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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헬 웹툰(Hell Webtoon)?!! 웹툰작가 작업량 이대로 괜찮을까?

관리자 | 2018-08-02 11:59



한국을 헬조선이라고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전쟁과 경제화를 겪은 60-70대 세대, 민주화를 겪어온 40-50대 세대, 팍팍한 경쟁의 시대를 겪고 있는 20-30대 세대가 공존하며 매우 큰 사회적/정치적 견해의 차를 보인다. 특히 극단적인 양극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사회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 웹툰 작가들의 작업 환경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헬 웹툰(Hell Webtoon)'이다. 


2003년 이후, 웹툰 작가들의 작품 연재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66.7%에 해당하는 3,522명의 작가가 한 작품만을 연재하였으며, 2작품을 연재한 작가는 1/4인 17%, 3작품을 연재한 작가는 1/3인 6.3%, 4작품을 연재한 작가는 1/2인 3.4%로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해간다.   

이런 통계 수치는 크게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둘 다 반갑지 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웹툰 작가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한 작품 연재만을 마치고 번아웃(Burn-Out)되어 연재를 쉬는 작가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 주변에 있는 많은 웹툰 작가들을 보면, 한 작품 연재하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을 잊고 지내고 싶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글 작가로 전향하고 싶어',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계속 연재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우리나라 웹툰 작업량 이대로 괜찮을까?

그림. 작품 제작 수별 작가 현황 (출처: 웹툰가이드 통계분석 서비스 WAS(워즈))


둘째로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유료 웹툰 시장은 아직도 초기 시장이며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작가를 단기간에 발굴하여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기의 3,522명은 대부분 2013년 이후의 작가들이다. 

주요 플랫폼 사가 주도하던 웹툰 시장은 2003년 웹툰의 본격적인 시작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200편 내외의 작품만을 생산했다. 대형 웹툰 플랫폼사 2-3개가 독과점 형태로 지배하던 구조에서는 시장의 규모를 키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3년 이후 유료 웹툰 전문 플랫폼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현재까지 급속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에는 한 해에 생산하는 작품이 1,000편을 훌쩍 넘어 2,000편에 육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웹툰 작업량 이대로 괜찮을까?

그림. 10년간 신규 작품 제작 변화 추이 (출처: 웹툰가이드 통계분석 서비스 WAS(워즈))


이런 작품의 폭발적인 생산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같이 수반하며, 헬웹툰(Hell Webtoon)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고 있기도 하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과연 한국 웹툰 작가들의 웹툰 작업 현황과 작업량은 어떨까? 


한국 웹툰 작가들은 평균 일주일에 60컷~90컷을 모두 컬러로 그려내고 있다. 이런 작업량은 올컬러 작업이라는 점에서 살인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작가와 장르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작가들의 작업 일정은 스토리 구성 및 콘티 작업 2일, 밑그림 및 채색에 3~4일을 사용한다. 휴일은 고작 하루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하루 작업량은 그림체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평균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걸린다. 이러한 과도한 일정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이다.  

최근 웹툰 시장의 트렌드는 갈수록 높은 수준의 작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작가들의 시간은 앞으로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프리랜서로서 창작활동을 하는 웹툰 작가의 평균 작업 시간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웹툰 작가 또한 명백한 직업인이다. 직업인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웹툰 작가에게도 적절한 노동시간의 보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언제부터 한국 웹툰 시장은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었을까?  아마 웹툰 시장 초기부터 그렇게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플랫폼, 작가, 독자들이 미처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해왔으나, 이런 근본적인 부분은 진지한 고민과 토론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못했었다고 볼 수 있다.


웹툰 아파트와 노블레스

'아파트'와 '노블레스' (왼쪽부터)


2004년 주 2회 연재한 '강풀 작가'의 '아파트'는 회당 40~50컷을 그렸으며 1주일에 80~100컷을 소화했다. 2007년에 주 2회 연재했던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의 경우 회당 약 40~45컷, 1주일에 80~90컷을 그렸다. 이를 보면 웹툰 초기부터 플랫폼에서는 70~90컷을 그리길 요구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웹툰 시장은 어떨까? 네이버 웹툰 '신의 탑' 70~90컷 (주간 연재), 다음 웹툰 '아쿠아맨' 75~90컷 (주간 연재), 레진코믹스 '순결한죄' 70~80컷 (주간 연재), 투믹스 '소년의 신성' 60~70컷 (주간 연재), 투믹스 '심해수' 220~250컷 (월간 연재), 저스툰 '그녀의 심청' 70~80컷 (주간 연재), 탑툰 '훔쳐보기' 60~70컷 (주간 연재) 등으로 예전보다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특정 플랫폼들, 그리고 특정 작가들은 아직도 주간 90컷까지 그리고 있다.

최근화 기준으로 컷 수를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 일주일에 60~80컷 정도를 그리고 있었다. 플랫폼 측에 확인한 플랫폼별 투고 조건에는 1화당 60컷 이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저스툰 탑툰 웹툰 컷 수


네이버 인기 웹툰 '신의탑'의 SIU작가의 경우에도 어시스트를 채용 공지를 내면서, 혼자 작업량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세계 1위의 만화 시장인 일본의 작업량은 어떨까? 일본은 주간 연재일 경우 보통 16페이지를 연재한다. 한 페이지에 컷수가 4컷 정도 들어가니 일본도 일주일에 60~70컷을 연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만화는 흑백으로 연재된다. 거기다 페이지당 6,000~10,000엔 정도의 고료를 받는다. 페이지당 10,000엔에 16페이지씩 주 4회를 연재한다면 640,000엔(640만원)을 받으며, 페이지당 6,000엔씩 받는다고 해도 384,000엔(한국돈 38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이 돈으로 작가는 어시스트를 고용해 작업하므로 우리나라 웹툰시장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어시스트를 고용하면 스토리의 질이나 작가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우리나라의 MG 체계로는 그렇게 진행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다.
(*다음 번 기사에 한국의 MG 제도에 대한 심층 취재 결과를 내보낼 예정이다.)

이러한 작가들의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 방법으로 논의되는 주요 사안으로는 주간 연재 웹툰 컷 수 축소, 연재 주기 변경(격주/월간), 작가 휴식을 위한 휴재 기간 제공, 어시스트 지원, 배경리소스 지원 등이 있다.   

이런 사안의 대부분은 플랫폼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먼저, 일본 흑백 만화 시장에 맞춰져 있는 주간 작품 컷 수를 우리나라 컬러 웹툰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당장 컷 수를 줄이려고 하면 다른 플랫폼보다 짧은 분량 때문에 독자들의 원성을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 간의 합의를 거쳐 다 같이 최소 컷 수를 줄이면 다른 플랫폼보다 짧은 분량에 대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에 대해 분량이 짧다고 불만을 표하는 독자들도 일부 생기겠지만, 작가의 작업 환경과 웹툰 산업의 발전을 위한 이러한 조치를 이해하고, 환영하는 독자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최저 임금 인상이 있다.  최저 임금을 올리면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그 지점부터 다른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최근 2년간 최저 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단행했다. 플랫폼들도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웹툰 산업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이 작품 연재할 맛 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독자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일부 독자의 경우겠지만, 네이버와 다음 웹툰 댓글을 보면 자주 분량이나 휴재에 대한 댓글이 자주 보인다. 그냥 '분량이 적다'는 댓글도 많지만, 작가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댓글도 보인다. '웹툰 작가의 경조사 휴재에 달린 악플. 독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부친상을 당한 작가에게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싶은 댓글을 달았던 한 네티즌이 비판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부친상 휴재에 대한 댓글

부친상으로인한 휴재에 대한 댓글


다음 웹툰에서 실시하고 있는 명절 휴재에 대해서도 휴재를 하면 안 된다는 댓글을 다는 독자들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명절 휴재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을 적은 커뮤니티도 있었다.

명절 휴재에 대한 댓글

다음 웹툰 명절 휴재에 대한 댓글


명절 휴재 비판 글

D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명절 휴재에 대한 비판적인 글


웹툰 작가도 사람이다. 사람은 휴식이 필요하다. 일부 독자들은 창작자의 휴식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독자가 작가를 배려하는 환경이 양질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상기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서로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된다. 한국 웹툰의 미래를 위해 독자들의 성숙한 의식 변화와 이어지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외에도 웹툰 작가들의 창작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수많은 일들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지만 지금은 차근차근 한 걸음씩, 확실한 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웹툰 플랫폼과 독자들의 진지한 고민과 그에 따른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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