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제임스> 쿠당탕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95
[언덕 위의 제임스]
쿠당탕 작가 | 네이버
공무원이나 평범한 회사원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학창시절,
안정적인 직업을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에 품은 웹툰 작가의 꿈을 결국 이룬 쿠당탕 작가.
개그웹툰 <언덕 위의 제임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쿠당탕 작가의 사뭇 진지한 모습을 인터뷰에 담았다.
[포기하지 않은 꿈, 웹툰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매주 수요일에 ‘언덕 위의 제임스’를 연재 중인 쿠당탕이라고 합니다.
Q. 필명 쿠당탕은 어떻게 지은 이름인가요?
연재 준비 당시 2주간 고민 끝에 정했어요. 넘어지는 모습의 의태어 ‘쿠당탕’이 1차원적인 개그 느낌이 나서 골랐는데 담당자님이 정말 이걸로 하실 거냐고, 이제 못 바꾼다고 되물으시더라고요. 정말 쿠당탕 하겠다고 했어요.
Q. 네이버 웹툰 2015 개그 올림피아드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셨죠. 어떻게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셨나요?
사실 2015년 공모전은 제게 마지막 도전이었습니다. 항상 도전만화에 만화를 올리긴 했지만 웹툰 작가 지망에 전념할 자신도 없던 저에게는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처음 공모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어요. ‘아 이거다! 이 개그 공모전은 내가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장르이기 때문에 여기에 모든 걸 걸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Q. 합격 당시 소감이 어떠셨나요?
당시 저는 대학교 3학년이라 친구들은 스펙을 쌓아서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고있었어요. 그래서 그 공모전에서 떨어지면 그림을 포기하고 다음 해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려고 했죠. 그래서인지 공모전 합격 소식을 들은 날은 살면서 가장 기쁜 순간 중에 하나였습니다. 겉으로는 안 되면 그만이라고 무심한 척 스스로를 속이기도 했는데 내심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했나 봐요.
Q. 개그 올림피아드 이전에도 <일어나보니 치킨>을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하셨죠. 워낙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셨나 봐요.
맞아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와 공책에 만화를 그려서 서로 보여줬던 기억이 있어요. 만화가라는 거창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냥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취미 같은 거였죠. 참고로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은 회사원이었습니다.
Q. 그림 꿈나무가 된 계기가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 미술 학원 다닐 때였나? 그림을 그렸는데 칭찬을 받았어요. 저는 칭찬에 약한 것 같아요. 남들이 잘한다고 해주니까 그림 그리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어렸을 때 만화책보다는 TV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더 많이 봤거든요. 특히 전설의 용사 다간을 좋아했습니다.
Q. 사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사학과에서 만화학도로 지내는 건 어땠나요?
사실 수능 점수에 맞춰서 사학과를 갔어요. 역사를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은 상태로 말이죠. 그게 제 실수였던 것 같아요. 대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대학 간판보다는 전공 적합도를 우선으로 생각하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저는 재미없는 역사를 배우면서 대학교에서 많이 방황했거든요.
Q. 전공이 잘 맞지 않았어도 대학 생활이 좋았던 점은 없었나요?
좋았던 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역사를 배우면서 즐거워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림을 그려서 도전만화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내심 대학생활 내내 토익 시험도 한 번 안 봤다는 게 불안하긴 했죠. 그러면서도 취직 준비는 나중에 열심히 하자고 막연히 생각하며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에 집중했어요. 아이러니하지만 전공이 재미없었던 덕분에 재밌는 게 무엇이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게 된 대학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림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셨나요?
초·중학생 때 미술 학원을 다니고 과외는 받았지만 만화나 웹툰 쪽으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대학생 때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배워보고 싶어서 ‘포토샵으로 그림 그리기’ 과정을 한 달 정도 다녔습니다. 그림은 정말 틈만 나면 끄적였어요. 항상 수업이 끝나면 제 교과서에는 성한 페이지가 없었습니다. 종이에 빈 공간만 보면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못 했던 것 같아요. 웹툰 연재를 시작한 후로는 마감하는 것 자체가 연습이 되었어요. 특히 명암 넣기는 매주 여자친구를 그려주면서 많이 늘었답니다.
Q. 가족분들은 작가님 만화를 보시고 반응이 어떠셨어요?
엄마 아빠는 매번 결제하면서 보시는 것 같은데 저한테 부담이 될까 봐 반응을 보이거나 만화 얘기를 하지는 않으시더라고요. 제 남동생은 가끔 원고를 보내면 재미있다, 재미없다면서 조언을 해줍니다. 제1검수자인 셈이죠.
Q. 평소 친한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개그를 많이 치시는 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친하면 친할수록 편하게 얘기를 하면 항상 자연스럽게 개그를 날려요. 주로 저는 깐죽거리는 포지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친구들한테 도망 다닌 적이 많습니다.
Q. 개그 만화를 그리면서 본인도 자주 웃으시나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르면 스토리를 정리하다가 웃을 때는 있어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 웃으면서 그리지는 않습니다. 웹툰 공개 후에 독자님들이 ‘이 장면 뭐야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웃으시면 저도 그 장면을 다시 보면서 같이 웃게 되더라고요.
[언덕 위의 제임스]
Q. <언덕 위의 제임스>는 제임스라는 이름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이야기라고 소개됩니다. 제목에서 ‘언덕 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거창한 이유를 가지고 제목을 짓지는 않았어요. [개그 올림피아드 공모전]에 제출하려고 1화를 그린 뒤에 제목을 정했어요. 첫 화에 산이 나오다 보니 산 모양의 언덕을 표지에 그렸고 그래서 언덕 위가 되었습니다.
Q. 전세계의 제임스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웹툰답게 국적과 외모는 다른 제임스들이 등장하지만 공간 배경은 모두 대한민국인 이유는?
사실 저도 나중에 눈치챘습니다. 반드시 그래야하는 법은 없지만 서양 캐릭터가 나오면 서양을 배경으로 할 법도 한데 자연스럽게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그리게 됐어요. 그런데 그 차이에서 오는 코믹함이 있어서 독자님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일부러 미국스러운 공간에서 한국적인 이름을 사용하면서 재미있게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Q. 각 에피소드 사이에 연결성이 없는 단편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덕 위의 제임스>를 지원했던 [개그 올림피아드 공모전] 선별 조건이 에피소드 웹툰이었어요. 그래서 에피소드 웹툰을 찾아보고 여러 개의 이야기를 매번 다른 주인공들로 그려나가는 것으로 파악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님이나 ‘원주민 공포 만화’의 원주민 작가님처럼 같은 캐릭터로 여러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에피소드라는 걸 알았지만요.
Q. 그런데 황순옥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각 에피소드 사이에 연관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연관성을 배제하다가 황순옥이라는 고정 캐릭터를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순옥이 전에도 몇몇 에피소드를 연결한 적이 있었어요. 순옥이가 특히 인기가 많아서 더 부각된 것 같습니다. 매번 주인공이 바뀌는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 독자님들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낮은 것 같아서 다른 작가님들처럼 캐릭터성이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순옥이를 만났고 이 캐릭터는 한 에피소드만을 소모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됐습니다.
Q. 순옥이는 어떻게 태어난 캐릭터인가요?
순옥이는 ‘황순옥의 손아귀’ 편에 처음 등장하는데요,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과 시골 학생의 풋풋한 로맨스를 병맛스럽게 풀어내고 싶어서 구상한 에피소드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벌한 캐릭터를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서울에서 온 전학생? 그럼 황순원의 <소나기>지!’ 이렇게 연상된 아이디어를 제목으로 쓰려고 이것저것 발음해보다가 ‘손아귀’가 떠올랐어요. 마찬가지로 황순원의 시골스러운 이름을 생각해보다가 ‘황순옥의 손아귀’라는 제목이 탄생했습니다. 제목에서 받은 영감으로 풋풋한 로맨스물을 걷어버리고 황순옥이라는 집념의 여성캐릭터를 통한 스릴러 에피소드가 탄생했습니다.
Q. 보통 4~6개의 회차로 구성된 에피소드 하나를 구상하시는 데 얼마나 걸리세요?
제가 처음으로 6편짜리 장편을 해본 것이 ‘엉덩이의 제임스’시리즈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2~3편짜리 에피소드만 구성해봤기 때문에 큰 도전이었죠. 아쉽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아 장편으로 넘어가려면 그냥 생각 없이 이어가면 안 되는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독자님들의 결말에 대한 기대도가 올라가는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항상 만족스러운 결말을 먼저 생각해두고 에피소드 첫 화를 시작합니다. 시작과 결말이 정해지고 나면 중반부는 상황에 따라 조정합니다. 에피소드 아이디어는 하루에 4~5개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날도 있는 반면 공치는 날도 많아요.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비축해 두면서 그리고 있습니다.
Q. 소재는 어떻게 얻으시는지? 스쳐가는 영감을 포착해내는 팁이 있으시다면?
소재는 보통은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 팍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때그때 핸드폰 메모장에 꼭 기록을 해두죠. 소재가 생각이 안 나는 경우에는 노트와 펜을 가지고 카페를 갑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단어를 써가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들 중에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계속 파고들어 마인드맵처럼 이것저것 생각해 봅니다. 전에 기록해두었지만 무언가 부족해서 그리지 못했던 소재와 잘 융합하면 그럴 듯한 소재가 나와요. 두 소재의 재밌는 요소를 융합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구상해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은 것은 완벽한 영감이 팍 스쳐 지나가서 이런 고민을 안 할 때입니다. 허허
Q. 사람 이름이나 건물명, 지역명도 개그웹툰에 맞게 코믹해요. 그런 명칭들은 어떻게 지으시나요?
사람 이름은 정말 아무거나 느낌 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혹은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을 통해서 별생각 없이 정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업할 때 우선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흐름에 맞추어 마지막에 대사를 쓰고 있습니다. 인물들의 이름 혹은 건물의 이름도 이 흐름에 맞춰서 그 당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사용해요. 그래서 그런지 같은 그림이어도 대사를 쓸 때의 컨디션이 좋으면 더 재밌는 만화가 나오고 컨디션이 나쁘면 만족스럽지 못한 만화가 나오기도 합니다.
Q.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게 되는 소재가 있나요? “아 이제 이거 그만 써야 하는데” 하는 소재요.
아 요즘 고민하는 부분이네요. 대결구도가 있는 에피소드는 독자님들 반응이 좋아서 그리기 힘든 액션신을 자주 그리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데 막상 그리다 보면 어느새 캐릭터들이 주먹질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마 제가 액션 장르를 좋아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
Q. 개그 장르는 가벼워 보이지만 자칫 혐오개그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으실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도 작품 연재하시면서 신경 써서 검열하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혐오개그 : 소수자를 대상화 하거나 혐오하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개그)
제가 워낙에 소심한 성격이라서 내용을 다 쓰고 나서도 몇 번의 검토를 거치고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어, 이거 그려도 되려나?' 싶은 내용은 최대한 배제해가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불편한 감정을 안겨드린 부분이 있다면 이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Q. 평균적인 작업 소요시간과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연재 초반에는 사실 컷 수도 적고, 그리기 쉬운 컷이 많아서 마감 전날 밤 10시에 시작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아 이러다 지각하겠구나’ 싶어서 미리 시작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스토리가 정해진 경우 평균 작업시간은 3일 정도입니다. 작업 방식은 먼저 콘티를 짜서 한화 분량의 컷 수를 맞춘 뒤,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고 효과를 주고, 다시 원고에 맞게 컷배치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사와 효과음을 쓰면 원고가 완성됩니다. 짜잔!
Q. 작업할 때 작가님만의 습관이 있으시다면?
항상 ‘침착맨’ 유튜브 채널을 라디오처럼 들으면서 하는 편입니다. 다른 영상들은 이야기를 들으면 영상이 궁금해서 그림에 집중이 안 되는데 ‘침착맨’ 방송은 귀로만 들어도 즐길 수 있어서 그림그리기 편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저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침착맨님 방송을 보고있습니다. 왕날편 많이 해줘잉!
[대신 물어드립니다]
베스트 댓글 중 일부를 뽑아 작가님께 대신 물어(앙!)드립니다!
Q. 병맛 개그의 비결은?
┗> 나도 독자님이 너무 좋아요! 하지만 매일 아침은 콘푸로스트 한사발로 시작합니다.
Q. 원피스 가능한가요?
┗> 할 수 있죠 당연히! 그런데 마음먹는데 10년 걸릴 듯 ㅎㅎ
Q. 작가님의 뇌구조가 궁금합니다.
┗> 저도 아직 제 뇌를 본적이 없습니다. 뇌 사진 찍으러 가는 일은 평생 없었으면 합니다 흑흑
Q. 제임스가 어린이를 그리는 법, 정말인가요?
┗> 이건 남녀노소 제임스를 그릴 때 모두 해당됩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훗
Q. 대머리 캐릭터가 유독 많이 등장하죠.
┗> 저는 대머리가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영감을 받아 그리는 겁니다. 대머리스팩-!!
Q. 자신있는 스토리는? 개그 vs 감동
┗> 제 그림체로 감동을 그리기 쉽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진-지하게 한번씩 찡한 걸 그리는 건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Q. 쿠키 셰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부탁드립니다! 셰프님들 덕에 힘이 많이 나요. 시리즈 한 편 끝났다고 가게문 닫지 말아줘잉 ㅠㅠ
[마무리 토크]
Q. 2016년 1월에 연재 시작하셔서 올해로 어언 5년째 웹툰 작가 경력을 쌓고 계십니다. 작가님께서 보시기에 웹툰 작가로 살아온 지난 5년은 어떠셨나요?
정말 눈 깜짝할 새였어요. 2015년부터 연재 준비를 했으니까 벌써 6년 차 정도가 됐네요. 새내기 작가였던 제가 어느덧 200화를 넘겼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200화 동안 휴재는 딱 한 번 했으니 거의 매주 마감과의 싸움이었네요. 처음 고비는 8화에서였던 것 같아요. ‘아 9화 생각 안 난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아이디어는 어떻게 짜는 거였더라? 벌써부터 생각이 안 나는데.. 나는 이 직업을 평생 할 수 있을까?’ 하던 게 생각나네요. 하지만 연재를 하면 할수록 마음을 굳게 먹었고 그 뒤로는 정말 매주 열심히 지각없이 마감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주씩 보내다 보니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Q. 좋아하던 취미가 일이 되어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확실히 취미가 일이 되니까 처음엔 많이 방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그리던 그림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니까 몸이 아프거나 재밌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무조건 마감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아 내가 만약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면 그걸 억지로 했을 때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삼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Q. 데뷔 전후로 달라진 여가활동이 있다면?
이전엔 쉴 때 주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마감하는 날에 맞춰 친구들이 스케줄을 조절할 수 없으니까 혼자 나가서 놀곤 해요. 그래서 월요일 마감 후 자정에 영화관에 가는 취미가 생겼어요.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로운 느낌을 받거든요.
Q. 2020년을 맞이하여 세운 목표가 있으시다면?
이제는 10편짜리 장기 에피소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올해 안에요. 더 많이 생각하고 구성해야 하겠죠.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그 경험을 통해 <언덕 위의 제임스>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언덕 위의 제임스> 이외의 작품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지 귀띔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직은 이렇다 할 계획은 없습니다. 매주 마감을 해나가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하지만 가끔 정말 재밌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단독으로 연재해보고 싶은 마음도 종종 듭니다.
Q. 웹툰 연재하시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독자님들이 댓글이나 메시지로 재미있다고 해주실 때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그런 반응을 보면 다시 힘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처음 도전만화에 웹툰을 장난삼아 올렸을 때 달린 재밌다는 댓글 3개를 아직도 못 잊습니다. 저는 그 재밌다는 댓글이 좋아서 웹툰을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물론 그 전제는 항상 최선을 다해 재밌는 만화를 그려야 한다는 것이겠죠.
Q. 끝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항상 평범함을 꿈꾸던 사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은 회사원이었고 중고등학교 때의 목표는 남들이 모두 목표로 하는 인서울이었습니다. 그렇게 평범함을 추구하며 보낸 청소년 시절이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림 실력으론 먹고살기 힘들 거라는 걸 알았고 그림을 그리는 삶은 안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선뜻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웹툰작가로 데뷔하기 직전에도 안정적인 삶이 보장된 공무원을 꿈꾸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수익이 없는 도전만화에 그림을 계속 올릴 수 있었던 건 부족한 제 만화를 재밌다고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참 부족하게 시작했지만 덕분에 같이 발전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아직 그림 실력도 많이 서툴고 미래도 불안해하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앞으로도 수요일의 재미를 책임지는 만화가 되도록 힘내겠습니다. <언덕 위의 제임스>가 끝나는 날까지, 그리고 제가 웹툰작가를 하는 동안 항상 함께해주세요. 우리 독자님들 너무너무 애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