>“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인기척이 나고, 소파엔 네 가방이 있었는데.”<br/>그의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눌렀다가 떨어졌다.<br/>“네가 들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정정하지 않았지.”<br/>신재의 눈꺼풀이 내려와 눈동자를 반쯤 가렸다. 가늘어진 눈이 그녀의 입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br/>“여자친구가 있는 척도 했고. 네 반응, 꽤 재미있었어.”<br/>여자친구가 있는 척. 정말 있었던 게 아니라 거짓말이었다는 건가. 집에서 봤던 여자도 옷에서 나는 여자 향수 냄새도?<br/>그녀는 아까부터 두근거렸던 가슴이 이제는 터질 듯했다. 호흡이 가빠지는 자신과 다르게 신재는 느긋하다.<br/>“네가 다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 돼서 항상 어디에 있는지 지켜봤는데, 몰랐어?”<br/>우연인 줄 알았던 수많은 만남 역시 그의 계획이었다.<br/>“그렇게 애지중지 아꼈던 내 걸, 딴 놈이 채가려고 하네.”<br/>애지중지 아꼈던 내 것.<br/>은설은 그 말이 가지는 의미가 비로소 이해되어 입가에 미소가 번지려고 했다. 하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를 더 자극하고 싶다. 12년 동안 쓰고 살았던 그의 가면을 모두 벗겨버릴 작정이었다.<br/>그렇다고 하여 딱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부정도 긍정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폭발할지 모른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그의 감정을 모두 끌어내고 싶어 속력을 올리는 심장을 차분히 다스렸다.<br/>앞니에 눌려 있는 아랫입술을 그가 자신의 엄지로 빼내며 속삭였다.<br/>“강은설. 네게 왜 키스했느냐가 전부야?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br/>“오……빠.”<br/>“양심 따위 이젠 모르겠다. 지금 널 안을 거야.”
1. 작품 소개“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만들었다. 내 취향대로.”열두 살 이전의 기억은 없다. 은설의 기억은 신재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열한 살 차이가 나는 오빠, 12년을 함께해온 사람 , 그리고…… 은설이 남자로 사랑하는 사람.오빠가 포식자라면.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그래서 오빠가 날 이렇게 보는 거라면.나를 다 먹어줘요.“내가.”“…….”“널 주웠어.”은설의 눈이 커졌다. 친남매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주워 왔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짐작도 안 간다.신재와의 첫 만남. 더러웠던 소녀. 난 어디에서 왔던 거야?“그 지옥 속에서 내가 널 주워 왔어.”그가 한 번 더 말하며 힘주어 강조했다.“그러니까 넌 내 거야.”2. 미리 보기성큼성큼 걸어서 다가온 그가 바로 앞에 섰다.“강은설.”나직한 부름에 은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그가 그녀의 걸음보다 보폭을 크게 해 다가왔다. 그가 내쉬는 숨이 이마를 간지럽혔다.긴장이 되어 들고 있던 핸드백을 꽉 쥐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날처럼 다시 키스하려는 걸까.손을 들어 은설의 머리를 만진 신재의 손이 머리 옆의 벽을 짚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마저도 반대쪽을 짚어 그에게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내가.”“…….”“널 주웠어.”은설의 눈이 커졌다. 친남매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주워 왔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짐작도 안 간다.신재와의 첫 만남. 더러웠던 소녀. 난 어디에서 왔던 거야?“그 지옥 속에서 내가 널 주워 왔어.”그가 한 번 더 말하며 힘주어 강조했다.“그러니까 넌 내 거야.”내려다보는 짙은 먹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흔들림 없이 오로지 은설만 바라보고 있는 신재.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눈동자가 보였다. 지나치게 맑아서 두려웠다.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변하기는 했어도, 덜 다정하긴 했어도 따뜻한 눈빛만은 변한 적이 없었다.질투심을 자극한다고 했던 행동이 뭔가를 넘어선 듯하다.신재가 눈으로 은설의 얼굴 구석구석을 쓰다듬었다.“은설아, 강은설.”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내가 원하는 대로 커줘서 고마워.”“……원하는 대로…… 컸다니요?”“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과 화장 스타일, 짧게 자른 손톱엔 항상 투명색 매니큐어, 네가 주로 입은 파스텔 계열의 옷. 육식보다는 채식. 샐러드의 소스는 항상 오일 앤 비니거.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 이게 너야.”오빠, 무슨 말인가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하는 그를 멍하게 보고만 있었다.“아아, 술은 맛이 없는 거라고도 가르쳤지. 내가.”순간 잠깐 멍해졌던 그녀의 정신이 돌아오며 두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네가 싫어했던 소시지도 맛있다고 알려줬잖아.”그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만들었다. 내 취향대로.”놀라면 숨도 안 쉬어진다더니 지금이 그랬다.어렸을 때부터 신재가 좋다고 하면 그녀도 좋았고, 신재가 싫다고 하면 그녀도 싫었다. 날 보호해주는 사람이고 아껴주는 사람이고 따뜻한 그가 좋았다.그래서 거스르기 싫었고 그에게 맞추고 싶었던 건데.그의 취향대로 컸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럼, 설마…….“내가 왜 그랬을 것 같아?”벽을 짚고 있던 손을 들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빗어내리다가 움켜쥐었다. 숨이 들이켜 향기를 맡더니 입을 맞췄다. 머리카락을 놓은 신재가 이번엔 그녀의 턱을 들어올렸다.“스물다섯 살만 되어보라 하면서 기다렸어. 그쯤 되면 널 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양심에 거리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도 간간이 널 자극하는 건 잊지 않았지. 고등학교 땐,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는데 기억나? 나와 진혁이가 나누던 이야기.”생리통으로 학원에서 조퇴한 날, 그가 서재에서 진혁과 나눴던 대화를 뜻했다.“들었잖아, 너.”“알고 있었어요?”“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인기척이 나고, 소파엔 네 가방이 있었는데.”그의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눌렀다가 떨어졌다.“네가 들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정정하지 않았지.”신재의 눈꺼풀이 내려와 눈동자를 반쯤 가렸다. 가늘어진 눈이 그녀의 입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여자친구가 있는 척도 했고. 네 반응, 꽤 재미있었어.”여자친구가 있는 척. 정말 있었던 게 아니라 거짓말이었다는 건가. 집에서 봤던 여자도 옷에서 나는 여자 향수 냄새도?그녀는 아까부터 두근거렸던 가슴이 이제는 터질 듯했다. 호흡이 가빠지는 자신과 다르게 신재는 느긋하다.“네가 다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 돼서 항상 어디에 있는지 지켜봤는데, 몰랐어?”우연인 줄 알았던 수많은 만남 역시 그의 계획이었다.“그렇게 애지중지 아꼈던 내 걸, 딴 놈이 채가려고 하네.”애지중지 아꼈던 내 것.은설은 그 말이 가지는 의미가 비로소 이해되어 입가에 미소가 번지려고 했다. 하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를 더 자극하고 싶다. 12년 동안 쓰고 살았던 그의 가면을 모두 벗겨버릴 작정이었다.그렇다고 하여 딱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부정도 긍정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폭발할지 모른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그의 감정을 모두 끌어내고 싶어 속력을 올리는 심장을 차분히 다스렸다.앞니에 눌려 있는 아랫입술을 그가 자신의 엄지로 빼내며 속삭였다.“강은설. 네게 왜 키스했느냐가 전부야?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오……빠.”“양심 따위 이젠 모르겠다. 지금 널 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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