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열일곱 포토툰. 네이버 웹툰 연재 논란. 최악의 무리수(無理數)
2017년 7월 1일, ‘열일곱’의 포토툰이 네이버 웹툰 신작으로 연재되기 시작했다.
열일곱은 2017년 4월 27일부터 네이버 TV에서 방영을 시작해 2017년 6월 3일에 종결된 8부작 웹드라마다. 이번에 연재하게 된 포토툰은 열일곱을 원작으로 삼은 게 아니라, 그냥 열일곱에 나온 장면을 한 컷씩 잘라서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그래서 네이버 웹툰 독자들로부터 원성을 사서 이제 겨우 2화 연재됐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별점 4점대를 기록했고 화당 수천 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면서 시공의 폭.. 아니 욕설의 폭풍을 겪고 있다.
일단, 이 작품은 네이버 TV에서 방영한 웹드라마를 포토툰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 플랫폼 자체적으로 자사의 컨텐츠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잇다.
하지만 원 소스 멀티 컨텐츠라고 하기에는, 웹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아 웹툰으로 코미컬라이징한 것이 아니다.
포토툰은 그림 대신 사진을 이용해 만든 만화로 설명되고 있는데, 그림을 사진으로 대처한 시점에서 아무 것도 그리지 않고. 단순히 웹툰의 뷰잉 틀만 가져다 쓴 것이라서 엄밀히 말하면 ‘만화’라고 볼 수 없다.
과거 네이버 웹툰 ‘역전! 야매요리’ 같은 작품에서도 웹툰 속에 실제 요리 사진을 넣기는 했지만, 해당 작품은 최소한 기본 만화를 그리고 그 안에 실제 사진을 집어넣은 것이라 만화로서의 아이덴티티는 지켰었다.
하지만 본작은 각 화당 타이틀 커버만 만화로 그려놓고 본편 내용은 웹드라마로 나온 장면을 잘라다가 말풍선에 대사 적고 의성어와 이펙트만 좀 추가한 수준이라서 드라마 스틸컷 모음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작사가 작가의 말에 다양한 컨텐츠 형식에 대한 실험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사실 사진만 들어간 포토툰 자체가 그렇게 새로운 건 또 아니다.
포토툰은 과거 비포탈 유료 플랫폼이 성인 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 도입한 것 중에 하나로 성인 대상의 야한 사진을 컨셉 잡고 촬영해 왕창 찍어서 웹툰처럼 위 아래로 이어 붙여 말풍선에 대사 집어넣고 내용 진행하던 것으로 지금 현재는 찾아보기 힘든 과거의 흑역사가 됐다.
근데 지금 한국 웹툰을 대표하는, 한국 웹툰의 일인지하 만인지상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 컨텐츠 활용의 실험을 빙자해 과거에 묻힌 흑역사를 다시 쓰니 진짜 남극 밑바닥에 잠든 외우주의 사신을 다시 깨우는 느낌마저 든다.
포토툰의 문제는 그림을 일체 그리지 않는 시점에서 만화라고 할 수 없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웹툰의 스크롤 뷰잉 틀로 제작했다고 해도 만화가 아닌 걸 만화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화의 정의가 꼭 그림이 들어가야 하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그림을 그려 넣는 힘을 하나도 안 들이고 이미 다른 매체로 찍어 둔 사진만 가지고 대충 만들어 신개념 만화를 자처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비포탈 유료 웹툰 플랫폼에서 도입한 포토툰조차 그것을 위해 컨셉을 잡고 사진을 찍고. 거기에 맞춰 최소한의 스토리를 짰는데.. 이번 네이버 신작 포토툰은 웹드라마의 사진,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썼기에 재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완전 날로 먹고 있다.
포토툰 따위를 연재시켜서 다른 웹툰 작가가 등판할 기회를 박탈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큰데 그건 이미 네이버 파.괴.왕 공모전 당선작만 봐도 답이 안 나온다는 결론이 나왔으니 넘어갈 수 있다.
그림도 안 그리고 사진만 가져다 써놓고 만화가 아닌 걸 만화라고 우기는 시점에서 이미 아웃이지만.. 백보양보해서 포토툰도 창작물이란 관점에서 봐도 이번 네이버 포토툰 신작은 스토리조차 새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드라마 내용 대충 잘라 붙여서 날로 먹는 것의 진수를 보여줬기 때문에 만화 이전에 창작 자체를 너무 같잖게 보는 게 아닐까 싶다.
드라마를 코미컬라이징하는 것도, 드라마의 브랜드 웹툰을 만드는 것도 시간 아깝고 돈 아까워서 어떻게 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홍보하고 광고할까?라는 고민 끝에 만들어진 최악의 무리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