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욕망과 사랑의 혼돈, <치즈인더트랩>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순끼 작가의 <치즈인더트랩> 썸네일 이미지
이중적인 유정과 눈치 빠른 홍설의 오묘한 사랑이야기
<치즈인더트랩>은 속을 알 수 없지만 완벽해 보이는 유정과 유정의 본 모습을 눈치 챈 고학생 홍설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유정은 여느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처럼 멋지고 잘났지만 가끔씩 섬뜩한 표정이나 행동을 하는데 그것이 유독 홍설에게만 눈에 띈다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홍설은 유정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유정은 홍설의 바람과는 반대로 사귀자는 고백을 한다. 유정이 홍설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여러 편에 걸쳐 설명해왔으나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게 한다. 참으로 오묘하다.
관계에 대해 불신하는 유정
<치즈인더트랩>의 유정은 아버지의 감시 속에서 살아온 캐릭터이다. 백인하와 백인호는 유정이 믿고 의지하던 친구들이지만 이들이 유정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것을 눈치 챈 이후 셋의 관계는 멀어진다. 관계에 대한 깊은 소통과 애정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유정이 보통의 사람들처럼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유정은 믿음이나 애정으로 이루어진 신뢰적 관계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지배 욕망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인 홍설에게 조차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서 각인시키는 뒷작업을 끊임없이 하면서 스스로 관계의 균열을 자초한다.
네이버 웹툰, <치즈인더트랩> 4부 64화 중에서
– 유정의 이중적인 모습을 눈치 챌 때마다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홍설이 다시 한 번 유정을 의심하게 된 최근 화.
과연 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욕망의 실현 도구로 전락한 유정의 사랑
홍설은 매우 눈치가 빠른 캐릭터다. 처음 홍설이 눈치 챈 유정은 이중적인 모습이었으며 이것을 파악하고서 피하려 하지만 유정과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결국 둘 사이는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도 유정의 치우친 관계의 욕망은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눈치 빠른 홍설이기에 유정의 행동이 유난히 눈에 잘 띄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정의 비뚤어진 관계에 대한 이해와 욕망은 개인적인 이유로 발현된 것이지만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뛰어 넘어야 할 관문이기도 하다. 유정의 성장을 위해 홍설이 그의 인생에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감정의 관계를 실현할 수 있는 유정으로 거듭나길
<치즈인더트랩>은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지만 홍설과 유정의 관계는 유정이 지배욕망을 사랑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한, 둘 사이에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다. 유정이 백인하, 백인호와 화해하는 것은 홍설과의 사랑이 맺어지는 것에도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