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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웹툰 시장, 무너지는 작가의 건강?
서하영 기자
| 2023-01-05 10:36

웹툰 작가의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안정노동 수준을 살피는 첫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공모사업에 민지희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임의가 책임을 맡아 연구했는데, 결과가 충격적이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는 1년간 웹툰작가로 5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전업작가 320명을 대상으로는 온라인 설문조사, 한국만화가협회 등에 소속된 웹툰작가 1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8.7%가 병원에서 우울증상을 진단받았다.
일반인의 우울증 발병률인 2.4%에 비해 11.7배 높은 수치다. 또한 28.3%는 수면장애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17.3%는 자살 생각을 했고 8.5%가 자살 계획을 세웠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4%에 이르렀다.
이처럼 웹툰작가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불안정한 소득과 강도 높은 노동환경을 주목했다.
설문조사 결과 평균 4.15년의 작가경력을 가진 응답자 41%가 월 최소소득을 50만~1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5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22.6%나 됐다.
월 최대소득은 200만~400만원 미만이 51.5%로 가장 많았으며, 13%는 600만원 이상을 번다고 답했다.
그에 반해 웹툰작가의 1일평균 노동시간은 9.9시간, 마감 전날은 1일평균 11.8시간을 일했다.
소득에 비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웹툰 작가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유는 매주 1회 연재를 위해 평균 70컷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민지희 전임의는 “2020년 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주 평균 45~50컷이었는데 2년 새 30% 증가했다”며 “플랫폼에서 한 회당 요구하는 컷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장시간 노동이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간 1회 연재를 위한 70컷을 그리려면 스토리 구성-콘티 작성-70컷 밑그림-70컷 펜터치-70컷 채색-대사 편집 등 마무리 작업을 거쳐야 한다. 70컷을 3~4회 반복해 그려야 한다는 의미다.
‘댓글’ 문화도 웹툰작가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댓글이 독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실시간 악의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에 대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우울장애 진단 위험이 1.9배 높고, 자살계획을 세울 위험 역시 2.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에 대해 비난받은 경험은 불안장애 진단 위험을 4.09배 높이고, 수면장애증상 위험을 2.4배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권한을 가진 플랫폼이 과도한 업무량과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댓글에서 작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민지희 전임의는 “조사에서 웹툰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플랫폼이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는 만큼 관리·감독도 충실히 해 달라는 것”이라며 “웹툰작가들이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지만 1~2년 연재기간 동안 타 플랫폼과 계약할 수 없는 배타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작화와 컷수 등 구체적인 업무지시도 있어 종속성과 전속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급하게는 업무량을 줄이고, 댓글 관리와 저작권 관리, 연재기간 중 질병치료나 휴식을 위해 ‘휴재권’ 보장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 전임의는 “새로운 예술 장르의 장을 만들어 낸 웹툰 플랫폼은 단순 게시를 넘어서 작품의 성공 여부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기획자·주최자로서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에 책임 있게 개입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웹툰, 웹소설 시장이 성장하고 그에 따른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플랫폼의 책임감있는 행보가 요구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