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망상 이야기 : 웹툰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은 어떨까?
최근 공중파 TV나 케이블 방송에서 현직 웹툰 작가들의 자주 볼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회성 출연만 했던 것이 요즘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되어 매주 해당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고, 이제는 웹툰 작가보다 오히려 예능인으로서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 쪽에서는 OGN의 켠김에 왕까지에 출연했다가, SNL 코리아를 거쳐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기안 84 작가, 켠김에 왕까지/SNL 코리아/MBC 무한도전/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던 이말년 작가, MBC 무한도전/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던 주호민 작가, SBS 런닝맨에 출연했던 조석 작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김풍 작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웹툰 작가들처럼 활발하게 예능에 출연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예능 프로그램(무한도전)의 패널이나 멘토링으로 출연한 유명 웹툰 작가들로 다음 웹툰의 강풀 작가, 윤태호 작가, 허영만 선생 등도 있다.
단발 출연으로는 SBS 런닝맨에 야매토끼 작가, MBC 무한도전에 무적핑크 작가, MBC 라디오 스타에 박태준 작가 등이 있다.
공중파 TV/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웹툰 작가 면면을 살펴보면 네이버/다음 등 대형 포털 출신의 네임드 작가만 나오고 비포탈 출신의 웹툰 작가는 상대적으로 출연한 전례가 거의 없다.
허나, 네임드 작가들이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도 무조건 흥하는 건 아니다. 네임드 작가들이라고 해도 기본 클래스는 만화가지. 예능인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방송에 첫 출연하거나, 출연 경험이 몇 번 있어도 예능 초짜라서 예능 활동에 한계가 있다.
예능 감각을 발휘해 작가와 예능인의 멀티 클래스를 획득한 건 사실 김풍 작가가 유일하다. 웹툰 작가란 직업이 방송과 완전 관계가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웹툰 작가와 방송인 사이의 간극을 좁힌 게 오히려 대단한 일이다.
사실 웹툰이 세간에 화제가 되다보니, 방송계에서 웹툰 작가를 섭외하여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이고. 방송에서 포커스를 맞추는 건 작품이 아니라 웹툰 작가 그 자체라서, 웹툰이란 소재를 다루는 건 단순히 그걸로 얼마나 히트를 치고, 얼마큼의 돈을 벌었는지에 대한 성공 여부 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에서 웹툰 작가 섭외할 때 나오는 18번 대사가 ‘웹툰 그려서 돈 얼마나 벌었어요?’ 이거니까 말 다한 셈이다.
그래서 기존의 방송처럼 웹툰 작가 섭외해 놓고 작가 개인의 신상만 캐다가 끝내지 말고. 웹툰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면 과연 어떤 것들이 나올까?
예전에 필자의 SNS에서 즉흥적으로 생각이 떠올라 트윗으로 올린 적이 한 번 있었는데, MBC ‘복면가왕’의 웹툰 버전이다.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서 출연진으로 하여금 그 정체를 추리하게 하고, 관객의 선택을 받아 승패를 결정해 라운드 진출을 시켜 최종 우승자를 뽑는 프로그램이다.
그 복면가왕을 웹툰으로 바꾸면, 웹툰 작가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 그림 실력을 뽐내서 추리하고 대결하는 것이 된다.
작가들의 그림 스타일은 고정되어 있어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본래 그림 실력이 출중한데 그것을 감추고 의도적으로 망가진 그림의 개그물을 그린다거나 혹은 주간연재 스케줄을 맞추느라 어깨 힘을 빼고 그려서 그렇지 본래 실력을 100% 내면 빼어난 그림을 그릴 수 있거나, 오래 전에 데뷔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고. 쉰지 오래되어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 있던 베테랑 작가들이 다시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것 등등. 바리에이션이 풍부할 것 같다.
현재 웹툰 작가들이 종종 다음팟, 트위치, 픽카트로로 그림 방송을 하고, 행아웃으로 합동 그림/원고 방송을 하긴 하는데 그걸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웹툰 작가들의 단체 원고 방송을 해서 시청율로 랭킹을 정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웹툰 버전.
한 가지 테마를 정해 거기에 맞는 웹툰 작가들을 섭외해서 작가들이 그린 작품을 화재로 삼아 이야기를 하는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의 웹툰 버전.
진보, 보수 양쪽 진영의 시사 만화가를 섭외해서 서로의 주장과 생각을 실시간으로 만화로 그려서 시사만화 대담을 펼치는 JTBC 썰전의 웹툰 버전.
그 이외에 기타 등등. 웹툰 작가 본인이 아닌, 웹툰 그 자체를 방송 소재로 삼고 그것을 중심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웹툰 원작의 영화, 드라마도 활발하게 제작되면서 웹툰과 방송의 콜라보레이션이 한창인 이때. 웹툰 작가 개인에만 초점을 맞춰 좁은 시각으로 보면서 없는 예능감을 쥐어 짜낼 게 아니라, 웹툰 그 자체에 소재로 삼아서 그것을 적극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와 예능 방송의 역사를 새로 썼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