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와싯의 파스타툰 298」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
니스의 웹툰 패러디 원본짤을 찾아서
―42. 와싯의 파스타툰 298 '빈익빈 부익부'
니스NICE 장 지 원
지난 17일 와싯은 11일(토)~14일(화, 이상 한국시각) 사이 열렸던 세리에A 24라운드의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빈익빈 부익부'라는 제목의 파스타툰을 선보였다. "이길 만한 팀이 승리한" "상위 11팀이 모두 승점을 따내며 빈익빈 부익부가 드러난 라운드"였다는 의미였다.
나폴리 대 제노아의 경기부터 출발한다. 내용을 풀이하자면 "한동안 승리가 없는 제노아를 맞아" 나폴리가 승점3점이란 어떤 것인지 가르침을 준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컷의 원본짤은 이미 지난 '패원짤' 20화에서 소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초 일본인 누리꾼의 트윗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이봐, 친구! 그거 알아? 레몬 한 개엔 자그마치 레몬 한 개 분량의 비타민 C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드립으로 남았다.
다음은 피오렌티나 대 우디네세 전이다. "골은 별로 안 불쌍해요"라며 골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우디네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지난 2011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MBC스페셜 '고기랩소디' 중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축산시스템과 육식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제작진이 거리로 나가 고기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직접 묻는 과정에서 이 짤이 탄생했다. 한 학생이 개고기는 안 먹으면서 소고기는 먹는 이유로 "소는 별로 안 불쌍해요"라고 답한 것이다. 참고로 피오렌티나가 든 마이크에 적힌 BRDR은 보라돌이(BoRaDoRi)를 뜻하는 듯하다.
이어서는 크로토네 대 로마의 맞대결이 그려졌다. 크로토네는 등장하지 않고 대신 로마의 모하메드 살라만 나왔다. 컷 속에서 살라가 좋아라하는 에딘 제코는 살라가 얻어준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그래도 결국 2-0 승리로 이끄는 쐐기골을 뽑아내 제몫을 해냈다. 이 컷은 지난 '패원짤' 18화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KBS다큐3일 '대통령 선거' 편에 등장한 또 다른 장면이다. 역시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가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장면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지" "나라만 위해서 살잖아" "한 번 됐으면 좋겠어"라는 간단한(?) 이유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팔레르모 대 아탈란타 전에서는 "강등대상"으로 찍힌 팔레르모가 고개를 푹 숙인채 등장하고 있다. 이 컷의 원조는 동아블로그 '동네총각의 완전히 찍힌 이야기'에 지난 2012년 업로드된 '징병검사 현장에서 본 병무청의 귀여운 협박문구'라는 글에서 만날 수 있다. 블로거 동네총각은 이 해의 첫 징병검사 현장을 찾아 다양한 풍경들을 취재했는데 저 한 장의 사진이 특히나 주목받을 짤방으로 남은 것이다. "사진의 저 친구는 순간 눈을 잠시 비볐을 뿐, 오해는 마세요!"라고 캡션을 달았지만 현역대상이라는 큰 글씨와 이에 좌절하는 듯한 제스처가 절묘히 한 그릇에 담기며 군필자들은 웃게, 미필자들은 울게 만드는 마법을 갖게 됐다.
인테르 대 엠폴리 전을 다루면서는 "유럽 대회 복귀를 가시권에 두고 전진 중"인 인테르를 태풍에 비유해 표현했다. 인테르는 지난 주말 한 라운드를 더 치러 25경기 승점 48점을 달성했으며 22일 현재 3위 나폴리(54점) 바로 아래에서 6점차로 추격하는 중이다. 이 컷은 지난 2012년 8월 SBS뉴스가 보도한 '시속 214km 강풍 위력에 5톤 탑차도 꽈당'의 한 대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기록적인 강풍으로 대한민국을 휩쓴 태풍 볼라벤을 취재하던 도중 그 바람 때문에 운전자도 기자도뱃살노출까지 당하며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면이 익살스럽고도 처절하게 찍혔다. 보도 중 "강풍에 기자도 사고 피해자도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가 정제되고도 태연한 목소리로 흘러나와 아이러니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토리노 대 페스카라 간의 경기에서의 주인공은 마시모 오또 전 페스카라 감독이다.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골인 3득점을 했으나" 그럼에도 "토리노에게 5실점을 하며" 기어이 또 패배해버렸다. 아무리 잘 해도 되는 일이 없는 페스카라다. 그래서 오또 감독은 컷에 그려진 것처럼 이 경기를 끝으로 옷을 벗고 말았다. 이는 애니메이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에 대한 패러디로 오또 감독이 옷과 두건을 벗은 핀, 페스카라를 상징하는 돌고래가 제이크 역할을 맡았다. 공통점이라면 넷 다 비를 맞고 있으며 대사 역시 똑같다는 것이다. "Life Sucks."
다음으로 다뤄진 경기는 삼프도리아 대 볼로냐의 맞대결이다. 삼프도리아는 18분 이후로 0-1로 뒤지기 시작하다가 82분이 돼서야 볼로냐와 눈이 마주치고는(?) 6분만에 동점골-역전골-쐐기골 3단콤보를 작렬했다. 해당 컷의 원본짤은 일본 만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순둥이 같은 소년 니시카타와 그런 그에게 여우같이 장난을 치는 타카기 양의 일상 이야기를 다룬 만화이며 원본짤에서는 니시카타를 쳐다보다 한참 뒤에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라고 말하는 심쿵할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와싯의 파스타툰으로 넘어와서는 세랴여고의 삼프도리아가 같은 대사를 치지만 정반대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호러짤로 변이되고 말았다.
칼리아리 대 유벤투스 전은 안경을 썼을 때와 벗었을 때 각각 곤잘로 이과인과 곤잘로 '갓'과인으로 달리 보이는 모습이 주 내용으로 그려졌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粉)가 처음 스파이더맨으로서 초능력을 얻었을 당시의 장면이 패러디됐다. 거미 한 마리에게 물렸을 뿐인데 안경이 필요없을 정도로 시력이 좋아지고 몸매 또한 근육남의 그것으로 달라진 것을 발견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
끝으로 살펴볼 패러디는 라치오 대 밀란의 경기다. 이 날 밀란은 45분에 루카스 비글리아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내준 뒤 유효슈팅 개수만도 4-11로 끌려갔지만 85분 헤수스 수소의 동점골로 어렵게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번 파스타툰에서는 불쌍한 어린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에 주목했고 말이다.
이 컷은 만화 '여로'의 한 장면 중 '똑바로 서라 핫산'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짤방을 패러디한 것이다. 고학력의 개발도상국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와서 당하는 비인간적인 처우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짤이다. 근로시간에만 일하면 되는데 왜 화장실 청소를 해도 하필 근로시간 전에 시키냐고 XX! 인터넷에서는 어떤 능력자에게 빨리 업로드해달라는 의미로 "일해라 핫산" 드립을 날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능력자에게 돈을 주며 독촉하는 것도 아니ㄷ...
사수올로 대 키에보 간의 경기는, 음... 정확히 무엇을 패러디한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도 ~겠다 우리가 ~게요"라는 드립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도 같은데 원본을 찾지 못했으니 말짱 꽝이다. 제보 바란다.
★ 패러디 원본 짤 출처
- 소는 별로 안 불쌍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2WMmz2UguS4
- 현역대상 https://goo.gl/QruO5J
- 5톤 탑차도 꽈당 https://goo.gl/oEdofM
- 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veFf6djDM9s
- 똑바로 서라 핫산 https://goo.gl/rw2bf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