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와싯의 파스타툰 291 '꽃길만 걷자' (상)
니스의 웹툰 패러디 원본짤을 찾아서
―18. 와싯의 파스타툰 291 '꽃길만 걷자' (상)
니스NICE 장 지 원
지지난주 해외파스타를 연재한 후 1주일만에 파스타툰이 돌아왔다. 지난 16일 올라온 이번 편에서는 세리에A 16라운드까지의 순위를 바탕으로 한 팀씩 최근의 흐름을 되짚는 형태로 구성됐다. 이와 같은 포맷으로 최근에도 내놓은 적이 있었던 와싯이지만 이번 편은 그 스케일이 남다르다. 주요 클럽 몇 개만 콕 집어 리뷰했던 근래의 이전 편들과는 달리 이번 편에서는 세리에A의 전체 20개 팀을 한 컷 이상씩 한땀한땀 패러디로 엮어내 보여준 것이다. (비록 강등권 3팀은 실상 하나의 큰 형태로 묶이긴 했어도)
이 중 총 16개의 패러디를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16개를 한꺼번에 쓰면 스크롤 압박이 장난 아닐 것이기 때문에 지난주 칼카나마의 '탄해클라시코' 편 리뷰처럼 상-하편으로 나눠 적어본다.
2위 로마부터 보자. 유벤투스를 쫓아가기 바쁜 로마의 본래 기믹에 충실한 패러디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캐치미이프유캔'의 포스터를 재구성해 그린 것으로, 이 영화는 1960년대의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연은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프랭크 역)와 톰 행크스(칼 헨러티 역)!
한편 해당 컷 아래에서는 와싯이 "유벤투스 전까지 승리하면 1위와 1점차까지 가능"하다고 적었었는데, 거짓말같이 토리노 원정에서 0-1로 패하며 23일 현재 유벤투스(42점)와 로마(38점)의 승점 차는 여전히 4점 차다.
다음은 당시 3위(현재 5위) 밀란이다. 밀란은 컷에서 말하는 것처럼 로마에 패한 데 이어 다음 라운드에서 아탈란타와 0-0 무승부에 그치며 결국 나폴리와 라치오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마당에 음바예 니앙은 2경기 연속 페널티킥을 실축해놓고 "내가 정말로 차고 싶었던 건 PK가 아니라 이 썩어빠진 세상이었단다."라는 이상한 말을 남기는데...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호빵맨의 등장인물 잼 아저씨가 날린 희대의 명대사... 아니 실제 극중 대사는 아니고, 제목학원을 통해 재구성된 잼 아저씨의 이야기 중 대사로 나온 말이다. 명대사는 명대사다. "내가 정말로 굽고 싶었던 건 이 썩어빠진 세상이었단다." 이 이야기에서 잼 아저씨는 면허를 위조하고 직원들을 힘으로 눌러버리는 악덕 업주로 둔갑한다.
당시 4위(현재 3위) 나폴리를 이야기하면서는 세리에A 대신 그들의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을 소재로 꺼내왔다. 나폴리가 만난 상대가 디펜딩챔피언이자 새 클럽월드컵 챔피언 레알마드리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컷 속에서 마렉 함식이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말하는 사이 그 뒤로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이 실제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왜인지는 최근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상대들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09/10 포르투(6-2승) 이후, 10/11 바르셀로나(3-4패) → 11/12 밀란(3-4패) → 12/13 뮌헨(3-3,원정다득점2-3패) → 13/14 뮌헨(1-3패) → 14/15 모나코(3-3,원정다득점2-3패) → 15/16 바르셀로나(1-5패) → 16/17 뮌헨(결과미정) (...) 말 다 했다. 이번 시즌까지 7시즌 동안 레바뮌 중 두 팀을 만난 횟수만 5차례에 이른다. 14/15시즌 그나마 비교적 무난한 상대라고 마주한 모나코에게도 졌으며, 09/10시즌 포르투를 꺾고 준준결승 진출에 성공했을 때에도 하필 다음 상대로 바르셀로나를 만나 3-6 참패를 당했다.
저 코멘트는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탄핵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일을 가져온 것이다. 함식 뒤에서 벵거 감독이 한 말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트위터에 게재하며 받아친 "피눈물이란,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몇번이나 찢어진 세월호 유족들과 백남기 농민의 유족, 그리고 민생파탄으로 삶이 무너진 국민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일테지요"를 패러디했고 말이다.
당시 5위(현재 4위) 라치오의 엠블럼 위에는 거대한 황금색 독수리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이걸 와싯은 포켓몬화해 라치오가 "메가진화" 중이라고 표현했다. 메가진화란 6세대부터 새로 등장한 진화방식이며 오로지 배틀 중에만 메가진화했다가 배틀 후에는 진화 전 상태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건 뭐 초사이어인도 아니고 라치오의 독수리를 대체한 포켓몬은 메가피죤투로 피죤투가 메가진화한 모습이다, 라고 하지만 와싯이 그린 메가피죤투의 머리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초사이어인의 헤어스타일과 좀 더 유사하다.
아탈란타 짤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으니 그냥 7위(현재 9위) 피오렌티나로 곧장 넘어가자. 내용은 간단하다. 과거 세리에A 레전드들의 아들들이 피오렌티나에서 잘 뛰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연승을 조금 쌓은 후 지난 19일에는 라치오에 1-3패, 얼마 전 펼쳐진 23일 경기에서는 나폴리와 3-3으로 비겼다.
위 짤은 이 글을 쓰기 딱 4년 전인 2012년 12월 23일 방영된 KBS다큐3일 18대 대통령 선거 편에서 등장한 장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가 그를 지지하는 이유로 "아버지 닮아서 잘 할 거야" "가정교육이 최고"라고 말한 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정사를 조금만 검색해봐도 가정교육이 어땠을지 대충 감이 올 텐데.
다음으로는 8위(현재 그대로 8위) 토리노를 다룬다. 안드레아 벨로티는 23일 현재 16경기 13골로 득점선두 마우로 이카르디(인테르, 18경기 14골)를 1골차까지 추격했다. 그의 활약상을 띄우고자 와싯은 "로리! 다이스키!"를 변형해 "벨로티! 다이스키!"라고 쓰고 그린 것이다. 깨알같이 원본짤의 오른쪽 가슴에 박힌 여자의 이미지는 벨로티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다이스키(大好き)란 "많이 좋아해" 정도를 뜻하는 일본어이며 저 만화의 정체가 뭔지는 내게 아직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아는 분은 공유 바란다.
인테르는 이 웹툰이 그려질 당시에 9위였다가 프랑크 데 부어 전 감독이 경질된 지 시간이 지나자 7위까지 소폭 상승했다. 이를 보면 해당 컷처럼 "데부어가 인테르에 잘한 것도 있잖아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리라 짐작된다.
이 컷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 것도 있잖아요'라는 제목으로 돌고 있는 짤을 패러디한 것이다. 한 매체가 시민과 인터뷰하는 도중 "나는 데모하는 사람들 싫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짓만 한 건 아니잖아요. 잘한 것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는데 "어떤 것이요?"라고 묻자 대답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모습이다. 짤만 놓고 봐서는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다만 이 짤의 바탕이 됐을 원본 영상은 아직 찾아 헤매는 중이다.
다음은 당시 10위(현재 11위) 키에보 베로나. 와싯은 베로나를 잔류의 연금술사로 묘사하며 강팀에 져도 약팀을 확실히 잡는 베로나에게 "정답이다, 연금술사"라며 추켜세운다. 이 대사는 일본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진리(저 펩시맨 같은 놈)와 주인공 에드가 나누는 대화 중에서 나온 말이다. 이게 진짜 명장면이라고.
에드 "연금술이 없어도, 모두가 있으니까!"
진리 (웃으면서) "정답이다, 연금술사. 넌 '진리'에게 이겼다. 가져가라, 모든 것을."
무슨 내용에서 나온 것인지까지는 설명하자니 너무 길다. 우선 아래에 링크로 남겨둔 영상과 관련 문서를 읽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참고로 짤에서 보이는 진리의 잇몸 가득 드러나는 함박웃음은 그가 작중 처음으로 지은 표정이라고. 평소에는 썩소밖에 짓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편에 계속)
★ 패러디 원본 짤 출처
- 내가 정말로 굽고 싶었던 건 https://goo.gl/C8Xq1C
- 박근혜 피눈물이 난다는 게 https://goo.gl/suAwKq
- 문재인 피눈물이란 https://goo.gl/R5sNpS
- 정답이다 연금술사 https://goo.gl/Zv9AZQ
- 정답이다 연금술사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HF67b46q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