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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속편 내놓으라고 작가 멱살 잡고 싶은 웹툰 첫번째. <노점묵시록> by 백봉
올해는 유난히 시리즈물의 마지막 편이 개봉을 많이 합니다. 앞서 개봉했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도 그렇고, 현재 상영 중인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 <로건>도 그렇죠. 두 편 다 챙겨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다행스럽게도 두 시리즈 모두 마지막 편을 제법 잘 만들었습니다. 오지게 잔인하긴 한데, 시리즈에 충성한 팬들로서는 기쁜 일이죠. 불과 3일 전에 로건을 봤을 때 이야긴데요. 관객 중 절반 이상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도 안 나가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쿠키영상이 있을까 해서요. 마지막 편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쿠키 영상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기다린 이유는 아쉬움 때문이겠죠.
하긴 뭐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겠습니까.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문화창작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술도 친구도 영화도 음악도 오래될 수록 좋다"고 외치는 이들이 얼마나 많게요? 지금도 저는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미국의 R&B 3인조 그룹 SWB의 히트곡 'Weak'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거든요. "언니들, 음반 다시 내줘요" 울먹이면서요. 물론 웹툰에도 이렇게 좋은 의미의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 많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건 좋지만 그래도 독자들 생각해서 속편 내주면 안되겠니? 라고 외치고 싶은 작품을 골라봤습니다. 그 첫번째는...
병맛 웹툰의 신기원 <노점묵시록>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e9/1f/c75208b07777f358aa5ee6778c59.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제게 만일 단 한 명의 웹툰 작가를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연코 <노점묵시록>의 백봉을 꼽겠습니다. 매회 웹툰을 보면서 대체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상당한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작품인만큼 웹툰 좀 즐겨보신다 하는 분들은 <노점묵시록>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옥탑방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재림'은 어느 날 우연히 한 남자가 팔다 남은 음식을 버리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의 이름은 '홍덕', 분식계의 절대고수였죠. 재림은 홍덕이 버리는 음식을 공짜로 받는 대신 그의 장사를 돕기로 약속하지요. 홍덕은 분식계의 거대독점기업인 붕식푸드와 대결을 벌이기 위해, 숨어있는 분식고수들을 불러모읍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결이 시작됩니다.
인터넷으로 '병맛'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평가하는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노점묵시록>의 경우 이 설명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맥락이 없는 작품인 건 맞아요. 흔히 싸구려 음식이라 칭하는 분식에 전통음식을 다룬 만화에나 나올 법한 절대고수들의 경쟁구조를 더했으니까요. 분식계 절대 고수들이 명인이 된 과정도 맥락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렇지만 형편없다는 수식어는 이 작품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6b/3f/10f69a70501472ee86d2b254f328.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일단 그림을 볼 수 있겠는데요. 작가 백봉에게 네티즌이 붙여준 칭호는 '주름살을 가장 잘 그리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재림을 제외하고는 거의 중년 이상의 나이대 인물들입니다. 캐릭터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데, 물론 아름답지는 않지만 덕분에 캐릭터가 생생합니다. 하지만 백봉의 가장 뛰어난 점은 풍자를 코믹으로 녹여내는 능력입니다. 그의 내공과 병맛을 보여주는 회차를 예를 들어 살펴보죠.
26회와 27회의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붕식푸드 편 고수들과 홍덕이 모은 팀의 고수들은 승부를 벌이는데요. 토스트라는 메뉴를 두고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알랭 봉과 노점계의 토스트 최고수 마방길이 대결을 펼칩니다. 알랭 봉의 토스트를 맛본 심사위원들은 '프랑스의 맛과 한국의 맛을 조화롭게 풀어냈다'고 감탄하는데요, 그 전문가 평을 표현해내는 그림들이 기가 막힙니다. 글로 써서 뭐합니까. 직접 보시죠.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9e/ca/b25fb1e0be0f1c24cf8f39c3f69c.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5c/fd/4d47fe310e0bf46e116a791eab44.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89/8d/6922b4b9d1192955d68d91b7d621.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한국의 특수한, 혹은 병폐로 불릴만한 이미지들을 활용한 격높은 작가의 풍자가 느껴지시는지.
마방길 역시 토스트를 한 입 맛보고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맛으로 대결하면 내가 졌다고. 하지만 마방길은 길바닥에서 생존팁을 축적한 절대고수죠.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밑밥을 깔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만든 토스트는 소시민을 위한 것이라 단돈 900원에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고, 그러면서 알랭 봉에게 슬쩍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토스트는 가격이 얼마입니까? 혹시 지금 어디 사십니까? 마지막 질문, 군대는 어떻게 할겁니까? 네, 심사위원들이 외국 국적 한국인인 알랭 봉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하려는 교묘한 질문이었죠. 이 파트에서 스윽 지나가는 몇 개의 그림 컷과 '검은 머리 외국인'이란 단어는 풍자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방길은 '무엇이 더 맛있는가'의 명제를 '무엇을 사먹을 것인가'로 바꾸며 대결에서 승리하죠.
사실 26,27화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요. 작품을 정주행하다보면 백봉이 참 다방면으로 '지대넓얕'이구나 싶습니다. (물론 칭찬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난 칼럼에서 야한 웹툰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한 김에, 저만의 최애 포인트를 하나 더 소개하고 끝을 맺을까 합니다. 백봉은 섹드립도 능하거든요. 단연코 웹툰계의 신동엽이라 칭하고 싶네요. 29~31화로 휘리릭 넘어가 볼까요.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ae/c9/ea0c572c189de7740cd132f0ba0c.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오뎅탕 분야의 대결입니다. 일본 하네다 가문의 수제자가 등장합니다. 흰 피부, 육덕진 몸매, 귀여운 얼굴에 뛰어난 요리실력을 갖춘 그녀의 이름은 '하네다 하지마'(여기서 이상한 걸 느꼈다면 당신의 섹드립 지수도 보통이 아닙니다) 반면 노점상 팀에서는 공주병에 걸린 오국례 명인이 나옵니다. 소녀같은 화장을 하고 홍덕에 대한 애정을 끈덕지게 고백하는 40대 여성이죠. 29~31화에서 하네다 하지마의 컷은 거의 모두 성적인 함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거야 말로 글로 설명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 모든 컷들 중 엑기스를 감상하시죠. 후후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95/75/ce7a0f7dd96f1875e224219f6d17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f4/42/5fb693bee86176c274101b7ccca9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https://image.webtoonguide.com/f6/2b/cd6d753998f20e4e7d42d65fcd4b.jpg "[웹툰 리뷰]노점 묵시록 - 백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