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칼럼] 웹툰 스토리 작가의 갑질 녹취록 사건에서 볼 수 있는 창작계의 블러핑 수법
작년 2015년 12월경에 코믹 큐브에서 연재됐던 ‘폭군’의 스토리 작가가 아마추어 그림 작가를 협박한 사건이 폭로되고 협박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었다.
사건의 개요는 스토리 작가가 새로운 웹툰 플랫폼의 연재를 위해 그림 작가를 구인하면서 아마추어 그림 작가를 만나서 상호합의 아래 같이 작품 준비를 시작했지만, 스토리 작가의 협박성 어조와 강압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지친 아마추어 그림 작가가 일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협박 및 쌍욕을 하면서 괴롭히자, 녹취록을 트위터에 공개한 것이다.
성희롱, 협박, 욕설에 관한 부분은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그 부분은 해당 사건이 처음 밝혀졌을 때 충분히 회자됐고, 본 글은 웹툰 칼럼이기 때문에 웹툰에 대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해당 스토리 작가는 아마추어 그림 작가가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반드시 내가 너 데뷔 시켜준다. 날 믿고 따르라’라는 말을 하면서 프로 작가와 에이전시를 통한 위상을 내비쳤다.
실제로는 웹툰 스토리 작가로 데뷔한지 1년이 채 안 됐고, 작품 자체도 달랑 하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프로 작가, 에이전시 드립을 치면서 데뷔를 약속하는 것은 전형적인 블러핑 수법이다.
자신의 패가 상대의 것보다 약하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더 강한 베팅을 하여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인 것이다.
필자도 장르 소설계에 있을 때 참 많이 겪은 일인데 창작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류 중 하나가 데뷔 약속이다.
‘나만 따라와’, ‘데뷔시켜주겠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치고 실제로 그런 능력과 연줄이 있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해당 스토리 작가도 실상은 본인 SNS에 영화 기획자 구인, 웹툰 기획자 구인, 웹툰 작화가 모집 등의 글을 수시로 올려서 거의 업계 신인에 가까웠는데도, 그런 사정을 잘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는 데뷔 약속을 했던 것이다.
당시에 해당 스토리 작가가 새 연재를 하려고 했다는 웹툰 플랫폼 같은 경우도 원고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그쪽 PD랑 친하고 연재 이야기도 다 끝내 놨다고 작품 연재를 기정사실화시켰으나, 실제로 해당 PD는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여기서 체크해야 할 건 업계 데뷔 약속에 대한 블러핑을 하는데 그 기만의 증거로 제시하는 게 에이전시/플랫폼 관계자와의 친분과시와 작품 연재 확정 발언이다.
에이전시/플랫폼 관계자는 호구가 아니다.
완성된 원고도 없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작품 연재를 확정 짓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원고 없이 계약을 한다면 보통, 에이전시/플랫폼이 작가와 이전에 함께 일을 해 했고. 한 작품을 온전히 완결한 뒤 차기작 회의를 해서 좋은 반응이 나왔을 때 작품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보통, 이런 종류의 블러핑은 업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상대가 자신과 자신의 말에 대한 진실 여부를 알아보지 않는 걸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블러핑에 언급된 에이전시/플랫폼에 직접 연락을 취해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다.
작가 지망생이 데뷔에 대한 갈망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근거 없는 데뷔 약속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해당 스토리 작가는 해당 사건이 만화가 협회에 제소된 뒤 제명처리 당해 웹툰 업계에서 퇴출되다 시피한 뒤, 네이버 카페 방사에서 새로운 그림 작가를 찾다가, 장르 소설계로 넘어가서는 장르 소설 연재 사이트 문피아에서 잠시 유료 소설 연재를 하다가 별 다른 작품적 반향을 끌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추었다.
허장성세(虛張聲勢)의 끝에 다다르는 종착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