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웹툰 패러디 원본짤을 찾아서

―13. 와싯의 파스타툰 290 '11월 32일'

니스NICE 장 지 원

와싯은 지난 2일 발행한 이번 파스타툰에서 "새해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세리에A 주요 팀들의 흐름과 이슈를 살폈다. 시사패러디 위주로 꾸준히 밀고 나가는 칼카나마와 달리 와싯은 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짤들을 찾아 패러디하는 데 몰두했는데... 이번에는 워낙 별의별 곳에서 짤방을 가져와 패러디한 덕에 솔직히 찾느라 애를 좀 먹었다. 내가 아는 한 최대한 잘 설명해보고자 한다. 사수올로에 대해 말하는 중 등장하는 원기옥과 북쪽계왕신은 웹툰가이드 독자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니 패스한다.

이번에 달린 제목 '11월 32일'은 지난달 28일 비행기 참사로 숨진 샤페코엔시를 추모하는 의미로 붙었다. "누군가에겐, 달력이 멈춘 채 넘어가지 못한 11월," 12월 2일이 아닌 11월 32일인 이유다.

첫 번째로 와싯은 "현재 세리에A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이라며 아탈란타를 출연시켰다. 컷 속에서는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렀다가 어느새 상승세를 타며 선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 때 사용한 컷들 중 고양이가 등장해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건 외국에서는 'Stalking Cat'또는 'Spy Cat' 우리말로는 '고양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한 영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원작자는 구독자 10만의 고양이 유튜버 'モアクリ(모아쿠리)'이며 원제는 'だるまさんが転んにゃ - Stalking Cat -'이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주인(집사)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정지화면 같은 모습이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고양이가 코앞에서 큰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모습이 압권이다. 2008년 9월 초 공개된 이 영상은 현재 무려 조회수 4800만 건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다음 장면에서도 아탈란타를 다루는 설명이 이어졌다. 와싯은 "다음 라운드에서 1위 유벤투스를 상대"한다며 "챔스 진출 가능성에 대해 간을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컷에서 "제가 챔스에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B3(쓰리백)'이라는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는 로고를 갖다 붙였다. 그림의 주인공은 아탈란타의 감독 잔 피에로 가스페리니다.

이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까는 내용이다. 그는 2012년 대선 후보로 부상하던 당시부터 우유부단함에 가까운 신중함으로 비판받았다. 당시 주요 현안에 대해서 명확한 자기 의견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고 문재인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론이 떠오를 때에도 이른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 역시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다"면서도 "기자회견을 앞둔 주말 동안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계속 숙고해보겠다"는 입장 아닌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현재 그의 별명은 '간철수'로 통한다.

한편 아탈란타는 결국 지난 4일 토리노 원정에서 유벤투스에 1-3으로 패했다. 하이라이트를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자.

https://www.youtube.com/watch?v=dfVA42DYwP4 

와싯은 아탈란타에 대한 긴 설명 이후 아탈란타를 꺾은 유벤투스 이야기로 넘어왔다. 그의 포커스는 부상으로 인해 구멍이 숭숭 뚫린 유벤투스의 스쿼드에 있었다. 그래서 컷 속에서 "완전 문제투성이인 것"을 묻자 "우리 팀 부상 현황?"이라며 울먹이는 거다.

이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도는 리들러-배트맨 퀴즈 짤을 가져온 듯하다. 리들러(Riddler)는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으로 문제를 내 지적 우월함을 뽐내며 사건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해당 개그 짤에서의 대화를 번역하자면 이렇다.

리들러 : 골목(alley)을 따라 움직이며 구멍이 있는 것은?

배트맨 : 내 부모님? ㅠㅠ

리들러 : 세상에 아냐. 그건 볼링공이라고! ... 정말 미안해.

해당 문장에서 an alley는 골목을 뜻하는 낱말이지만 볼링장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의 부모는 그가 어릴적 골목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리들러는 재미로 수수께끼를 냈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배트맨에게 패드립을 날려버린 케이스다.

다음으로는 유벤투스의 뒤를 여전히 쫓고 있는 로마를 짧게 다뤘다. 로마 하면? 역시 준우승이다. 로마는 15라운드까지 마친 8일 현재 유벤투스(36점)에 승점 4점차로 뒤쳐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몇 년째 2위를 독차지(?)하고 있는 로마를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준우승 관리 같은 거 받으세요?"라는 질문이야 얼마든지 나올 법하다. 로마의 대답은 "콩을 곱게 까면..."

해당 컷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또) 패러디됐다. 지난 2012년 8월 대선 후보이던 당시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답한 발언이 요즘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때 박 대통령은 "피부관리 같은 거 받으세요?"라는 젊은이의 질문에 "아니 그건 아니고 마음을 곱게 쓰면... 예뻐져요."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 발언이 뒤늦게 화제가 된 이유는 지난 달 말부터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태반·백옥·감초·마늘주사 등을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이어서는 콩로마와 승점이 같은 3위, 밀란이 2컷에 걸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구단을 중국 자본에 매각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실제로 매각은 그 후 별다른 진전 없이 꾸준히 미뤄지고 있으며 12월에 완료될 것이라 했지만 내년 초로 또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매각을 기다리는 밀란 팬들은 컷처럼 기약없이 쿨쿨 잠이나 자야 할 상황이다. 

이 장면은 지난 2014년 5월 22일 광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대 KIA의 맞대결 중 잡힌 것이다. 6회초 노아웃 상황에서 스코어는 1-9로 KIA가 한참 뒤처져 있었다. 투수는 KIA의 박경태, 타자는 LG의 정의윤이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카메라는 문득 하얀 후드의 인물을 잡았다. 후드를 푹 내려쓰고 곤히 잠든 그는 끈에 휴대전화를 묶은 채 한 문장의 메시지를 화면으로 띄워놓고 있었다. "역전하면 깨워주세요." 당시 중계방송 중의 코멘트를 아래에 옮겨본다.

정병문 캐스터 : (터짐) 허~허허, 어어 이분 정말... 이 분은, 글쎄요.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방송을 좀 아시는 분 같기도 하고...

차명석 해설 : 그렇습니다.

정병문 캐스터 : 저를 잡아주세요 같은 느낌이기도 한데... 역전하면 깨워주세요... 

차명석 해설 : 굉장히 재미있게 무언의 항의를 하시는 것 같아요.

관중 : (폭소, 어떡해, 진짜 자? 등등) 

정병문 캐스터 : 어우 정말 아주 번뜩이는 아이디어인데요? (화면 넘어가자 다시 집중) 7구,

과연... 그는 결국 깨어날 수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원본을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자. LG vs KIA의 풀경기 영상이다. 해당 장면은 2:22:00 때 나온다. 

https://goo.gl/zlMcW8 

미뤄지는 인수를 언급하면서 와싯은 또 하나의 패러디를 보여줬다. 이건 '세호야 또 속냐!!'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한 캡처에서 가져온 것이다.  메신저 어플 틱톡을 통해 여자를 만나려는 남성을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유저가 낚는 과정에서 유래했다.

주갤러는 상대에게 자신을 누나라고 속이고 약속을 잡은 뒤 어디쯤 다다랐다는 인증샷을 계속 요구한다. 그러던 중 상대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고 알리자 그는 "과욕은 실수를 부른다! 어서 돌아가거라!"라며 자신이 실은 22살 남자라고 공개한다. 압권은 자신을 욕하는 상대에게 다시 "누나야. 장난 한 번 친 거 가지고 참. 누나 집 갈래 그냥"이라고 보냈고 상대가 다시 이를 믿자 "세호야 또 속냐!!"라고 놀려버리는 부분.

이 끝부분이 주갤러가 첨부한 사진과 함께 웃음포인트가 돼 유행어로 남았다. 사진의 주인공은 '무소유'를 쓴 故 법정 스님으로, 낚시의 주인공은 상대에게 금욕을 강조하고자 저 사진을 쓴 듯하다. 

※ 그런데 이 컷이 공개된 후 몇몇 누리꾼은 댓글창에 "우리 시대 어른으로 존경받는 법정 스님 사진을 저렇게 쓰면 안 된다" "법정 스님 모독하지 말고 내려라" "아무리 재미로 썼다지만 다른 중국인도 많은데 법정 스님을 쓴 건 의도적인 것이냐? 바꿔라"라는 비판조의 글을 달았다. '또 속냐'를 몰랐거나 프로불편러거나 둘 중 하나인 케이스 같다.

밀란 이후로는 하위권 팀들의 소식이 소개됐다. 첫 주인공은 사수올로다. 부상자가 많음에도 두터운 스쿼드를 바탕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유벤투스와는 반대로 사수올로는 와싯의 설명대로 "주선 선수진의 줄부상으로 인해 리그 순위가 폭락"하고 말았다. 15라운드를 마친 현재 사수올로의 순위는 강등권과 가까이 붙은 15위. 유로파리그 또한 라피드 빈과 함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와싯은 이를 세면대에 통째로 떨어진 도메니코 베라르디 치약으로 표현했다. 이는 해외에서 유행하는 한 짤을 패러디한 것이다. 애써 짠 치약을 통째로 떨어뜨렸을 때의 허망함이 잘 표현된 짤이라 할 만하다.

맨 아래 원본 출처 페이지로 들어가면 공감할 만한 다른 짤들도 몇 개 더 만날 수 있다. 전부 영어로 된 페이지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끝으로 등장하는 팀은 크로토네를 제치고 꼴찌가 된 팔레르모다. 팔레르모는 지난 10월 2일 삼프도리아와의 1-1 무승부 후 지난 5일 피오렌티나 전 1-2 패배까지 무려 8연패의 늪에 빠져 있다. 그 사이 열린 코파 이탈리아 4라운드에서도 세리에B 소속인 스페치아 칼초를 상대로 0-0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4-5로 지며 탈락했다.

이 때 YOU DIED라고 쓰인 컷은 3인칭 액션 RPG 게임 '다크소울'의 한 캡처에서 Asylum Demon을 Serie A로, Estus Flask를 Palermo라고만 바뀌어 올랐다. 이 중 Asylum Demon은 이 게임의 첫 번째 메인보스 '수용소의 데몬'이며 Estus Flask는 왼쪽 아래 아이템들 중 가운데에 있는 회복물약이다.

와싯은 끝으로 "샌드위치보다 못한 감독은 경질됩니다"라는 말로 팔레르모의 처참함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한다. 컷에서 갈구는 이는 팔레르모의 악명 높은 구단주 마우리치오 잠파리니, 갈굼당하는 이는 지난달 30일 경질된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이다. 데 제르비의 경질은 이미 팔레르모의 시즌 2번째 경질이다...

이 패러디는 '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미국 CBS 쇼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지난해 4월 말엽 방영된 이 영상의 주인공은 영국의 요리사이자 요리 서바이벌 '헬스 키친'의 진행자인 고든 램지. 그는 이 방송에 출연해 쇼의 진행자 제임스 코든(이 프로의 MC) 그리고 줄리 첸(CBS 앵커)과 함께 헬스 키친의 패러디를 내놓았다. 이름하야 '헬스 카페테리아!' 

램지는 헬스 카페테리아에서 경쟁자 역할인 코든과 첸에게 뭔가 주문을 내리고 시작하자마자 "Come on! Speed Up!"하라며 닦달한다. 그 뒤로는? 특유의 온갖 삐-가 요동친다...! 짤방화된 장면은 램지가 첸을 갈구며 식빵을 첸의 양 귀에 붙이고는 "넌 뭐냐!"라고 묻고 첸이 벌벌 떨며 "멍청한 샌드위치"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앞서서는 미친(mad)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며 첸 더러 먹어버리라고 가혹행위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쇼의 MC 코든은, 별 말도 못하고 램지의 무차별적인 삐-삐- 탓에 멘붕에 빠진다. 끝에는 첸이 코든을 물고문하기도 하는데, 여러모로 막장스럽다.

앞서 말했듯 이번 '패원짤'은 찾기 어려운 패러디들이 많았다. 결국 찾아내지 못한 컷들도 이만큼 남았다. 부족한 나를 꾸짖어달라. 그리고 제보를 기다린다.

★ 패러디 원본 짤 출처

- Stalking cat https://www.youtube.com/watch?v=fzzjgBAaWZw 

- 간철수 https://goo.gl/JulTur 

- 리들러 배트맨 패드립 https://goo.gl/2gatyE 

- 마음을 곱게 쓰면 https://www.youtube.com/watch?v=UBkC3Z0ff2M 

- 역전하면 깨워주세요 https://goo.gl/9PsSUg 

- 세호야 또 속냐 https://goo.gl/hsjVgr 

- 격공 짤 22개(영어주의) https://goo.gl/SLdOlJ 

- 다크소울 듀금 https://goo.gl/69EnT9 

- 멍청한 샌드위치 https://www.youtube.com/watch?v=nqY3tv-y6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