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용이 산다 성소수자 희화화 관련 논란
초 작가의 네이버 토요 웹툰 ‘용이 산다’의 연재 내용이 최근 논란이 됐다. 정확히는, 2017년 6월 2일에 연재된 시즌 3의 13화 내용이다.
13화 내용 중에 김용이 용 상태에서 책장에 한쪽 팔이 끼어버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팔을 빼려고 하고 최우혁이 그걸 도와주다가, 택배 건으로 불시에 찾아온 김용의 누나 김옥분이 그 현장을 보고 동성애로 오해하는 장면이다.
해당 내용은 코미디 만화에 자주 나오는 클리셰라고 할 만한 개그였다.
남자 캐릭터 둘이 투닥거리다가 엉켜서 동성 커플로 오인 받는 것은 기존의 만화에도 자주 나왔고, 굳이 남x남 조합이 아니더라도 여x여 조합도 있으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 찾아오는 개그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어 작가가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린 뒤 연재분 내용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실제 한 동성애자 팬이 작가한테 해당 내용이 성적 소수자한테 불쾌감을 끼친다고 해서 부적절한 개그 코드였다고 지적하고, 이에 다른 독자들이 호응하여 작가가 페미니스트라고 믿었는데 그런 걸 그릴 줄 몰랐다고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와서 논란이 된 것이다.
결국 수정하기는 했는데 그게 본편 자체를 갈아엎은 것은 아니고 그냥 맨 마지막에 나오는 김옥분의 대사를 수정했다.
본래 연재분의 대사는 말줄임표를 빼면 ‘너네 언제부터 취미, 아니 취향, 아니 성향’ 이거였는데 수정판에서는 ‘너네, 어, 그런, 어’로 바뀌었다.
일단, 이게 과연 사과문까지 올리고 내용을 수정해야 할 만큼 부적절한 개그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건 해당 작가와 독자가 풀어야 할 일이니 제 3자가 적절성을 따질 필요는 없고.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해 볼 수 있는 독자 피드백 문제다.
웹 연재의 특성상 독자의 반응이 즉석에서 나오기 때문에 피드백이 빠르고. 작가가 거기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독자의 피드백을 받아들일지, 작가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 창작의 자유를 중시할지. 그건 전적으로 작가 개인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다.
웹 연재를 계속 해 나가려면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쳐지지 않고 그 간극을 좁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건 독자가 작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작가를 소비한다는 거다.
이번 사건에서 걸리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정확히는, 독자들이 인식한 작가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작가의 말이나 행동이 거기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작가님, 그런 분인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기치로 삼아 우르르 들고 일어나는 거다.
만약 작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작품과 관련이 없는 개인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면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데. 별개로 봐야 할 작가와 작품을 연관시켜 작가를 까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작품을 보고 순수하게 재미를 느껴 독자가 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사상과 성향을 보고 팬이 되어 작품이 아닌 작가를 소비하는 구조가 되었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작가님은 어떠어떠한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그리면 안 되고 저런 내용만 그려야 한다고 제한하는 것은 온전한 독자 피드백이라고 할 수 없다.
작품이 아닌 작가를 소비하는 게 독자에게 있어 새로운 소비의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 본 바로는 그 리스크가 결코 작지 않아서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얻은 지지는 마냥 좋은 게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