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칼럼] 네이버 웹툰 호랑작가가 선도한 웹툰의 3D 플래쉬 기법
일전의 칼럼에서 다룬 러브 슬립이 웹툰의 비주얼 노벨 틀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규격을 제시했는데, 호랑작가는 부분적으로 BGM을 넣고 3D 플래쉬 기법을 도입해서 연출을 극대화시켰다.
2011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특집 릴레이 단편이라고 해서 네이버 웹툰 작가들의 단편 웹툰을 실은 ‘2011 미스테리 단편’이 연재됐었는데 그때 호랑작가는 ‘5화 – 옥수역 귀신’과 ‘20화 – 봉천동 귀신’에서 한국 웹툰 사상 전례 없는 3D 플래쉬 기법을 넣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각각의 단편은 귀신 이야기로 스크롤을 쭉 내리면서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귀신의 머리가 돌아가거나, 화면을 향해 달려오는 3D 플래쉬 기법이 들어가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웹툰의 스크롤을 내리는 도중 BGM이 흘러나오게 만들어 보는 사람의 호흡을 고려했고, 스크롤 내려가는 타이밍에 맞춰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 최적의 효과를 거두었다. 거기에 강제 스크롤로 고정한 것 역시 신의 한수였다.
웹툰에서 효과음과 애니메이션을 적절하게 넣은 좋은 예시로 삼을 만하다.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타 유투브를 통해서 봉천동 귀신을 본 사람들 반응과 감상 영상이 속속들이 올라온 바 있었다.
유투부에서 그만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한국 웹툰을 넘어서 한국 만화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컷 속의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화면을 향해 달려드는 연출이 반복된다는 점과 이 작품 이후에 이 기법을 도입한 웹툰들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주로 한국에 개봉하는 호러 영화의 브랜드 웹툰(홍보 웹툰)에서 그런 경향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3D 플래쉬 기법이 웹툰의 관점에서 혁신적인 기술이기는 하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움짤(움직이는 짤방)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 것이다. 때문에 전체 내용 중에 어느 한 순간 잠깐 놀래키고 마는 게 끝이다.
거기다 이 기법에 너무 의존해서 독자를 움짤로 놀래키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 작품 자체의 밀도를 높일 생각을 안 하는 일이 자주 보이니 안이함마저 느껴진다.
어쩐지 일본의 J호러(저패니즈 호러)의 흥망성쇠를 다시 보는 기분이다.
링, 주온, 착신아리 등 일본 J호러의 3대 트로이카가 나온 이후, 소재/내용/연출/캐릭터 등등 비슷한 작품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몰락했다.
장르불문하고 어떤 작품이 어떤 것으로 엄청 잘나갔다고 해서, 그걸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하면 발전할 수 없다.
3D 플래쉬 기법은 여름 한철 공포 단편용 움짤로만 남기기에는 아까운 기술이다.
액션, 판타지, SF, 어드벤처 등등 역동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가는 장르에서 도입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기법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호러 장르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같은 움짤이라고 해도 패턴의 변화를 시도하거나 접근 방향을 달리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기존의 출판 만화에서는 할 수 없는, 웹툰 만의 고유한 연출이자 특성으로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한국 웹툰이 해외로 진출할 때 해외 유저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어필할 수 있으니 충분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