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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칼럼] 웹툰 작가의 지인의 성폭행 동조 및 방관/피해자 조롱 논란에서 본 웹툰의 악용 사례

잠뿌리 | 2016-10-19 20:38

오늘 아침, 컴퓨터를 켜고 트위터에 접속했을 때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웹툰계에 또 다시 성 관련 이슈가 터졌다.

이번 사건은 정확히, 성추행/강간 사건인데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게 L코믹스에서 모 작품을 연재하고. 넥슨 성우 교체 사건 때 두각을 나타내 페미니스트 트로이카로 각광 받던 웹툰 작가 L이다.

웹툰 작가 L은 자신의 작품부터 시작해 평소 SNS상에서 하는 말과 행보도 지나치게 거칠었지만, 거기에 호응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름대로 두터운 팬층을 가졌고 모 웹툰 비평 웹젠의 편집장과 작가들과 친분이 있어 거기서는 갓웹툰 취급을 받으면서 100자평 평점 최상위 랭크에 올라가 있어 흥행, 비평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페미니즘 이슈에 맞물려 웹툰 작가로서 궤도에 올라가려는 시점에서 이번에 터져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웹툰 작가 L의 기만적인 페미니즘을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쪽에 대해서는 이제 막 이슈가 터졌으니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게 분명해서 굳이 첨언할 말이 없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웹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번 사건을 웹툰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웹툰 작가 L이 피해자를 캐릭터화시켜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켜 희화화시켰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가 자기 작품에 가족이나 지인을 등장시키거나. 혹은 그들을 모델로 삼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 그러한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 한해서는 그게 매우 부적절한 일이 됐다.

피해자를 모델로 한 캐릭터를 작품 속에 등장시켜 피해자의 행동을 과장하고 왜곡해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 모욕하고 망가트린 것은 작가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작가로서 기본 상식과 도의, 윤리 모든 걸 저버린 외도적인 행위로서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만화는 개인의 창작물이 맞다. 창작물에는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 반영될 수는 있다. 그러나 만화 속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로 모델로 했고, 본인 동의 없이 쓴 것이며, 심지어 안 좋은 쪽으로 희화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패러디, 오마쥬와는 또 다른 것이다.

만화 속에 등장한 캐릭터가 이름만 비슷한 것이고 그것은 그 사람을 모델로 썼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발뺌하는 건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실존 인물을 캐릭터로 만들어 희화화시켰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오는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의 말이다.

이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일이 어려울 것을 알고, ‘네가 피해자라면 피해 입은 사실을 증명해라. 못 하면 난 잘못한 게 없다!’라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수법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웹툰이 이런 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 작금의 현실이 그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웹툰 작가 L의 해명문을 찬찬히 읽어보고 웹툰과 관계된 부분을 정리해보자면.. 작가가 가해자를 짝사랑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를 강간한 걸 방조한 것뿐만이 아니라 질투를 느껴서 피해자를 만화 속 캐릭터로 등장시켜 망가트린, 일종의 치정극의 성격까지 띄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웹툰에 관한 사안만 분리해서 보자면 웹툰 역사상 초유의 치정극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치정극도 정상적인 관계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강간이 연루된 비정상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서 광기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의 여파로 웹툰 작가 L의 웹툰 단행본을 출간하던 출판사 유어마인드는 해당 작품을 전량 회수/폐기 및 후속권 발매 중단과 계약 중지의 입장을 발표했고. 그 웹툰이 연재됐던 레진 코믹스 측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해당 웹툰을 2010년 문화분석에서 결코 제할 수 없는 명작이라 극찬하면서 해당 작가에 대한 노골적인 친분 성향을 드러냈던 모 웹툰 비평 웹젠에서조차 작품 리뷰를 삭제한 상태라서 반나절 만에 거의 업계 매장 분위기가 됐다.

예상보다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고 있다는 것은, 곧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것을 의미한다. 죄를 지었으면 지은 만큼 벌을 받고. 업을 쌓았으면 쌓은 만큼 돌려받기 마련으로 필벌 여부는 사건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질 일이라 따로 논할 말이 없다.

그저 웹툰 관련 이슈로서 볼 때 작가가 웹툰 캐릭터를 다른 누군가의 인신공격 도구로 사용해 악용하는 사례가 부디 없었으면 좋겠다. 창작/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 민망한 사안으로 작가, 아니 인간으로서 해서는 될 짓과 안 될 짓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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