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마음이 들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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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마음이 들게 해
YES 24
작품소개
연재시작일: 2018.04.12
1. 작품 소개<br/><br/>“다시 만날 때는 각오해야 할 거야. 그때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br/><br/><br/>무작정 도망가려는 서혜주에게 그 남자 강유현은 그렇게 말하곤 완전한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그녀를 지배했던 건 그의 마지막 한마디.<br/>내가 내가 아닌 것 같던 경험은 단 한 번으로 족하다 생각했는데, 이 마음이 겨우겨우 안정되기 시작했는데, 그런 그녀 앞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정유현이란 이름으로, 그녀의 직장 상사인 새 본부장으로.<br/><br/><br/>“내가 말했잖아. 다시 널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지난 5년 동안 도망갈 기회를 주고 기다렸는데……. 안 가고 그대로 있더군.”<br/>“전…… 몰랐어요, 선배.”<br/>“알면 재미없잖아.”<br/>차가운 눈빛 아래 짙은 시선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욕망 어린 눈이었다.<br/>“너를 보낼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너는 모를 거야.”<br/>“선……배?”<br/>“그러니까, 이젠 나한테서 벗어날 생각 하지 마. 내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br/><br/><br/>2. 미리 보기<br/><br/>사무실로 가까이 가는데 직원들이 모여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혜주와 소현은 흠칫 놀랐다. 살며시 문을 열고는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 무리의 뒤쪽에 섰다.<br/>“헐, 그새 왔나 봐. 다음 주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인사만 하고 가려는 건가?”<br/>“글쎄…….”<br/>당황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둘 다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정보에 밝은 소현이 모르는 거면 기습방문임이 분명했다.<br/>“……으면 합니다.”<br/>“하하하.”<br/>새로 온 본부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사람들이 다들 크게 웃었다. 적어도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겹겹이 둘러싸인 사람들의 제일 뒤에 서서 혜주는 본부장을 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br/>“야, 엄청 잘생겼어. 완전 젊어. 웬일이야!”<br/>순식간에 홍조가 돈 소현이 복화술과도 같은 재빠른 귓속말을 해주었다. 혜주는 소현 쪽으로 고개를 뺐다. 소현이 자리를 옆으로 옮겨주자 한결 보기가 수월했다. 직원들을 향해 말하는 새로운 본부장이라는 남자와 눈을 마주친 순간이었다.<br/>“흡!”<br/>혜주는 저도 모르게 비명도 아닌, 한숨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내다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지 않았지만, 본부장이 그녀를 발견하고선 쏘아보고 있었다. 혜주는 그가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기라도 한 것처럼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br/><br/>「이번엔 보내줄게, 서혜주. 하지만 다시 만날 때는 각오해야 할 거야. 그때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br/><br/>달아오른 눈을 한 그가 한마디 한마디 토해내듯이 말했었다. 무작정 도망가려는 그녀를 잡아서는 그렇게 말하고 완전한 자유를 주었다.<br/>그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다 못해 한 번씩 꿈에서까지 나타났었다. 그를 생각하면 어떨 때는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고, 어떨 때는 짜릿함에 몸이 달뜰 때도 있었다.<br/>못 견디고 도망쳤는데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br/>어떨 땐 상처받은 듯한 눈빛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가, 그때의 격정들이 되살아나 몸이 떨렸다가, 그리움이 사무쳐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br/>차라리 기억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생생했던 감정들이 안정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환을 만나보기로 한 참이었다.<br/>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서 그가 나타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br/>“팀은 당분간은 그대로 돌아가지만 한 달쯤 후에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어떤 종류의 의견이라도 다 수용할 테니 자유롭고 편하게 본인의 생각을 개진해주세요.”<br/>낮지만 선명한 그의 목소리가 혜주의 귀를 울렸다. 항상 감정 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지만 가끔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br/>혜주는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br/>멍하니 정신이 나간 채로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혜주는 문득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미국에 간 그가 약혼했다는 것이었다.<br/>그게 거의 5년 전인데 지금 결혼을 안 했을 리가 없잖아.<br/>그리고 하물며 그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다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보장은 없다.<br/>5년이나 지났고, 척 보기에도 유현은 더 멋있어지고, 자신은 여전히 보잘것없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못해졌을 수도 있었다. 그새 나이만 더 먹었고, 예뻐지거나 세련되지도 않았으니까.<br/>그리고 그가 했던 경고를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br/>혜주는 관찰이라도 하려는 듯 슬며시 그를 훑었다. 본능적으로 눈이 오른손 약지를 훑으며 결혼반지를 확인하고 있었다.<br/>제대로 보지 못한 손을 따라 시선을 올리던 혜주는 유현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레 움찔해버렸다. 그 와중에 혜주는 똑똑히 보았다. 찰나에 그의 한쪽 입꼬리가 말리며 살짝 비릿한 미소가 걸린 걸.<br/>“하아.”<br/>혜주는 저도 모르게 숨을 터트렸다.<br/>나를 보고 웃은 거야.<br/>확신이 들었다.<br/>나를 기억하고 있어…….<br/>혜주는 슬그머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 뒤로 숨어버렸다. 너무 혼란스러우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br/>이제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와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1. 작품 소개“다시 만날 때는 각오해야 할 거야. 그때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무작정 도망가려는 서혜주에게 그 남자 강유현은 그렇게 말하곤 완전한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그녀를 지배했던 건 그의 마지막 한마디.내가 내가 아닌 것 같던 경험은 단 한 번으로 족하다 생각했는데, 이 마음이 겨우겨우 안정되기 시작했는데, 그런 그녀 앞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정유현이란 이름으로, 그녀의 직장 상사인 새 본부장으로.“내가 말했잖아. 다시 널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지난 5년 동안 도망갈 기회를 주고 기다렸는데……. 안 가고 그대로 있더군.”“전…… 몰랐어요, 선배.”“알면 재미없잖아.”차가운 눈빛 아래 짙은 시선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욕망 어린 눈이었다.“너를 보낼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너는 모를 거야.”“선……배?”“그러니까, 이젠 나한테서 벗어날 생각 하지 마. 내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2. 미리 보기사무실로 가까이 가는데 직원들이 모여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혜주와 소현은 흠칫 놀랐다. 살며시 문을 열고는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 무리의 뒤쪽에 섰다.“헐, 그새 왔나 봐. 다음 주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인사만 하고 가려는 건가?”“글쎄…….”당황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둘 다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정보에 밝은 소현이 모르는 거면 기습방문임이 분명했다.“……으면 합니다.”“하하하.”새로 온 본부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사람들이 다들 크게 웃었다. 적어도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겹겹이 둘러싸인 사람들의 제일 뒤에 서서 혜주는 본부장을 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야, 엄청 잘생겼어. 완전 젊어. 웬일이야!”순식간에 홍조가 돈 소현이 복화술과도 같은 재빠른 귓속말을 해주었다. 혜주는 소현 쪽으로 고개를 뺐다. 소현이 자리를 옆으로 옮겨주자 한결 보기가 수월했다. 직원들을 향해 말하는 새로운 본부장이라는 남자와 눈을 마주친 순간이었다.“흡!”혜주는 저도 모르게 비명도 아닌, 한숨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내다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지 않았지만, 본부장이 그녀를 발견하고선 쏘아보고 있었다. 혜주는 그가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기라도 한 것처럼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이번엔 보내줄게, 서혜주. 하지만 다시 만날 때는 각오해야 할 거야. 그때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달아오른 눈을 한 그가 한마디 한마디 토해내듯이 말했었다. 무작정 도망가려는 그녀를 잡아서는 그렇게 말하고 완전한 자유를 주었다.그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다 못해 한 번씩 꿈에서까지 나타났었다. 그를 생각하면 어떨 때는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고, 어떨 때는 짜릿함에 몸이 달뜰 때도 있었다.못 견디고 도망쳤는데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어떨 땐 상처받은 듯한 눈빛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가, 그때의 격정들이 되살아나 몸이 떨렸다가, 그리움이 사무쳐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차라리 기억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생생했던 감정들이 안정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환을 만나보기로 한 참이었다.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서 그가 나타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팀은 당분간은 그대로 돌아가지만 한 달쯤 후에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어떤 종류의 의견이라도 다 수용할 테니 자유롭고 편하게 본인의 생각을 개진해주세요.”낮지만 선명한 그의 목소리가 혜주의 귀를 울렸다. 항상 감정 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지만 가끔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혜주는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멍하니 정신이 나간 채로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혜주는 문득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미국에 간 그가 약혼했다는 것이었다.그게 거의 5년 전인데 지금 결혼을 안 했을 리가 없잖아.그리고 하물며 그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다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보장은 없다.5년이나 지났고, 척 보기에도 유현은 더 멋있어지고, 자신은 여전히 보잘것없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못해졌을 수도 있었다. 그새 나이만 더 먹었고, 예뻐지거나 세련되지도 않았으니까.그리고 그가 했던 경고를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혜주는 관찰이라도 하려는 듯 슬며시 그를 훑었다. 본능적으로 눈이 오른손 약지를 훑으며 결혼반지를 확인하고 있었다.제대로 보지 못한 손을 따라 시선을 올리던 혜주는 유현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레 움찔해버렸다. 그 와중에 혜주는 똑똑히 보았다. 찰나에 그의 한쪽 입꼬리가 말리며 살짝 비릿한 미소가 걸린 걸.“하아.”혜주는 저도 모르게 숨을 터트렸다.나를 보고 웃은 거야.확신이 들었다.나를 기억하고 있어…….혜주는 슬그머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 뒤로 숨어버렸다. 너무 혼란스러우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이제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와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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