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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칼럼] 웹툰 작가의 독자 비하 사태. 작가가 먼저냐, 독자가 먼저냐?

잠뿌리 | 2016-10-06 23:18

[웹툰 칼럼] 웹툰 작가의 독자 비하 사태. 작가가 먼저냐, 독자가 먼저냐?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2016년 올해 중반부의 웹툰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넥슨 클로저스 성우 교체 문제로 일부 웹툰 작가들이 독자와 충돌해 독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여 웹툰 플랫폼 집단 탈퇴 운동으로까지 번진 사건이다.

사건의 경위인 성우 교체 문제는 사실 웹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이미 사측과 성우 사이에 해결이 된 문제니 넘어가고, 웹툰계로 번진 사건에 대한 것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사건은 작가 VS 독자의 충돌 사건으로 창작계에 있어선 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계를 통틀어 작가가 대놓고 독자를 비하하고 독자들이 플랫폼 자체를 상대로 대대적으로 보이콧 운동을 벌여 업계가 벌컥 뒤집혔던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작가는 독자를 선택할 수 있다’, ‘, 그 지능으로 재밌게 본거면 뭘본거임?’, ‘야이~ ㅎㅎㅎ 그래서 만화 안볼거야? 재미있게 봐 놓고 유치하게 왜 이래~’ 등등 한국 웹툰 역사 망발의 역사를 새로 쓴 문제 발언들이 있는데 그게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라 컬쳐 쇼크를 경험했다.

인과 관계에 대한 딜레마로 유명한 것으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명제가 있다. 이것은 해답 없는 논쟁을 벌일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작가 VS 독자 사태는 그 부분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작품 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먹고 사는 작가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독자가 먼저다. 독자는 수요층이고 작가는 공급자로서 수요가 없는 공급은 존재할 수 없다.

플랫폼은 작가와 계약해 작품을 연재시키고 고료를 준다. 그 고료는 독자의 유료 결재나, 작품을 보러 온 독자들로 인핸 트래픽 상승에 따른 광고 효과에 광고주의 광고 수익과 투자자의 투자다.

, 직접적인 유료 결재와 트래픽 상승에 의한 광고 효과 둘 다 독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 작품을 직접 결재해 보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작품이 연재되는 플랫폼을 방문하는 독자는 다 똑같은 독자다.

작가가 독자를 가려서 받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어떤 작가든 간에 플랫폼에 속한 작가의 한 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개의 플랫폼에 한 명의 작가만 있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내 작품의 고정 독자만 독자의 전부라 생각하고 다른 독자를 비하하는 건 프로의 자세를 논하기 이전에 창작자로서 그릇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충돌하면 안 되고 내치면 안 되는 것이 독자다. 작가가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나 대우 문제로 플랫폼과 충돌하는 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독자랑 척을 지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작가가 온전히 독자에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작품의 내용에 침해를 할 때뿐이다. 이때 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하는 건 작가의 자유 선택이지, 강제된 것이 아니라서 이 때가 작가적 신념이 발휘될 때다.

허나, 작품과 관련이 없는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독자와 싸우는 건 불가한 일이다.

좋아하던 작가분인데 당신 생각이 제 생각과 달라서 슬프다, 실망했다. 이렇게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작가의 사상을 검증하듯 말하는 독자도 분명 옳다고 할 수는 없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 굳이 반대쪽에 동조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점잖게 대응하거나 아예 답하지 않고 넘어가는 해결 방법이 있는데 꼭 충돌해 싸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독자 비하로 이어지는 것은 완전 잘못된 일로 스스로 작가란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독자 비하의 망발은 작가 본인의 신념이나 정의로 포장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만화 안 볼거야?’라는 도발과 그 지능으로 뭘 본 거냐?’라는 멸시의 독자 인식이 어찌 신념이 되고 정의가 될 수 있겠는가.

웹툰 붐이 일어나 해마다 수많은 플랫폼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작가/작품 수가 폭증해 벌써 수천에 이르러 예전보다 데뷔가 쉽고 빨라졌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시작해본 적이 없어 한 명의 독자, 한 회의 조회수 소중한 걸 모르는 작가가 많아진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작가인 사람은 없다. 아마추어 시절을 지내 작가 지망생을 거쳐 작가가 되는 것인데, 데뷔하기 전에는 독자의 관심을 갈구하던 사람들이 막상 데뷔한 뒤로는 독자를 비하하는 문제 작가로 돌변하는 걸 보면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속담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이번 사태 때 독자가 있기에 작가가 있다고 고마움을 표현한 다른 작가들을 독자 눈치를 보는 비굴한 작가라고 매도하는 막말까지 나왔을 때는 비상식의 끝이 보였다.

가만히 보면 SNS 특성상 생각의 정제 없이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즉시 써 올려 경솔한 말이 계속 이어지는 게 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일부 웹툰 플랫폼의 작가 SNS 활동 자제 요청이나, 일부 독자들이 주장하는 작가의 인성 교육은 좀 과한 것이고 작가 스스로가 깨닫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작가는 본인이 된다고 될 수 있긴 한데 그것은 작품 활동이 곧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취미로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거다.

작가를 생업으로 삼은 프로 작가는 독자라는 수요층이 있어야 비로소 공급자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독자가 있어 본 적도 드물었던 하류 작가 인생을 살아온 필자로선 어째서 작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독자를 비하하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는데.. ‘독자의 소중함을 깨달아라!’라고 감정적인 타박은 하지 않겠지만, 상업 작품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독자가 있기에 작가가 있다는 기본 상식을 좀 알고 작가로서 최소한의 자각을 했으면 좋겠다.

작가보다 독자가 먼저다.

아니, 독자가 있기에 작가가 있을 수 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도 그것을 보는 사람이 없다면 자기만족 이외에 또 무슨 의미가 있으랴.

작가의 구성 성분에 독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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