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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좋다, 술 만화는 더 좋다

大王 | 2016-09-20 10:00



애주가 입장에서 나는 그가 측은했다. 손잡이 없는 작은 유리잔에 맥주 한 잔을 붓고, 지글지글 고기 익는 열기에 벌게지고 땀나는 얼굴을 연신 훔치며 두 시간째 “짠~”만 하고 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당당한 체구에 “술 잘 하시죠?” 소릴 종종 듣는 그는 내 친구다. 그의 집안은 알코올 분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저주받은 체질을 공유하고 있다. 술 권하는 상사를 모시고 하는 회식은 그에게 생명의 위협과 밥벌이의 지겨움을 동시에 선사하지만,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그저 재밌단다. 돈 내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친구야, 우린 네가 있어 참 좋다. 한 잔이라도 더 마실 수 있으니까.

더운 여름, 냉동실에 잠깐 넣어뒀다 막 꺼내 마시는 캔맥주. 추운 겨울 뜨끈한 바닥에 엉덩이를 지지고 앉아 먹는 어묵탕에 찬 사케.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목숨 걸고 마셔보는 이름 모를 현지 전통주. 바닷가에서 막 썰어낸 싱싱한 회와 함께 마시는 지방 소주. 사방 탁 트인 야외 공연장에서 록밴드 음악을 BGM 삼아 신나게 퍼부어대는 생맥주와 보드카. 직장상사에게 막말을 퍼부을 용기를 주는 홧술(틀렸어). 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친구 같은 몸의 소유자라면, 술이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순간에 위안이 되고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술의 영롱함을 느끼지 못할 터. 어찌 보면 애주가를 술에 의존하는 한심한 인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술이 좋다, 술 만화는 더 좋다

<술꾼 도시처녀들>, 미깡 지음, 다음웹툰


요즘은 술 만화도 많다. 술 빚는 장인의 길을 그린 만화도 있고 세계의 모든 술을 탐구해 학술적 가치가 돋보이는 만화도 있고 요리(술안주)와 기가 막히게 궁합이 맞는 술과, 그것 모두를 탐하는 인간의 심리를 그린 만화도 있다. 아무 근거도 없이 그저 술,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만화가 많이 보이니까 ‘주정뱅이가 아니라 애주가’라며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도록 면죄부(...)가 주어진 것 같다. 술을 다룬 작품은 남다른 애정으로 보게 된다.


다음 웹툰에 그런 작품이 두 개 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장기 연재작 <술꾼 도시처녀들>과 다음 웹툰리그에서 정식 연재로 들어선 <쌍갑포차>. 작가의 남다른 애주정신으로 계절, 날씨, 장소, 기분에 따라 주종과 안주종목을 연결해 독자들의 불금 술자리 메뉴를 책임지고 있는 <술꾼 도시처녀들>은 숙취에 시달려 방바닥을 뒹굴어도 좋은 이승 생활(?)의 위안과 공감을 책임지고 있다. 사지 멀쩡하게 태어나 쑥쑥 커서 어엿한 주정뱅이로 장성한 세 여자가 벌이는 술판. 그 틈으로 슬쩍 엿보이는 독거, 여성, 노동자, 갑을관계, 연애, 생계, 반려동물 등 삶의 희노애락. 술을 마신다고 뭐, 고민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1년에 임대료 10억 짜리 팬더를 굳이 모셔오는 것처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벤트가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살 수 있는 큰 위안과 용기를 주는 거니까. 

그에 반해 <쌍갑포차>는 소주 안주로 짜*게티가 나와도 즐겁게 먹을 포장마차를 제목으로 내세웠다. 포차 주인장이나 극을 종횡무진하는 캐릭터들은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삶의 끝에서 비로소 만나게 되는 캐릭터라고 할까. 감정노동에 지쳐 생을 포기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를 툴툴거리며 들어주며 맛깔나게 ‘갑’소주를 들이키는 신, 저승 가는 길에 들러 마지막 한풀이를 하려 안 되는 일을 조르는 인간의 청을 못이긴 척 들어주는 신, 이미 혼이 된 자의 소원을 들어주려 약간의 규칙을 위반하기도 하는 신, 인간 아니고 고양이의 수발도 드는 신이 <쌍갑포차>의 주인공들이다. 한 에피소드에 한 가지 메뉴와 소주만 내어놓는데, 에피소드의 중심이 되는 인간에게 딱 어울리는 메뉴다. <술도녀>처럼 불금에 먹어야지 메모해둘 안주는 아니지만 ‘위안’이라는 술의 기능에 최적화된 안주라고 볼 수 있겠다. 


술이 좋다, 술 만화는 더 좋다

<쌍갑포차>, 배혜수, 다음웹툰


곧 추석연휴다. 나와 가족의 아득한 수고가 들어간 기름진 명절음식이 넘쳐날 때다. 조상들께 감사인사를 드리는 자리에는 술도 빠지지 않겠지. 풍성하게 먹고 이승생활의 시름을 잠시 잊으라는 조상님의 말씀으로 알아듣고 열심히 마셔야겠다. 지나친 음주는 인생의 적이지만, <술도녀>와 <쌍갑포차>를 다시 떠올려보자. 목숨이 괜찮다면, 당신도 위안 한 잔 얻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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