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석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웹툰가이드>는 8월 25일 허초롱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도한 이후 전진석 작가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아래는 <웹툰가이드>의 질문에 대한 전진석 작가의 답변입니다.
Q. 김현희 작가의 공동작업에 대한 허초롱 작가(이하 허 작가)의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동작업은 김현희 작가가 아이템을 리서치 해오면, 함께 소재 회의를 합니다. 소재에서 에피소드 아이디어가 나오면 에피소드 아이디어로 시놉시스를 잡지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김현희 작가가 초고를 작성합니다. 초고는 미완성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 초고를 가지고 제가 수정작업과 페이지 작업을 해서 완성 글콘티로 만듭니다. 제가 쓴 글콘티를 김현희 작가가 그림콘티로 작업합니다. 그리고 저는 김현희 작가가 작업한 그림 콘티를 한컷 한컷 수정하고 수정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김현희 작가가 제 지시대로 콘티를 수정하면 모든 작업이 완료가 됩니다.
마지막에 제가 회의를 피하고 컨펌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김현희 작가와 허 작가로부터 절교를 선언당한 이후였고, 그로 인한 충격을 제가 공적 업무관계에서 추스리지 못했습니다.
Q. 트위터 타래에는 성추행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허 작가와 저는 2012년 여름 제 수업의 수강생으로 처음 만나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두사람은 각기 배우자와 동거인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은밀한 내용을 전할 정도로 진지한 연애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관계는 몇 달 지속되지 않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허 작가가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에 제가 술에 취해 찾아가서 소란을 피운 건 이 시기입니다.
당시 제 배우자와 허 작가의 동거인을 기만한 것에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더 주도적 입지에 있었던 만큼, 그런 관계까지 가게 된 것에 대해서 허 작가에게 사과 드립니다.
그 후 2013년부터는 화해하여 다시 친구 관계로 돌아갔고, 이후로 그 어떤 성적 접촉도 없었습니다. 다시 친구가 되어 자주 같이 술을 마시고 야한 농담을 주고받긴 했지만 허 작가와 단둘이 술을 마신 적도 없기 때문에 그 자리의 분위기에 대해 증언해줄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제가 고함을 치고 폭력적으로 반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 있었다면 결국 절교를 당했던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멀어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Q. 웹툰 <복사골여고연극부>와 <만화 소녀시대>건에 대해 허 작가가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이후 진행여부는 어떻게 되는지.
먼저 허 작가가 18회 분량의 원고를 썼다고 주장하는 부분 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2012년 저와 허 작가가 처음 만날 당시 당시 허 작가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예술대학 극작과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이었습니다. 저는 제 수업의 수강생인 허 작가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고, 허 작가는 기존 입시 기출문제로 나왔던 문제들을 소설로 풀어 쓰면서 저에게 첨삭지도를 요청했습니다.
12년 09월 13일 부터 13년 1월 6일까지 대략 18여 회에 걸쳐서 자신이 쓴 단편 소설을 저에게 첨삭지도 받았는데, 허 작가는 이것을 제가 작업의뢰를 하여 작성한 것이며, 이것에 대한 고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허 작가가 보낸 메일 제목에는 ‘XX년도 서울예대 문제’ 라고 적혀 있으며.
거기에 제가 보낸 첨삭 답변에도’재미있어요. ㅎㅎ 뭐라 덧붙일 말이 없네. 요정도로 계속 써낼 수 있으면 합격은 확실함.’ 이라고 써있어서 허 작가가 보낸 단편 소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허 작가가 써서 보낸 단편 소설들은 제 이름으로 발표된 어떠한 작품에도 유사하게 쓰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허 작가는 2013년 서울예대입시에서 탈락합니다.
전진석 작가가 보내준 메일 캡쳐본1
그때 저는 <복사골여고연극부>라는 작품을 준비중이었습니다. 허 작가에게도 제가 기획하는 과정을 공유했고, 허 작가는 4컷만화형식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를 직접 써보려는 시도를 해봅니다. 1년 여의 연재 과정에서 허 작가가 <복사골여고연극부>와 관련해서 써서 보낸 메일은 5개
입니다.
전진석 작가가 보내준 메일 캡쳐본2
그중 실제 작품에 차용된 것은 <복사골여고연극부> 에피소드 50화에 해당하는 한편 뿐입니다. 4컷 만화 6개로 이루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한 회 분 연재 고료를 전액 허 작가에게 지급했습니다. (고료를 5:5로 분배한 것이 아니라 전액)
<만화 소녀시대>건에 관련해선 허 작가가 보낸 메일 중에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Q. '데뷔기회를 막았다'에 대한 허 작가의 반박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2015년 부터 저는 허 작가가 쓴 성인물 소설과 기획들을 재담 미디어에 메일로 보내면서 재능 있는 스토리 작가라고 소개합니다. 제가 허 작가의 앞길을 막았다는 것은 업계 현실과 정합성이 떨어집니다. 지난 수년간 웹툰 산업의 붐 속에서, 재능 있는 작가에 대한 각 회사의 영입 경쟁이 치열했고, 발굴 경로도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담미디어는 될 수 있으면 작가가 원하는 곳,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에 작품을 연재하게 해주는 곳입니다. 제가 다른 곳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하지 않는 이상 코믹스퀘어에 강제로 끌어온 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그해 여름 재담미디어와 함께 공포물을 기획하고 허 작가에게 함께 작업해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허 작가는 인터넷에서 도시괴담 10가지를 리서치해왔습니다. 그렇지만, 허 작가는 공포물을 보지 못한다며 레퍼런스 작품의 모니터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허 작가의 초고는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저는 괴로운 것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허 작가는 이 기획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초기 기획에 참여하셨다가 빠지게 된 정황에서는, 제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서 일방적으로 제외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이해했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시괴담 10가지를 리서치한 것, 그리고 1화 초고를 작성한 것에 대해 고료를 지불하지 못한 것에서는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작업하신 만큼의 고료를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2015년 겨울. 제가 편집장으로 있던 C모 웹툰 플랫폼이 경영상의 문제가 생겨 작가들과의 갈등이 생깁니다. 저는 작가들과의 계약관계를 정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허초롱, 김현희 작가의 기획에 선고료 300만원이 입금되었으나 원고는 완성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업체측의 과실로 계약을 해지하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선고료 300만원은 되돌려 받지 않고 그대로 작가들에게 갈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Q. 트위터에서 방어적으로 답변하신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추가적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양측이 공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를 놓고 사실관계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와 별개로 한 업계 안 에서의 공적 위계나 의존이 발생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서 사적 관계로 가버린 점. 그 후에는 관계를 정리했다고 믿어버린 제 처신의 불찰에 대해선 반성과 공부를 다짐합니다.
인터뷰/정리 : 웹툰가이드(press@webtoongu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