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의 해외 수출. 장미빛 미래만 보지 말고 잿빛 현실을 봐야 할 때.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다는 기사와 웹툰 업계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잊을 만 하면 뜨문뜨문 올라와서 항상 챙겨 보고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과 우려스러운 부분 등이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은, 과거 출판 만화 시대 때는 오프라인에서 종이책을 발행해 판매했기에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인쇄비, 물류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가 컸던 반면. 지금 현재의 웹툰 시장은 과거와 반대로 온라인에서 인터넷/모바일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인쇄비, 물류비가 따로 들지 않고 번역만 하면 어느 나라든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부분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을 다룬 기사의 대부분이 밑도 끝도 없이 긍정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한 사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어두운 그늘은 다루지 않고 햇볕이 드는 양지만을 비춘다.
한국에서 흥행을 한 작품이라고 해서, 해외에서도 흥행하겠지. 하고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면 결코 성공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연재 당시 네이버 간판 웹툰 중 하나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일본에 수출되었지만.. 단행본 4권으로 조기종결된 사례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신과 함께 원작의 작품 완성도적인 부분에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화를, 일본 만화가를 기용해 미려한 그림체로 작품 자체를 새로 그렸고 일본 독자의 취향을 반영한 현지화도 했는데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단순히 원작의 부족함과 한계 이전에,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의 관점에서 나라 간의 정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출판 만화 시대 때도 한국에서 인기 만화가 일본으로 수출된 뒤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일도 적지 않게 있었다.
최근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예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사례를 보면, 분명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도 있긴 하나.. 그 몇몇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해외 진출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을 자처하는 것이다.
한국 웹툰 작가들이 대부분 한국 시장에 맞는 작품만 그리는 게 큰 위험 요소라는 말에는 공감이 쉽게 가지 않는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면 해외 시장에 맞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정서에 맞고,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파악해 해외 독자의 흥미를 끌고 욕구를 충족 시켜줘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기획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해외로부터 수입된 작품이 한국에서 흥행하는 경우도 있고 작품의 재미가 국경을 초월할 수는 있으나,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와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전 세계 사람에게 통한다는 기준이 애매해서 어떻게 하면 잘 나가는지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 시장용 작품을 기획하지 않고 자국 시장용 작품의 퀼리티를 높여서 보편성을 획득하려면 웹툰 작가들의 창작 환경을 개선해서 보다 안정적이고 퀼리티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투자해야 된다고 본다.
작품 퀼리티 상승적인 부분을 창작/연재 시스템의 개선 없이, 오로지 작가의 능력과 의지에만 의존하면서 한국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시장을 노려라! 라고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지금 현실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사실 웹툰 플랫폼에서 해외 진출작은 일부 선택 받은 작품에 불과하고, 현실은 작가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한 번 해보고 싶어도 플랫폼에서 쉽사리 보내주지 않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즉, 젊은 작가들이 대부분 국내 시장에 안주한다고 하기 이전에, 누구나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창구부터 여는 게 맞다.
말로만 ‘해외 진출! 잘하자! 잘해보자!’ 할 것이 아니라, 기획, 투자, 지원, 분석, 창작 환경 개선을 통한 작품 퀼리티 상승, 해외 진출 창구 개방 등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