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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는 자영업자일까, 직장인일까?

잠뿌리 | 2017-03-28 09:23

웹툰 작가는 자영업자일까, 직장인일까?

일주일 전 웹툰 작가에게 공휴일이 없는 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현직 웹툰 작가의 트윗에 누군가 웹툰 작가들은 직장인이 아니고 자영업자라는 논리로 딴죽을 걸면서 한창 논쟁이 불거졌었다.

그 논쟁을 쭉 지켜보다가, 웹툰 작가를 과연 자영업자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일단, 웹툰 작가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건 맞다. 웹툰 작가뿐만이 아니라 출판 만화가, 장르 소설가 등도 다 자영업자에 해당한다.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할 때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작가 직종이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로 하는 일과 업무 환경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직장인에 더 가까운 점도 있다.

웹툰 작가가 성공했을 때 거두는 수익이 일반인의 통념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명절이나 법적 공휴일에 쉬지 말고 일만 하고 살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말이다.

성공한다면의 전제를 깔아 놨는데 현재 한국 웹툰 시장에 작가 수가 천 단위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크게 성공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작가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작가/플랫폼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큰 시점에서, ‘니들 성공하면 돈 많이 벌잖아. 그러니 징징거리지 마라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겠나.


설령, 진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게 돈 많이 버는 만큼 쉴 때 쉬지 말고 일만 하라는 말을 합리화시켜주지는 못한다.

하나의 플랫폼을 대표하는 간판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두어 많은 수익을 얻었다고 해도. 쉴 때 쉬지 못하고 일만 했기 때문에 병에 걸려 장기간 휴재를 한 작가들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성공을 했던, 실패를 했던,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간에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쉴 때는 쉬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TV에서 유명 웹툰 작가가 방송에 고정 출현해 놀고먹고 빈둥거리다가 마감 다가올 때 바짝 원고 그려서 연재하고 인기 작가로 성공하는 걸 보고 웹툰 작가가 꿀 빠는 직종이라고 오인하는 시각도 있던데. 그런 극히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전체로 일반화하지는 말아야 한다.

요즘의 작가는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스튜디오 등과 계약해 그곳에 소속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장인에 더욱 가까워졌는데.. 그런 소속이 없이 혼자 활동하는 작가라고 해도 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해 작품을 연재하기 때문에 갑을 관계를 이룬다.

계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양측에 있는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계약서를 써 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는 기본 상식이다.

플랫폼과 계약을 해서 정해진 연재 날짜에 원고 마감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출근, 퇴근이 없고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직장 생활과 다를 게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택 근무다.

원고 자체야 작가 혼자 완성하지만, 그걸 체크하고 정시에 연재하는 건 편집부가 할 일이며, 연재처인 플랫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니 작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작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작가가 스스로 재화를 창출하는 직(職域)이란 말은 완전 잘못된 말이다. 해당 직업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몰지각한 말이다.


착취하지 않는 위치란 말은 가장 말이 안 된다.

명절, 공휴일 없이 풀 컬러 주간 연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미 작가로서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거다. 한국 웹툰 시장에 주간 연재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어서 그게 착취가 아니라 당연히 해내야 할 일로 굳어진 것뿐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다. 근데 물리적으로 힘든 일인 건 맞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말조차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스스로 선택했으면 스스로 감당해내는 게 어른으로서의 기본은 맞긴 한데, 그걸 아니까 작가들이 힘들어도 때려치우지 못하고 연재를 계속 하는 거다.


그리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걸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갖는 것 자체를 금하는 것은 지나치게 사업자의 관점에 몰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약자의 룰로 규정하고 차단하는 시점에서 불합리함의 끝이 보인다.

자영업자라고 시스템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 같나? 대기업 프렌차이즈와 업주 사이의 갈등이 끊임없이 생기고 기업의 갑질에 업주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발생하는 게 왜일 것 같나. 그건 스스로 재화를 창출하는 직역이 아니니까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재화를 창출해도 그것을 상업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유통사, 배급사를 거치는 건 필수 요건이고. 거기서 시스템의 문제를 겪을 수 있으니 시스템 비판을 남의 일이라고 쉽게 생각할 게 아니다. 미국 헐리웃 영화계에서 배급사의 지나친 간섭으로 각본/촬영에 차질을 빚어 나오기 전에 만인의 기대를 한몸에 받다가, 완성되어 나온 이후 폭망한 영화들이 한 두개가 아니란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영화 감독도 소설가, 만화가랑 같은 창작 계열 직업인데 그래도 과연 스스로 재화를 창출하는 직역은 착취 당할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리자면 작가는 자영업자, 직장인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멀티 클래스다.

휴일, 공휴일이 정해지지 않고 365일 내내 마감을 해야 하니 노동 시간은 직장인보다 더 많은데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인 데다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의 노동법에 보호를 받지 못해서 열악한 복지에 노동 환경 개선 자체가 어려운 마당에, 작가들은 자영업자니 사업자니까 니들이 알아서 환경을 개선하세요 라고 복지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놀고 싶을 때 놀 수 없고,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건 다른 직종과 똑같다. 그걸 놀고 싶을 때 놀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고 왜곡하면서 작가라는 직업 자체를 멸시하며 자영업자란 표현을 멸시의 합리화로 이용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웹툰 작가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징징거리자마라-라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으니 그렇게 멸시하는 거 같은데 착각하면 안 된다.

세상에 남의 돈 벌어먹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무슨 일이든 간에 돈 버는 일은 다 그 나름의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내가 하는 일만 존나 힘들고 남이 하는 일은 존나 쉬워 보인다며 아무것도 모르면서 되도 않는 쓸데 없는 경쟁심 가지고 까지 말자. 현실은 시궁창이고, 우리가 사는 이 땅은 헬조선 지옥불반도인데 다 같이 힘들고 어렵다면 다 같이 나아질 생각은 안 하고 누가 더 힘드니 마니 불행 배틀이나 뜨는 게 되겠나, 이거.
만세! 내가 하는 일이 재가 하는 일보다 더 힘들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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