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4-04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97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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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 시작하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네이버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 중이고,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웹툰 작가 이종범입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주간 연재 중인 작가들은 근황이 항상 똑같아요. 제 경우 다른 점이 있다면 강의를 한다는 점일 것 같네요. '이종범의 웹툰스쿨'이라는 팟캐스트를 5년째 하고 있는데 유튜브로 확장이되어서 매주 일요일은 유튜브 라이브를 하고, 금요일은 팟캐스트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Q. 허리 아프셔서 휴재하신 적도 있으시잖아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웹툰 작가 중에 가장 안 좋은 허리를 갖고 있었을 텐데, 운동 열심히 하고 살 빼고 해서 지금은 웹툰 작가 중에 가장 건강한 운동 전도사입니다

 

Q. 강의, 팟캐스트, 유튜브까지. 정말 바쁘시겠어요. 주간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나요?

개강을 하면 월요일, 화요일은 강의를 합니다. 목요일이 마감이니 작업을 마치고, 금요일엔 팟캐스트 업로드 날짜에요. 유튜브 라이브는 월요일 수업이 끝난 후 8시에 시작합니다

 

Q. 유튜브 라이브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시나요?

웹툰 업계에 대한 정보공유를 주로 합니다.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정보가 너무 없어요. 제가 데뷔할 때도 정보가 적었지만 아직도 그렇다는 게 놀라웠어요. 지망생 중에서 전공생이 아니거나 네트워크가 없는 분들은 더욱 정보가 없고, 정보가 없다는 건 콘텐츠 시장에서 약자가 된다는 뜻이거든요. 그걸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 걸 보면 화도 나고 제가 데뷔할 때 정보가 없어 고생했던 게 떠오르기도 해서 정보공유를 많이 합니다. 저는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만화업계에 대한 욕심이 크거든요

 

Q. 유튜브 진행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답변을 드리는 식입니다. 만약 제가 답변드릴 수 없는 내용의 질문이면 게스트를 섭외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신인 작가들은 종합소득세를 처음 신고할 때 많이 헤매세요. 그래서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엔 세무사를 모시고 얘기를 나눕니다. 공정거래 계약서 작성과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고 싶을 땐 연구자를 섭외해서 계약 관련 내용을 얘기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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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1(좌)과 시즌4(우) 자문 도움 리스트


Q. 전문가 도움을 정말 잘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닥터 프로스트>도 시즌1 시작하실 땐 자문 리스트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4는 자문 도움주신 분들이 무척 많더라구요. 자문 전문가 섭외는 어떻게 하시나요?

알음알음이요. 기존 자문님께서 지인을 소개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자문님들께 잘 못했으면 소개를 안 해주셨을 텐데 그렇게 선뜻 소개해주시는 걸 보고 안심되기도 합니다. '아 내가 자문님들 열받게 하고 있진 않은가 보다' 하고요.

 

Q. 웹툰부터 유튜브, 팟캐스트까지. 일을 시작하는 추진력이 정말 강하신 것 같아요.

잘 하려고만 안 하면 다들 할 수 있습니다. 엉망으로 하면 다 해요. 잘 하게 되는 건 나중의 일이고요.

 

Q. 그럼 실행력이 좋으신 건가요?

뻔뻔한 거죠. 실행력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요. 그런데 평가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실행력을 조금 더 앞서갈 뿐이에요. 저는 그 두려움이 낮은 것 같아요. 만화도 그렇고, 유튜브도 그렇고, 팟캐스트도 그렇고. 모두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뻔뻔함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이 무엇이든 오래 하다보면 늘잖아요. 뻔뻔하게 시작했던 걸 10년 넘게 하면서 살았더니 잘하게 된 거예요.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보면잘 하니까 시작했겠지하고 생각하시는데, 처음엔 그렇지 않았어요.

 

Q. 어려서부터 비범하다는 이야기를 곧잘 들으셨을 것 같아요. 작가님의 유년시절은 어땠나요?

비범한 건 잘 모르겠어요공부는 잘 했죠. 공부 잘 하는 어린애야 항상 있는 거니까요. 전학을 많이 다녔어요.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 다녔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서 만화나 그림그리기를 자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만화 잘 그리는 애라는 딱지가 붙었던 기억이 있어요. 공부 잘 하고, 만화 잘 그리고, 키 큰 애였으려나요? 어릴적 친구들한테 직접 물어보고 싶네요.


Q. 질문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 봐요. <닥터 프로스트> 작가의 말에서도 독자분들께 질문을 하시는 것 같던데.

그 때는 작가의 말에서 질문을 했었군요. 지금도 질문하는 걸 좋아해요. 나이가 들면서, 특히 교수라는 직업을 겸직하게 되면서 느끼는 공포가 있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 척을 하게 되는 거구나. 이러다 *맨스플레인(Mansplain) 하는 거구나.”하는 공포요. 당연히 어떤 분야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알 것 같은 사람이랑 대화할 때도 습관적으로 가르치려고 들고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아무래도 교수라는 직업은 다 알아야하고 설명해야될 것 같은 아우라가 있어요. 그래서 더욱 더자칫하면 정확히 알고 있는 분야가 아닌데도 전문가 같이 얘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것만큼 꼴사납게 늙는 게 없다고 많이 생각해요

*맨스플레인(mansplain) :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 신조어. 상대방은 모를 것이라는 듯 설명하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여자가 이미 아는 내용을 남자가 설명하고 있을 때 사용된다. (출처 : Cambridge Dictio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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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이종범

 

Q. 청강문화산업대학은 만화계의 인재를 많이 배출해내기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천재 학생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부담스럽죠. 저보다 잘 하는 학생이 있으니까요. 특히 대형 강의를 맡다 보면 그중에 저보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도 있고 연출 잘 하는 사람도 있어요.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무언가 얻어갈 게 있으니까 왔겠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 년 지나고 나니까 그들이 얻어가고 싶어하는 게 뭔지도 알았어요. 저만 아는 소수의 몇 가지 지식들이 있거든요. 그럼 수업에서 그걸 공유하는 거죠. 그리고 부담을 없애는 방법을 배웠어요. 제가 만화에 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거요. 실제로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지도 않고요.

 

Q. 작가님만 알고 계신 소수의 지식이 무엇인가요?

스토리에 관련된 체계적이고 유동적인 접근과 독학의 방법이요. 저는 만화를 2~30년 동안 독학으로 배웠기 때문에 거기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얻었다고 피드백을 줘요. 실제로 감각적이고 재능있는 천재들은 무언가에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그러니까 그런 접근법을 알려주는 거죠. 저 같은 범재(凡才)들이 아는 거거든요. 이 학교에는 잘해 본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잘 못 해 본 사람들, 범인(凡人)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많이 공유해 줍니다.

 

Q. 학생들이 작가님을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아요. 베스트 티칭 교수로 뽑히시기도 하셨다고요?

 학생들한테 강의 평가가 높은 교수한테 주는 건데요, 여러 번 받았어요. 저 강의 되게 잘 해요

 

Q. 강의와 웹툰 작업을 비교하면 어떤 일이 더 편하신가요?

강의하는 게 만화 그리는 것보다 편해요. 어떤 정보를 알기 쉽게 가공해서 공부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 이 과정은 만화 그리는 것보다 더 쉽고 더 익숙하고 더 잘할 수 있어요. 실제로 강의 경력이 만화 경력보다 훨씬 길어요. 만화가가 되기 전부터 영문법 강사였어요.

 

Q. 그럼 웹툰 작가를 은퇴하고 교수 일에 완전히 집중하실 생각도 해보셨나요?

지금은 웹툰 작가와 교수라는 두 직업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입시를 위한 영문법을 가르쳤다면 지금은 제가 의미있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가르치는 삶과 창작하는 삶이 잘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가르친 학생들 중에 유명한 작가님이 되신 분들도 있나요?

되게 많아요. 제가 잘 가르쳐서 잘 되었다기 보다 원래 잘 될 친구들이었어요. 자랑스럽습니다. 최근에 졸업하고 네이버웹툰에서 <꼬맹이를 부택해!>를 연재하고 있는 마라링 작가님, <럭키언럭키>를 연재 중인 가천가 작가님, <!주예수여>의 아현작가님…. 등등 많습니다. 다 말씀드리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 다음웹툰에서 연재하고 계시는 친한 작가님들은 <이대로 멈출 순 없다>의 자룡, 골왕 작가님이에요. 졸업할 때 제가 지도교수 했던 분들이에요. 제자였는데 이제는 동료 작가가 된 작가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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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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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닥터 프로스트>를 구상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른 게 다 거절당해서요. 수많은 작품을 거절당하고 나서 전공이 심리학이니까 그냥 한번 마지막에 내본 게 통과한거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웃집 만화가 종범씨]라는 에세이 초반부에 자세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해보셔도 재미있을 겁니다.

#18. 웹툰작가 데뷔백서 part.2 

▶ https://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3111723327220138

 

Q. 닥터프로스트는 이전 시즌이 아직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되고 있더라고요.

유료 서비스를 해야 한다면 과거 작품보다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미리보기를 유료화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고 편집부에서도 받아들여줬습니다. 예전 작품을 무료로 공개하면 정주행 장벽이 낮아지니까 미리보기 결제율을 높이기 유리하고요.

 

Q. 중간중간 휴재기가 있었지만 <닥터 프로스트>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연재 중입니다. <닥터 프로스트>를 처음 구상하셨을 때 이렇게 오랜 기간 연재할 것을 예상하셨나요?

전혀 못했죠. 3년 예상했어요. 2-3년이면 완결하지 않을까 했는데 얼마 전에 9주년이 되었습니다. 이 분위기면 10주년 채울 수 있을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길게 할 얘기였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Q. 하나부터 열까지 자문이 필요한 소재여서 자문 양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스토리 콘티를 짜고 자문을 얻는 방식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자문님들과 친해집니다. 무엇보다 저를 만나면 재미있겠다는 인상을 드리려고 해요. 같이 맛있는 음식 먹고, 맥주 마시면서요. 자문님들은 휴일에 시간을 내서 저를 만나주시는 거니까 되도록이면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거든요

질문 내용은 초고를 쓰면서 정리를 해둡니다. 그리고 만나면 재미있게 놀면서 질문을 드리는 거죠. 만약 깊은 얘기가 나오면 다음에 메일이나 톡으로 정리해서 보내주시겠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자문님을 만나서 놀고 나면 초고의 99퍼센트가 수정돼요. 전체적인 내용이 완성되면 세부적인 묘사와 대사까지 추가해서 글콘티를 마무리합니다

 

Q. 상상만 해도 유쾌한 미팅일 것 같네요. 자문님들과 친한 친구가 될 것 같아요.

자문님을 구하는 건 제가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 같아요. 대부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쪽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방송의 한 꼭지를 만들기 위해 만난 게 아니라 긴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거니까요. <닥터 프로스트> 연재가 지금 9년째거든요. 오래 도와주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일본 만화 <사이코 닥터> 시리즈와의 연관성이 곧잘 언급되는데요, <사이코 닥터> <감정코치K>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셨나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영감을 많이 받았죠. 목적의식을 가지고 가져다 쓰진 않았지만 제 작품에 흔적이 묻어있는 느낌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Q. 주인공 성별을 두고 고민하셨다고. 남자주인공으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여자로 할까 남자로 할까 고민을 한 적은 있는데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남자 캐릭터로 정한 건 아니에요. 그러게요. 왜 남자 주인공으로 했을까요? 여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린다는 게 자신이 없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 中

▲시즌3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 中


Q. 세월호 사건을 기반으로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 에피소드를 연재하셨습니다. 민감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연재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사건이 일어나고 1년 정도는 세월호 사건을 다룬 창작물들이 쏟아져나왔어요. 저는 관련된 기사/창작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생각이 정리될 까지 1년 반을 기다렸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언급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그렸습니다. 당시에는 왜 세월호 이야기를 2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다루냐는 반응이 있었는데, 사안이 터졌을 때 바로 이야기하는 건 논객들이 할 일이고, 시간과 거리를 두고 앞뒤의 일을 바라보는 게 작가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했죠.

 

Q. 해당 에피소드를 연재하시면서 위협의 메시지를 받진 않으셨는지요?

이미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긴 합니다. 앗, 그 만화 그려서 들어간 건가? 그럴 수 있겠네요.

 

Q.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은 작가님께 어떤 에피소드였나요?

여러모로 중요한 에피소드였던 것 같아요. 그 에피소드에 가장 많은 걸 걸었어요. 동료 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조금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서 의무감이요. 너무 많은 걸 걸고 그려서 지옥같은 작업이었어요. 당연히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고통의 양은 최고였던 것 같아요.

 

Q. 도중에 한주 휴재하시고 이야기를 재정비했던 유일한 에피소드기도 하잖아요.

. 당시 독자분들도 대단했어요. “됐고, 휴재 싫어할 법도 한데 호의적으로 반응해줬어요. 생존자 분들을 만난 이후에 에피소드 중후반부를 싹 뜯어 고치기로 했다고 휴재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다들 지지해주셔서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나요

 

닥터프로스트
▲시즌3 에피소드 후기 中


Q.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체험시키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체험을 줄 수 있는가'와 '누구의 인생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가'요.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Q. 캐릭터 구상하실 때 참고하시는 자료의 양은 어느정도가 되나요?

천차만별이에요. 인터뷰만으로 구사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관련 논문과 저서 4-5권을 읽은 경우도 있습니다. 시즌1에 마지막 에피소드 [두 사람의 개기일식]에서 다뤘던 경계성 성격장애는 관련 서적만 5권 넘게 읽고 논문도 많이 읽었어요. 반면 [소심한 연군의 열흘]에서 사회공포증의 경우에는 증세를 쓴 회고록, 상담기록만을 가지고 쓰기도 했습니다

 

Q. 상담기록은 어떻게 확인하신 건가요?

상담기록은 기본적으로 컨피덴셜(Confidential : 기밀)이에요. 그런데 내담자들 중에서 학술적인 목적과 연구적인 목적을 위해 가명으로 공개하는 데 동의한다고 서명하신 환자분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상담료를 할인 받는 등의 혜택을 받아요. 그렇게 공개 가능한 상담기록 중에서 관련 케이스를 자문 선생님이 소개해주십니다. 내담자A 씨와 내담자B 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식으로요. 전공 서적이나 의학 학술지에 기록되는 사례들도 이런 경우입니다


Q. 새로운 에피소드는 어떤 식으로 기획하시나요?

현재 작업 중인 에피소드 연재가 끝나갈 때 머릿속으로 다음 에피소드 기획을 시작해요. 지금 시기에 어떤 이야기가 필요할까 고민해요. 취업 우울증이 심할 취업 시즌에는 취업 관련해서 찾아보고, 수능 가까워지면 수험생들 찾아보고. 이런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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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봉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떠올리셨는지요?

제일 안 어울릴 이름을 생각했어요. 너무 멋있기만 한 건 싫어서요. 웃기고 재미있는 이름을 생각해두고 그 중에 하나를 골랐습니다. 요즘(시즌4)은 그 누구도 프로스트라고 안 부르고 다 남봉이라고 불러요. 댓글 보면 재미있어요.

 

Q. 간혹 <닥터 프로스트> 보고 심리학과 갔다는 댓글들 보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내가 미쳤지. 죄송합니다. 만화 보고 정하지 말라고! 이런 느낌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심리학과 가셔서 재미있으셨다면 다행이고요. 재미 없으셨다면 죄송하고요. 아주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고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 그러게 누가 웹툰 보고 정하래?’ 하는 마음이 섞여있습니다.

 

Q.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하시면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뭐라도 전달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가 뿌듯해요.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독자들 반응을 보면 언뜻 알잖아요.

 

Q. 9년째 연재하고 계시는데요. 장기간 연재하면 안 좋은 점이 있나요?

연재를 오래 하면 안 좋은 점은 연재 중에 예전의 원고를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예요. 어떤 느낌이냐면 과거 연애 상대들과의 기록을 계속 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머리를 부여잡게 만드는 그런 기록으로 가득하죠. 그래도 다행히 제가 아까 얘기했던 뻔뻔함이 있어서요. ‘그래도 와서들 봤네? 감사해라해요(웃음). 여기에서 독자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이 생겨요. ‘그때 날 좋아했던 여친들은 생불인가?’ 하고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그런 부족한 작품도 봐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죠돈을 주셔서가 아니라이딴 걸 와서 봐주셨네하는 감사요. 그만큼 옛날에 연재했던 원고를 보면 아쉬운 게 아주 많아요.


Q. 그중 가장 아쉬운 점을 뽑으신다면?

그렇게 물으시면 사실 아쉬워 죽겠다 싶은 원고도 없어요. 솔직히 이정도면 됐지 하거든요. ‘그 당시 내가 만화를 잘 그릴 수 있었을리가 없지라는 마인드를 가지면 전반적으로 옅게 깔린 아쉬움이 많더라도 이불을 걷어찰 정도의 아쉬움은 없어요. ‘내가 만화를 무슨 200년을 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선방했지’. 이런 마음은 창작자로서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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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1 '텅빈남자' 中



[마무리]

 

Q. 오랜 기간 작품을 연재한 만화가로서, 또 만화콘텐츠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지망생 분들이라면 만화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만 피하면 될 것 같아요만화보다 중요한 게 자꾸 생기면 불편해져요. 독자나 반응이 더 중요해져버리면 만화와 관계가 틀어져 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처음엔 만화를 잘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거든요. 좋아해서 시작한 거지. 그런데 직업으로 삼으니까 독자들 반응, 순위, SNS 피드에 비판/비난이 신경쓰이게 돼요. 거기에 휩쓸리면 바라던 직업을 얻었지만 정작 그 직업과의 관계가 파경을 이루는 아이러니가 벌어져요.

만화라는 위대한 매체는 우리의 실력이나 독자의 반응 같은 건 봐주지 않아요. 전공도 보지 않고, 순위도 실력도 보지 않아요. 그런데 너무 휘둘리고 있어요. 행복하려고 꿈꾸다가 불행해진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이런 일은 직업과 꿈이 맞닿는 경계선에서 언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문구은 묘한 문구죠.  ‘좋아서라는 말과이라는 말이 붙어있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건 난데 '일'은 남이 시키는 거니까요. 그래서 중간에서 중심을 못 잡으면 좋아하던 걸 미워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게 위험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작품에서도 충분히 느껴지지만작가의 말을 써주신다거나,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매년 남겨주시는 걸 보면서 굉장히 다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께 독자란

친구라는 단어는 너무 엉성한 단어잖아요. 동네 친구부터 베프까지 같은 단어로 지칭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독자도 그래요. 고객으로서의 독자가 있는가 하면, 돈 주고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에 굉장히 감흥해서 중요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좀 다른 느낌이죠. 같이 나이 먹어가는 사회적 동료 시민의 느낌이 있어요. 독자라는 말을 정의하기가 어렵네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이렇게 부족하고 구멍이 많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보러 오고, 쿠키 쓰고, 댓글 남기고, 타임라인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죠. 모든 층위의 독자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있어요. 독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도 있고 제일 미운 시기도 있어요. 이런 시기를 거치고 나면 진심어린 고마움을 느끼는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독자와의 관계도 작가의 성장과 더불어 가는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오랜 기간 <닥터 프로스트>와 함께하고 계신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 힘이 됩니다. 저도 큰 힘이 되어드리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독자님들이 굉장히 큰 힘이 되고 있거든요. 그러니 저도 큰 힘이 되어드리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가 됐든 힘이 됐든 어떤식으로든이요. 큰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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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빈 | 2020-05-15 17:48:37
학교에서 진행한 심리검사에서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위클래스에 자주 방문하다가 단행본으로 먼저 접했어요. 그러다가 이 책을 읽고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이ㅜ없어지고 미뤘던 상담등을 하게 됬어요 좋은 작품 감사드립니다
김간게 | 2020-05-15 19:40:51
작가님 독자들이랑 소통도 많이해주시고 웹툰도 너무 좋아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밌게 설명해주셔서 너무좋아욧
삐약 | 2020-05-15 19:50:28
좋은작품 감사합니다 저 이거 짱좋아해요... 반애들 20%가 다 이거보더라고요... 캐릭터에 치이고 내용에 치입니다 항상 화이팅><
yennn0304 | 2020-05-16 00:04:36
배워갈 게 많은 웹툰이랄까요.. 보면서 정말 많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해요! 주인공 너무 귀엽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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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7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4-04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6
<일단 질러! 질렐루야> yami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3-28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5
<언덕 위의 제임스> 쿠당탕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3-21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4
<만물의 영장> 보민 작가 인터뷰
최선아 기자 | 2020-03-14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3
<아는 여자애> 허니비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3-07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2
<모죠의 일지> 모죠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2-29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1
'전설의 과학도들' 김보통 작가 인터뷰
최선아 기자 | 2020-02-26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0
'보름달식당' 김보통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