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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 내놓으라고 작가 멱살 잡고 싶은 웹툰 세번째. <설희> by 강경옥

EditorAnne | 2017-03-20 09:24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속편 독촉 시리즈 세번째 글을 쓰기 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작가의 멱살을 잡고 싶다는 표현이 만화계 대모 중 한 분이신 강경옥 쌤에게 갖다대기엔 뭔가 심히 불경한 단어처럼 느껴지네요. 푸하하. 그럼 앞에 거론했던 백봉 작가와 가스파드 작가는 멱살 잡아도 된다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그만큼이나 속편을 기대하고 있는 웹툰 팬의 과격한 표현이라는 말씀 드리면서...

뻘 소리 먼저 늘어놓았는데요. 그만큼 국내 만화 팬들에게 강경옥 쌤의 위상이 높다는 이야기에요.  <설희>는 9년 전 만화잡지에 연재되었던 만화고, 저는 지금도 잡지를 사서 읽었던 저의 소싯적 시절이 생생하거든요. 잡지에서 다음웹툰으로, 그리고 레진코믹스에서 완결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스토리가 늘어진다거나 작화나 구성이 무너진다거나 하는 게 없었어요. 이런 게 바로 내공이겠죠.

이야기는 국제적 재벌 밴더스가 사망하며 시작됩니다. 섬에서 10년동안 숨어 자란 밴더스의 딸 알리사(한국 이름은 설희)에게 재산의 상당부분이 상속됩니다. 딸의 존재조차 몰랐던 유족들은 당연히 반발심을 갖게됩니다. 가장 크게 분노한 건 밴더스의 젊은 미망인. 결국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설희를 사람을 시켜 암살하게 되는데요. 놀랍게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설희는 살아납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밴더스 회장의 양자인 할리우드 톱배우 마커스는 이상하게 설희에게 끌립니다. 마커스는 어린 시절 한 섬에 놀러간 기억이 있는데, 그때 그녀의 엄마로 추정되는 한 여인을 보았거든요. 그 여인은 슬프고도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엄마를 꼭 닮은 설희에게 자꾸만 관심이 가는데, 공교롭게도 설희의 비밀을 목격하게 됩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그 비밀은 다름아닌 설희가 불로불사의 몸이라는 겁니다. 마커스가 봤던 묘령의 여인은 설희의 엄마가 아니라 설희 그 본인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요? 조선시대 태어난 설희네 가족은 우연히 외계인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결국 설희 혼자만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외계인이 설희의 몸에 치료를 위한 어떤 조치를 취했는데, 그게 설희의 육체를 완전히 바꿔버린 것 같습니다. 당연히 설희는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며 살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늙지 않는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고 또는 그녀의 육체를 통해 자신들도 영원을 얻으려고 하거든요.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너무나 긴 인생을 살아온 설희는 더이상 삶에 대해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긴 생을 살아오며 유일하게 사랑했던 한 남자 내은산과의 추억은 설희를 언제나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설희는 내은산의 전생을 찾아 헤맵니다.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고 언제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태도의 설희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것이죠.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그리고 설희는 드디어 내은산의 전생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를 찾아냈습니다. 한국에 사는 세이. 데뷔를 앞둔 소속사 연습생입니다. 설희는 그가 정말 자신의 전생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머무르며 세이를 지켜봅니다. 그 과정에서 세이의 남매같은 친구 세라와도 인연을 맺게 됩니다. 알고보니 세라는 어린 시절 설희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어린 세라는 설희에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했고 설희는 그 약속을 지킨 것이었습니다. 인간다움이 없어진 줄 알았던 설희에게 발견된 의외의 면모라고 할 수 있죠.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설희는 아주 오랜만에 세라와 세이에게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낍니다. 힘든 경제상황 때문에 척박하게 살아야 했던 세라도 설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꿈같습니다. 설희 덕분에 인생의 첫 뜨거운 사랑의 경험도 하게됩니다. 세이도 설희에게 진심으로 끌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세이는 내은산의 과거로 추정되는 장면들을 꿈에서 보고 설희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진짜 전생이었던 것입니다.

행복한 세 사람의 모습에 그림자를 드리운 건 중국인 여인 베라입니다. 베라는 아주 오래전 목숨이 위태로울 때 설희의 피를 수혈받아 살아난 여자입니다. 설희가 자신의 고독하고 긴 인생에 친구가 생겼다고 기뻐했던 것도 잠시, 베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설희를 배신합니다. 그리고 불법적인 일을 하며 기나긴 삶을 지탱해옵니다. 베라는 끝없이 긴 삶이 어떤 것인지 몰랐기에 버겁습니다. 불완전하고 힘들기만 한 자신과 달리, 설희는 아름답고 젋고 부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불같은 질투심때문에 괴로운데, 설상가상으로 몸에 변화가 느껴집니다. 기억이 자꾸 사라지고 감기도 낫질 않아요. 지겹다고 생각한 긴 인생이지만,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지 않습니다. 베라는 결국 설희에게 해꼬지를 가합니다. 세이를 납치해 설희를 유인해 불러들이고, 협박 끝에 세이에게 자신의 피를 투여합니다. 죽거나, 불로불사의 몸이 되거나 둘 중 하나죠. 그리고 분노한 설희에게 총을 맞고 죽습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 모든 기억은 사라져있었습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먼 곳에서 날아온 마커스는 설희에게 청혼합니다. 불로불사의 설희가 정말 좋은가 봅니다. 설희의 마음은 세이를 향해 있지만 결국 그녀도 마커스를 선택합니다. 왜냐고요? 세이가, 내은산의 현신인 그가 두번째 실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뭔지는 작품으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설희는 한국을 떠나기 전 세라를 만납니다. 막 이별을 경험한 세라에게 설희와의 이별은 더 큰 상실로 다가옵니다. 꿈같았던 나날을 뒤로 하고 다시 척박한 삶에 던져지는 느낌입니다. 설희는 차갑게 이별을 고하는 듯하지만 끝까지 세라를 친구로서 배려합니다. 세라가 헤어진 연인과 다시 한 번 마주칠 수 있게 해주고, "짦은 인생 잘 살아라. 선택의 순간이 오면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해줍니다.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설희와 함께한 물리적인 시간은 짧았지만, 세이와 세라의 인생에 큰 영향을 남겼습니다. 세라는 도망치거나 타협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써서 전도유망한 작가가 되었고요. 세이는 데뷔에 성공하며 인기스타가 됩니다. 그런 만남이 있습니다. 그 만남 이후로는 이전의 삶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만남이요. 행운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만남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여부가 달라집니다. 다행히 세이와 세라에게는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헤어졌던 연인과 행복한 재회를 한 세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습니다. 세이도 연예계 활동을 꾸준히 하며 톱스타의 반열에 오릅니다. 시간이 흘러도 설희와의 추억은 흐릿해지지 않습니다. 어느 날 비행기 추락사고로 설희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 이후, 두 사람은 설희의 이야기를 더이상 꺼내지 않습니다. 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인생이 마련한 이별의 순간이 하나둘씩 찾아옵니다. 절친한 친구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고, 딸은 유학을 떠나며, 날 힘들게 했던 어머니는 죽음을 맞습니다. 세라의 얼굴에 어느새 주름이 깊게 파였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잠시 피곤한 몸을 기대 앉은 세라에게 한 소녀가 다가옵니다. 설희입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나와의 약속을 지키러 왔니?'라는 세라의 질문에 설희가 말합니다. "내가 보고싶어서 왔어" 설희도 세라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20대의 소녀가 된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벅차합니다. 그때 세이가 도착합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베라의 피를 수혈받은 세이는 설희처럼 20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20대의 모습을 한 그들이 포옹을 나눕니다. 입밖으로 꺼내본 적 없었지만 서로를 늘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세라는 뒤에서 포옹을 나누는 연인을 바라봅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청춘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행복감이 쌓입니다. 문득 세라는 설희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웹툰 리뷰]설희 - 강경옥

그리고 설희의 여정을 9년동안 지켜본 팬들도 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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