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추락으로 즐거운 <차원이 다른 만화>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요엔 작가의 <차원이 다른 만화> 썸네일 이미지
완벽한 이차원의 평면적인 모습
한국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차원은 성적우수, 품행방정, 용모단정, 게다가 운동까지 잘 하는 인기인이다. 이차원은 만화나 교과서를 찢고 나온 듯한 완벽한 면모를 보이기에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한데 입을 모아 칭찬하고 사랑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단 한사람, 전학생 노마진은 이차원이 이상하다. 노마진의 눈에는 이차원이 이름 그대로 평면의 2차원의 용모로 보이는데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이차원은 전학 온지 이틀 만에 이차원의 팬클럽, ‘차사모’와 갈등을 빚는다.
네이버웹툰의 요엔 작가, <차원이 다른 만화> 1화 중에서
– 전학 온 노마진은 이차원의 2차원적인 평면성에 이상함을 느낀다.
다른 세상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이차원
<차원이 다른 만화>는 개그장르다. 그렇기에 반전의 낙차가 크고 낙차가 큰 상징적 표현들이 등장해서 스토리의 흐름을 깨트려도 기꺼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개그적 표현은 병맛만화라고 불리는 개그웹툰에서 흔하게 보이는 예측 불가함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그웹툰에서 반전의 낙차는 한 가지 전제가 있는데 기대했던 반전보다 허무하고, 의미 없고, 사소해야 한다. 이러한 희극적 낙차를 ‘추락(zzusamenstürzen, Nicolai Hartmann, Ästhetik, 2 Aufl. Berlin, 1966.)’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원이 다른 만화>의 희극적 낙차
현실감 없는 완벽함을 경험하고 평범한 것과 비교하여 이를 때,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한다. 이때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하거나 의미심장하고, 대단한 그 무엇을 경험했을 때인 반면, <차원이 다른 만화>에서의 의미는 정 반대로 활용된다. 중요한 캐릭터를 우리가 인지하는 3차원 세계보다 한 차원을 줄인 2차원으로 그려냄으로써 ‘차원이 다르다’라는 일반적인 의미를 전복시킨다.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갖는 상징으로부터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 만화이기에 이차원의 평면적 표현이 신랄하게 보여도 괘념치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차원이 다른 만화>가 가진 희극적 낙차, 추락의 지점이다.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면 자유로워진다.
<차원이 다른 만화>의 주인공, 노마진은 늘 괴롭다. 이차원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차원을 옹호하고 사랑하는 주변의 친구들도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노마진은 자신이 출연하는 매체가 만화가 아니라 실제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만화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독자들의 고정관념이나 현실에서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미적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고유의 특성을 가진 독특한 예술매체다. 이런 의미에서 독자들도 개그웹툰을 감상할 때 논리와 규범, 현실의 제약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면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