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의 인터뷰 논란. 과연 작가만의 문제일까?
최근 모 웹툰 비평 매체에서 레진 코믹스 소속 ‘환관제조일기’, ‘여자 제갈량’의 김달 작가의 인터뷰가 올라온 게 논란이 되어 SNS가 들끓고 있다.
필자가 기억하기에 인터뷰에 참여한 김달 작가는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웹툰 비평 매체에서 고평가하는 작가다. 그 매체 오픈 초기 때 김달 작가의 작품 감상이 바로 올라왔고, 그 이외에 필진 종합 평가부터 매체 관계자의 트위터에서도 김달 작가에 대한 호감을 계속 표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그 매체에 올라온 김달 작가 인터뷰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매체가 끊임없이 표현한 김달 작가의 호감도를 생각해 보면 악의적으로 인터뷰를 해서 왜곡할 것 같지는 않은데, 보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인터뷰 매체의 악의가 느껴진다고 하는 거 보면 확실히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쿨시크함을 가장한 작가의 무성의한 대답과 특정 사이트의 사람을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듯한 발언,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과 창작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는 것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게 온전히 그런 말을 한 작가만의 문제일지는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인터뷰이기 때문에 작가 이전에 인터뷰어와 매체 그 자체의 문제다.
작가가 인터뷰를 하면서 문제 발언을 했다면 그걸 사전에 거르고 편집을 해야 하는 게 매체에서 한 일이며, 그 전에 처음부터 문제의 여지가 있을 만한 민감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인터뷰어가 지켜야 할 소양이다.
헌데 이번 웹툰 작가 인터뷰 논란에서 인터뷰를 기획한 매체에서는 아무런 편집도, 수정도 하지 않은 채 작가의 발언을 전부 날 것 그대로 기록하여 인터뷰랍시고 올렸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자초한 것이다.
해당 작가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전에 다른 매체와 인터뷰 경험이 두 번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하는 인터뷰가 3회 째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건이 터진 걸 보면, 내용 이전에 인터뷰 방식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표방하며 아무 말 대잔치를 권장한다고 해도. 인터뷰 끝난 뒤 충분한 편집을 해서 올리는 게 정상적인 방식이다. 편집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전적으로 매체의 잘못이다.
그걸 작가의 탓으로만 돌려서 작가가 딱 그 정도 사람 밖에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주객전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달 작가의 <여자 제갈량>, 레진코믹스
편집의 문제 이외에 또 다른 문제를 찾아낸다면, 인터뷰 내용을 작가와 작품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무슨 사상을 검증하듯 인터뷰를 진행한 부분이다.
인터뷰를 통해서 그 작가의 작품관과 작품 철학, 스타일에 파고들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니라.. 매체의 편견 속에서'이 작가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딱 이미지를 정의해 놓고 인터뷰에 들어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터뷰어가 묻는 말마다 족족 아니다. 그런 의도 없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부정하는 말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매체의 인터뷰 안에 짜 놓은 어떤 특정한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작가가 저항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느낌도 살짝 든다.
기본 상식적으로 볼 때 이번 인터뷰는 사후 편집 없이 그대로 올리는 게 너무 말이 안 돼서.. 어쩌면 매체에서 인터뷰의 핵심으로 보는 특정한 질문에 대해 작가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고,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 매체 측에서 분노하여 작가를 엿 먹이려고 무슨 녹취록 공개하는 것 마냥 아무런 수정, 편집 없이 인터뷰를 실어 올린 걸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적인 추측마저 든다.
결과적으로 이번 웹툰 작가 인터뷰 논란의 가장 큰 폐해는 무편집 문제다. 웹툰 작가. 아니, 작가를 떠나서 매체에서 누군가와 인터뷰할 때는 사후 편집에 꼭 신경 써야 한다. (이게 무슨 아프리카 TV 같은 라이브 생방송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인가)
인터뷰 편집은 권장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고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매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없이 무작정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해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