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과 음악의 1+1. 장르 접목의 진화는 현재진행중.
일전에 실존하는 가수와 웹툰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칼럼을 쓴 바 있는데, 이번에는 웹툰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자 한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이면 또 모를까, 만화는 음악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장르였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소리가 나와서 음악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반면. 만화는 그림을 보는 것이라 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웹툰은 오프라인에서 종이책으로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웹으로 서비스되면서 IP(지적 재산권)의 확장성이 넓어 수년 전부터 음악과 연계되어 실제 뮤지선들이 참여한 OST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에 지강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와라 편의점’을 그룹 가수 UV(유세윤 & 뮤지)가 OST 작업에 참여해 부른 ‘편의점’은 UV의 뮤직 비디로도 나왔다.
근데 사실 그때는 웹툰 OST로서 주목 받기보다는, UV의 신곡 성격이 더 강했고, 방송과 인터넷상에서 ‘십덕후’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오덕 페이트 이진규의 뮤직 비디오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아서 웹툰은 그저 거들 뿐이었다.
2011년에 하일권 작가의 네이버 웹툰 ‘삼봉이발소’가 실사 연극으로 만들어지면서 OST 앨범이 나왔는데, 그쪽도 사실 웹툰이 메인이기 보다는 연극이 메인에 가까웠다.
웹툰 OST가 그것 자체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같은 해인 2011년에 보이스 웹툰의 등장 때부터다.
보이스 웹툰은 기존의 웹툰에 음악과 효과음을 넣고 전문 성우들의 더빙을 더해 영상으로 제작한 신 개념 콘텐츠다.
2011년에 순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 그 선봉에 섰고, 당시 가수 ‘아일랜더’가 OST 작업에 참여해 타이틀곡 ‘사랑하나 못하는 바보’를 불러 인기를 끌었다.
그 뒤로는 웹툰 OST가 좀 더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다.

2012년에 하일권 작가의 네이버 웹툰 ‘목욕의 신’은 음악감독 윤건이 제작과 프로듀싱을 맡고 가수 몽키승리가 노래를 불러 OST를 만들었고, 같은 해에 기안 84 작가의 네이버 웹툰 ‘패션왕’의 OST ‘발맞춤’은 작곡가 듀오 ‘러브시티’가 곡을 쓰고, 래퍼송 라이터 ‘닥터 심슨’이 작가 및 기획 제작. 가수 ‘이수훈’이 불러서 웹툰 OST 사상 최초로 음원차트에 진입하기까지 했다.
2014년에 귀귀 작가의 네이트 웹툰 ‘전학생은 외계인’의 OST ‘짱가(짱가의 노래)는 ’밴드 아이씨사이다‘가 참여했고 한국 웹툰 사상 최초로 시리즈로 웹툰 OST 작업이 진행되어 싱글 발매까지 이어졌다.
2015년에 이충호 작가의 다음 웹툰 ‘하이드’의 OST에 ‘밴드 네미시스’가 참여했는데, 당시 웹툰 하이드를 원작으로 삼아 SBS 새 수목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가 방영하면서 거기에 맞춰 OST가 만들어진 것으로 웹툰+드라마+OST의 3가지 콘텐츠가 연계된 기획이었다.
2015년에 오창호 작가의 네이버 웹툰 ‘러브 슬립’의 OST ‘사랑쪽지’를 밴드 슈가볼 출신 작곡가 겸 키보디스크 ‘소이빈 페이스트’가 발매하고, 같은 해에 류채린 작가의 네이버 웹툰 ‘우리, 헤어졌어요’에 ‘위켄드 다이어리’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어 OST ‘난 모르는 그대’가 발표으며, 하일권 작가/정은경 작가의 네이버 웹툰 ‘고고고’에서는 ‘밴드 고래야’의 OST ‘고민스러운 갈림길’이 삽입됐다.
2016년에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 버논’이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의 OST ‘병’을 발표됐고, 같은 해에 음원이 공개된 실력파 가수 윤하가 부른 웹툰 원작 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 with 네이버웹툰’의 OST ‘Fly To High’는 고퀼리티를 자랑해 웹툰 관련 음악이 이 정도 경지에 이르렀구나! 하는 컬쳐 쇼크를 안겨 주었다.
그밖에 여러 웹툰의 OST 앨범이 발표되었고 2016년을 기점으로 약 50여개가 넘는 웹툰 OST가 나왔다.
올해 2017년에도 웹툰 OST는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데, 실제 연애 기획사 판타지오와 웹툰 플랫폼 코미카의 합작으로 판타지오의 두 번째 배우 그룹 ‘프로젝트: 서프라이즈 U’의 코미컬라이징한 ‘트레니즈’의 OST가 발매됐고. 탑툰에서 연재 중인 힙합 웹툰 ‘힙찔이 방진호’의 OST ‘TOP’은 실력파 래퍼 지투(G2)가 참여했다.
앞으로 또 어떤 웹툰의 OST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웹툰 OST는 지난 수년 간 꾸준히 나왔고. 다양한 뮤지션이 OST 작업에 참여해 장르가 편중되지 않아서 골라 듣는 재미가 있으며, 기획적인 측면에서 볼 때 웹툰과 음악의 연관성이 커져서 어느 한쪽의 덤이 아니라 서로 한 몸을 이루는 1+1이 되어 가고 있기에 그 장르 접목의 진화는 현재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현재 인지도와 대중성에 있어 음원 시장에서 대중 음악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는 없겠지만.. 웹툰과 음악을 접목한 웹툰 OST의 고유 영역을 인식하고서 계속 육성할 만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한국 웹툰 플랫폼과 음악계가 업계 차원에서 협업하여 웹툰 OST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서, 웹툰 OST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