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학교 김선생님> 복슬 작가 인터뷰
탁정은 기자
| 2020-08-15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15
[우리학교 김선생님]
복슬 작가 | 다음
학생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초보 교사가
완벽한 교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복슬' 작가님의 소소한 일상부터
<우리학교 김선생님>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Q. 안녕하세요 복슬 작가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음웹툰에서 <우리학교 김선생님>을 연재중인 ‘복슬’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본명으로 데뷔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필명으로 활동 중이시죠. 필명 ‘복슬’은 어떻게 짓게 된 필명인가요?
A. 필명은 전부터 짓고 싶었는데 마땅한 게 없어 고민이었어요. 차기작 오픈을 며칠 앞두고 친구가 아이디어를 내주었습니다. 제 본명에도 ‘슬’이 들어가니 좋을 것 같다면서요. 듣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필명으로 불리면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
Q. 필명으로 바꾸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전부터 필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고, 뭔가 여러 가지로 부담을 덜고 싶어서 바꾸게 된 것 같아요.
'슬희'에서 '복슬'로
Q. <오빠의 향기>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셨죠. 웹툰 작가를 하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성공적인 데뷔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민망)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보는 것도 그리는 것도 좋아했어요. 대학은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어 잠시 영화에도 관심을 가졌었는데, 과제나 촬영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 제 성격상 낯도 가리고 소심해 협업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다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만들 수 있는 만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Q. 정식 데뷔까지 어떤 과정이 있으셨나요?
A. 생업을 병행하면서 3년 정도 본격적인 지망생 생활을 했고, 여러 공모전에서 낙방하다 다음리그와 도전 만화에 올렸던 <오빠의 향기>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학창시절은 어떠셨나요?
A. 반에 한두명은 꼭 있는 조용히 그림 그리는 친구? 였던 것 같아요. 존재감이 별로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매우 내성적이어서 발표도 잘 못하고, 나서서 손들고 질문이나 의견을 내는 일 같은 건 절대 못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눈이 나빠 칠판이 보이지 않는데도 선생님께 말을 못해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언니가 저희 담임선생님께 대신 말해주어 자리를 바꿀 수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제일 즐거웠던 때는 입시미술학원을 다녔던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제 필명을 지어준 친구와 같은 학교 같은 학원 친구였는데 같이 다니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많아요.
Q. 작업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A. 4부 들어서며 채색 어시님이 인물 채색을 도와주고 계셔서 작업 일정이 조금 바뀌었어요.
화~금 작화 작업을 하고요, 토~일은 쉬면서 다음화 콘티를 미리 구상해요. 어시님이 주말동안 인물 채색을 해서 넘겨주시면 월요일에 배경 못 넣은 거 넣고, 편집해서 마감을 해요. 마감 요일이 화요일 낮이거든요. 사실 원래 이 사이클로 돌아가야 하는데.. 요새 점점 밀리고 있어 걱정입니다.
Q. 그럼 작업을 하시지 않는 날 일상은 무엇을 하시나요?
쉬는 날에는 맛있는 것도 먹고 까페에서 콘티도 짜고, 보고 싶었던 영화나 예능도 챙겨 봐요. 평일에 잘 못했던 바깥 산책도 하려고 해요. 침대에서 뒹굴 거리는 걸 좋아해서 뒹굴 거리는 것도 열심히 합니다.
Q. 그림체가 정말 따뜻합니다. 선호하시는 그림체가 있으신가요?
A. 좋아하는 그림체의 작가님은 정말 많은데요, 간결한 그림체를 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생략이 많이 된 러프한 그림이요. 그랬는데 요즘엔 예전 펜촉으로 그린 듯한 그림에도 마음이 많이 가요. 제가 ‘김민희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김민희 작가님의 이야기와 그림도 참 좋아합니다.
Q. 전작 <오빠의 향기>는 <우리학교 김선생님>보다 진한 색상과 얇은 선을 주로 사용하셨는데, 지금의 작품은 대체로 연한 파스텔톤과 전보다 다소 두꺼운 선으로 그리십니다. 색감 혹은 그림체를 선정하시기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신가요?
A. 펜선이 얇으니까 그림이 좀 허전한 느낌이 들어 선을 두껍게 쓰게 되었어요. 색감은 스스로 컬러에 자신이 없다보니 계속 채도를 빼게 되는 거 같아요. 특히 전작과 달라진 점은 피부톤인데, 제가 오빠의 향기를 완결 후 다시 보니 얼굴이 좀 술 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붉더라고요. 그릴 때는 몰랐거든요. 그래서 <우리학교 김선생님>을 그릴 때에는 피부에서 붉은색을 많이 빼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색상도 조금 연해진 것 같아요.
Q. 작품들이 ‘학교’라는 키워드와 굉장히 밀접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A. 전작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순정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그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완결 후 작품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고, 차기작을 고민하다가 학교가 배경인데 주인공이 선생님인 순정물의 웹툰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Q. SNS 안에서 작가님의 모습이 신비스럽습니다. 완전한 공개는 안 하실 예정이신가요?
A. SNS는 그냥 게을러서 자주 업로드를 못하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ㅠㅠ 요즘엔 블로그가 좀 더 편해서 일상사진은 그쪽에 많이 올리고 있어요. 그마저도 자주 못 하지만요.
Q. 작품을 연재하시면서 스토리, 콘티, 연출, 그림 등 다양한 부분을 맡아서 하실텐데,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A. 아무래도 스토리, 콘티, 연출이 제일 스트레스도 받고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림도 기복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그리면 조금이라도 결과가 나오는데, 스토리와 콘티는 결과가 안 나오는 날이 많아서요. 물론 고민이 쌓여야 언젠가 생각도 떠오르는 거겠지만 일단 보여지는 결과가 없으니 마음이 답답할 때가 많아요.
Q. 다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웹툰 작가를 택하실 건가요? 그 이유는?
A. 웹툰 작가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지만 다른 직업도 궁금하긴 해요. 지금으로서는 한적한 곳에서 커피와 책을 파는 작은 서점의 주인이 되고 싶어요. 취미로 그림도 그리고요. 생각해보니 이건 돈을 많이 모으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겠네요. 열심히 해야겠어요!
<우리학교 김선생님>
Q. ‘학교’, ‘선생님’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A. 처음 기획했던 게 2016년 말 정도였는데요, 당시 제목이 ‘완벽한 김선생’이었어요. 완벽한 선생님이 뭘까 생각하다가 사회에서 말하는 완벽의 조건과는 먼 수지 캐릭터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모든 게 뛰어나지만 학생을 위하는 마음이 부족한 ‘선우’와, 모든 게 서툴지만 학생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부족함이 없는 ‘수지’. 두 사람 중 누구를 완벽한 선생님, 좋은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처음 기획이었어요. 거기에서 발전해 지금은 ‘선생님도 성장한다’를 주제로 잡고 그리고 있어요.
Q. '수지'를 기간제 교사로 설정하신 이유는?
A. 인물의 불안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었어요. 아무래도 정해진 계약기간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불안정함이 좀 더 극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제작하기까지 많은 취재를 하셨죠. 실제 학교 선생님, 학생 등 다양한 분들께 도움을 받으셨는데, 실제 작품 안에 취재 내용이 반영된 게 많은가요?
A. 네 반영된 게 많아요. 아무래도 상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취재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 사람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지만 90퍼센트 이상은 인터넷을 많이 찾아봐요. 주로 기사나 교사분들 커뮤니티에서 글을 많이 읽어보고요, 요즘엔 학생분들, 선생님들의 브이로그를 많이 보고 있어요. 취재는 많이 노력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종종 오류가 나곤 해서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각 캐릭터들의 탄생비화가 궁금합니다!
A. ‘선우’는 제일 처음 만들어진 캐릭터인데요, 이름은 아는 언니의 이름을 빌려왔어요. 예쁘다고 생각한 이름이었거든요. 과거 상처나 자라온 환경은 선우가 학생과 거리를 두는 이유와 그럼에도 교사가 된 이유를 만들면서 하나하나 정해졌어요. 외강내유인 캐릭터예요.
‘수지’는 기획 초반에 읽게 된 어떤 책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그 책을 쓰신 작가님이 매우 정의롭고 학생을 위하는 마음이 대단한 선생님이셨어요. 선우와는 반대로 외유내강인 캐릭터예요.
‘하늘’은 머리모양도 옷차림도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초반에 수지가 답답한 일을 많이 겪거든요. 그래서 독자분들께도 수지에게도 하늘샘은 한줄기 빛 같은 존재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름은 1부 후기에도 적었는데 좋아하는 배우님의 이름을 빌려왔어요.
Q. 학생부터 임용고시 준비생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독자분들이 공감하는 웹툰입니다. 작가님께서는 독자들에게 작품을 통해 어떠한 점을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A. 사실 이렇게까지 관련된 직업군의 분들이 많이 보시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엔 그저 ‘전작보다는 잘 하고 싶다‘정도의 마음이었거든요. 뭘 전달하기보다는 일단 재밌게 잘 마무리하고 싶고, 관련된 분들께 누가되는 만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Q. 이른바 ‘심쿵 포인트’를 잘 아시는 거 같아요. 작품을 위해 참고하시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콘텐츠가 있다면?
A. 그렇게 보였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친언니의 영향으로 순정만화를 일찍 접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즐겨봐서 그 영향이 있을 것 같고, 영화나 드라마도 즐겨 봐요. 특히 <우리학교 김선생님>을 준비하면서 사건과 로맨스가 결합된 드라마를 많이 찾아봤어요. 그리고 일부는 제가 듣고 싶거나 해주고 싶은 말과 행동을 넣기도 해요. 대리 만족이죠!
Q. 김선우 선생님과 남하늘 선생님 둘 다 김수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게 독자 입장에서는 너무 잘 보이는데요. 그에 비해 김수지 선생님이 마음을 잘 몰라주더라고요, 남녀 선생님의 감정을 천천히 이끌어 가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정해진 분량 안에서 주요 사건을 진행하려다보니 로맨스가 조금 천천히 진행된 것 같아요.
Q.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내용은 선생님들의 러브라인? or 학교 이야기?
A. 기획당시에는 러브라인 위주였으나 학교 안에서 사건을 만들다보니 지금은 학교 비중이 높아졌어요. 마음속으로는 반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소재가 소재다보니 시의성 있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되신 적은 없으신가요?
A. 걱정이 많이 되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을 법한 일을 다루다보니 다소 민감한 이야기를 건드리게 되었어요. 부담이 많이 되고 심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 에피소드가 정말 어려웠어요. 굳이 이 이야기를 다뤘던 건 댓글에서도 누가 말씀을 해주셨는데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이어지는 일이 정말 많다고 들었어요. 어른들의 잘못이 아이들의 잘못으로 이어진다고요. 의도대로 읽어 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아닌 경우도 많았어요. 제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던 보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시는가가 중요하니까요, 연출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쉽고 부끄러워요.
Q. <우리학교 김선생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A. 연재 준비 중에 중학교 교사인 친구 학교에 취재차 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복도에서 어떤 교사분이 제가 교사인줄 알았는지 인사를 해 주셨어요. 친구에게 물어보니 학기초라 다른 교무실 선생님이면 서로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일단 인사를 해 주신 것 같다고 했어요. 학기 초 수지가 하늘이를 학생으로 착각했던 에피소드는 이날 인사를 해 주신 선생님 덕에 나올 수 있었어요.
또 하나는 취재가 인연이 되어 친구네 반 학생들에게 진로 체험이라고 웹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몇몇 학생들이 본인의 이름을 만화에 넣어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반 친구들 이름이 적힌 자리 배치도를 찍어와 만화 이곳저곳에 많이 넣었어요.
석윤이, 금희, 유민, 희진 등 주요 인물들을 비롯해서 출석을 부를 때나 잠깐 나오는 이름들도 그때 만났던 친구들 이름을 많이 빌려왔어요. 당시 학생들이 중학교 2학년이었으니까 지금은 18살이 되었겠네요. 그 친구들이 만화를 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중한 이름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끝으로
Q. 많은 독자들이 드라마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계획이 있으실까요?
A. 저도 그럴 기회가 생기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Q. 만화가로서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제가 앞으로도 계속 연재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계속 연재할 수 있다면 꾸준하게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데뷔하고부터는 저의 부족한 점만 자꾸 보여서 점점 위축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족하니까 조금씩 발전해가는 재미가 또 있지 않을까 하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제 속도에 맞게 꾸준히 해 나가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 )
A. 가끔 독자분들 댓글을 보면 천사가 아니실까 생각할 정도로 감동을 많이 받아요. 얼굴도 모르는 작가에게 정성을 들여 따뜻한 말을 마구 건네주시거든요. 특히 지금 그리고 있는 만화는 학교에 계신 분들이 보면 어색하고 오류도 많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너그러이 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요즘 안 좋은 일이 많은데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