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작가 고수익의 일반화를 경계해야 한다
2017년 6월 1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잡스’에 네이버 웹툰 소속 주호민 작가와 김풍 작가, 기안 84 작가, 전선욱 작가가 출현했다.
해당 작가들은 네이버 대표 작가들이자,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 그쪽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등등)
작년 2016년에도 웹툰 작가들 돈 많이 번다는 기사가 올라오는 것을 경계하는 칼럼을 쓴 바 있는데, 그로부터 반년 후인 지금도 여전히 방송 프로그램, 인터넷 기사 등에서 웹툰 작가가 고수익을 벌어들인다는 것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웹툰 작가 불러놓고 요새 얼마 버냐고 묻는 건 이제는 뻔한 레퍼토리가 됐는데, 이번 잡스에서 나온 것은 그보다 안 좋은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일반적인 요즘 웹툰 작가의 초봉이 얼마냐는 질문에 방송에 출현한 작가들이 어지간한 대기업 초봉 수준을 번다고 답변한 것이다.
웹툰 작가도 충분히 고수익을 벌 수 있는 직종이고, 작가가 방송에 나가서 저 돈 많이 벌어요. 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성공 사례를 일반화시켰다는 점이다.
방송에 나가 예능 활동을 하면서 웹툰 연재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은 문자 그대로 네임드 작가들뿐이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건 물론이고 인지도도 상위 10% 안에 든다.
그런 네임드 작가들이야 어지간한 대기업 연봉 초봉을 벌겠지만, 진짜 일반적인 작가 대다수는 그만큼의 돈을 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모든 작가가 다 김풍, 주호민, 기안 84, 전선욱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짜 일반적인 작가들은 지금 기본 보장 고료. 소위 말하는 MG 200의 프레임에 갇혀 몇 년이 지나도 기본금 인상 논의조차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임드 작가들이 자신들을 기준으로 삼아 요즘 웹툰 작가로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건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웹툰 작가와 돈 못 버는 웹툰 작가의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업무 강도 대비 박봉에 시달리는 게 한국 웹툰의 현 주소이자 일반 작가들이 처한 힘든 환경인데, 네임드 작가에 스포라이트를 집중해 모든 화제를 돈 버는 것에 집중시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으니 이러면 되겠나.
대중한테 단순히 웹툰 작가가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만을 심어주고. 진짜 일반적인 웹툰 작가가 처한 현실과 여러 가지 문제, 어려움은 외면하게 만드니 결과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요새 웹툰 작가들 돈 많이 번다는데 왜 힘들고 어렵다고 우는 소리 하느냐? 라는 세상의 편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거다.
물론 작가들도 생각이 있으니 웹툰 작가 고수익의 일반화 발언을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닐 테고. 보통, 방송의 특성상 고수익을 올리는 웹툰 작가란 프레임을 미리 짜 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듯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네이버 웹툰의 베테랑이자 랭킹 상위권 작가들 모아 놓고 웹툰 작가 수익 물어보는 것 자체에 그런 의도가 깔려 있고. 요새 웹툰 작가의 수익을 묻는데 거기에 ‘일반적인’이란 단서를 달아 놓는 걸 보면 추정이 아닌 확신이 들게끔 한다.
허나, 그렇게 방송에 말려 들었다고 해도. 네임드 작가로서 말과 행동은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송인이 아닌 웹툰 작가란 타이틀 들고 방송에 나가는 이상 해당 프로그램에서 만큼은 웹툰 작가를 대표하는 것이니 그걸 자각해야 한다는 소리다.
본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세간에선 방송에 나온 네임드 작가를 요즘 웹툰 작가의 표본이자, 평가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웹툰 작가의 고수익을 전하는 방송, 기사 등 언론의 목소리는 오늘 내일 나온 게 아니지만.. 그것을 일반화시켜 다수의 작가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 감추는 것은 경계해 마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