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율리> 돌배 작가 인터뷰

김세정 기자 | 2022-06-25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57

[율리]

돌배 작가 | 네이버웹툰


무려 15년간 만들어오셨다는
탄탄하고 방대한 세계관,
따듯한 색감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림체!

보고있으면 마치 이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그 작품,

<율리>의 돌배 작가님과 함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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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배 작가님♥


Q. 안녕하세요, 돌배작가님. 독자분들께 먼저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으로 데뷔하고 ‘계룡선녀전’과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를 그린 돌배작가입니다. 지금은 웹툰 ‘율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웹툰가이드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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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필명을 ‘돌배’로 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A. '돌배'는 아버지가 지어주신 제 태명입니다.


Q. 현재 작품 휴재 중이신데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A. 율리 1부를 휴재한 이유는 출산을 위해서였습니다. 작년 7월에 출산 하고 지금까지 1년 동안 육아를 하며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돌잔치를 준비하고 있네요!

그동안 틈틈이 작법서도 쓰고, 가끔 강의도 나가고, 작은 프로젝트들에도 참여하였습니다.


Q. NFT 작품 판매에 참여하시고, ‘상열이’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특별한 경험이셨을 것 같아요. 기분이 어떠셨나요?
A. NFT를 처음 경험해봐서 판매가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미래에는 제 NFT를 사주시는 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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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돌배작가님 인스타그램 @dolbae_jakka)


Q. 인터뷰,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작가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요?
A. 언제나 독자들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보람찹니다. 인터뷰를 요청해주신 분들 중에서 제 작품을 깊이 읽고 깊이있는 질문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정말로 감동을 받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마치고 계룡선녀전을 연재할 때 웹툰 평론가 한 분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저보다 더 제 작품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한 팟캐스트에 초대되어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정말로 작품을 깊게 이해해주시고 심도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과 함께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Q. 연재 중 슬럼프가 왔을 때 작가님만의 극복 방법이 있나요?
네, 주간연재 중 스토리가 막히거나 콘티가 막힐 때 저는 밖에 나가서 달리기를 합니다.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뇌의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막혔던 곳이 뻥 뚫릴 때도 있고 밖에 나갔다 온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돼서 훨씬 가뿐한 마음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주간연재가 아니라 시간이 많이 주어졌을 때는 달리기도 물론 하고 최대한 자료조사를 많이 해서 막힌 스토리를 뚫어나가는 편입니다. 자료조사를 양적으로 많이 하다 보면 그중에서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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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배 작가님의 작업실


Q. 작가로 데뷔하신 후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는 언제인가요?
A. 독자님들의 후기를 들을 때입니다. 누군가가 제 만화를 봐주고 감명받고, 즐거워해주면 저는 만화 그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후기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더 감동적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나만 알아보겠지?’하고 그렸던 사소한 내용을 어떤 분이 알아채 주실 때 희열을 느낍니다.


Q. 태권도, 달리기, 무에타이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겨 하시는 작가님! 최근 즐겨하는 다른 운동이 있으신가요?
A. 근 2년동안은 운동을 도통 못했습니다. 그나마 걷기와 달리기를 했는데요, 출산 이후로 온몸의 관절이 늘어나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서 운동은 거의 못 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달리기를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태권도와 권투, 킥복싱 같은 격투나 발레 같은 댄스 종류도 해보고 싶습니다.


Q. 러닝을 하시면서 즐겨 듣는 작가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으시다면 추천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저는 달리기를 할 때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도 듣고, ‘과학하고 앉아있네’도 듣고, ‘웹투니스타’도 듣고 최근에 종영한 ‘웹툰스쿨’도 듣습니다.

재미있는 팟캐스트가 있다면 추천받고 싶습니다 :)


Q. 생명다양성재단의 후원을 하시거나 비건 음식을 드시는 모습들을 보았을 때, 생명과 환경 등 관련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환경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남모르게 혼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기후변화가 우리 후손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당대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여전히 우리가 노력해서 바꿔나갈 일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고기 소비를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과 일회용 사용을 줄이고 쓰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비건 음식도 의외로 맛있고요.

우리 삶을 풍요롭게 영위해나가면서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 웹툰 작가와 애니메이터, 두 가지 직업의 고충을 모두 겪어보신 작가님이신데요. 직업으로서의 각각의 장점을 꼽아주신다면?
A. 둘 다 재미로 치자면 동등하게 재미있고요, 힘든 것도 비슷하게 힘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터는 보통 여러 사람과 협업해서 작품을 만들고, 웹툰 작가는 혼자서, 혹은 소수의 인원과 함께 제작하니 팀원의 규모의 차이가 있겠네요. 애니메이터 일을 할 때는 동료가 많아서 좋았는데 웹툰 작가로 일하니 조금 심심하고 외롭습니다.

애니메이터는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거대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완성 결과물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고요, 웹툰 작가는 나의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를 누군가와 속삭이듯이 전달할 수 있어서 친밀한 느낌이 있습니다.

둘 다 좋은 직업입니다.


Q. 타 매체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을 좋아한다는 말씀하셨는데요. 그 간의 작품들과 그 안에서 등장한 수많은 등장인물 중 가장 이입이 잘 되었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A. 등장인물 거의 모두에게 이입 했습니다. 딱 누구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굳이 말하자면..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의 가야, 클라우디오 그리고 ‘계룡선녀전’의 정이현 교수에게 가장 많이 이입했습니다.



[율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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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율리>는 어떻게 구상하시게 된 작품인가요?
A. <율리>는 15년 전부터 조금씩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처음 구상한 것에서 많이 달라졌지만, 한 사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하고 중간에 신비한 경험과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필수 설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세계와는 다른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싶었고, 그 속에서 독자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사실 작품을 그리기 전에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고 싶었지만 때마침 코로나19가 터져버려서 못 갔습니다. 대신 한국에서 열심히 도서관에 다니면서 국내 자료들을 최대한 끌어모았습니다. 그래도 중앙아시아에 가서 자료 조사 하지 못한 것은 끝내 아쉽습니다.


Q. 연재 전, 전체적인 스토리를 모두 정해두셨나요? 
A. 전체적인 스토리는 있지만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항상 그래왔습니다.

정해놓은 엔딩은 확실하게 있습니다. 기본적인 엔딩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 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지금 정한 것과 상당히 달라질 것 같아요. 

저는 연재하기 전 '연재 제안서'를 쓸 때 모든 회차의 트리트먼트를 적어두는 편입니다. 그것이 미래에 달라진다 하더라도. 


Q. 세계관을 완성하시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셨나요?
A.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듬성듬성 구상하고 있긴 했습니다만 햇수로 15년이 걸렸고, 앞으로 더 걸릴 예정이네요.

처음에는 신비한 동물들이 있고 특이한 종족들이 있고 부족들이 있고 사막이나 열대우림같이 이색적인 배경을 그려보고 싶어서 가볍게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빈 곳이 많이 느껴지고 여기저기 세계관을 채우느라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Q. 가장 고심해서 표현하셨던 에피소드나 사건은 무엇인가요?
A. 주인공 율리의 변성 장면입니다. 아직도 율리가 변성할 때 어떻게 보여질지 고민됩니다. 몸이 바뀌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이 어렵기도 하고 어떤 심적 변화를 거치는지 아직 고민됩니다.


Q. 작품을 연재하실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수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 세계관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최대한 독자님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싶은데 설명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배경을 그리는 일이 가장 수월하면서도 즐거운 과정입니다. 배경을 그릴 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편한 마음으로 그립니다.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처음에는 '블렌더'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3D로 구현해보려고 했지만, 작품 내에 배경이 워낙 많고 계속 새로운 배경이 등장하다 보니 모조리 손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Q. 시즌1 마무리쯤 ‘변성’이라는 설정이 큰 변수가 됩니다! 설정을 통해 전하고자 하시는 것이 있으셨나요?
A. 사람은 고정 불변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끝없이 변화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지금 이렇게 태어났지만 어떤 자극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있고, 나라는 정체성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Q. 건물 양식, 의복 등에서 <율리>만의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복장, 건축양식, 예술 등등에 많이 감명받아서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최대한 따라 해보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신부이야기>라는 만화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문양들을 곳곳에 배치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노동력의 한계로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한정된 노동력 안에서 <율리>만의 특징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자 색을 고심해서 썼습니다. 흑백만화가 아닌 웹툰의 장점 중의 하나가 ‘색’이라는 생각이 들어 십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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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열과 율리 (출처 = 돌배작가님)


Q. ‘낙타’와 ‘말’을 ‘표범’, ‘암사자’, ‘개’에 가까운 생김새로 표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실제로 낙타와 말을 그리려니 지루할 것 같아서 제가 좋아하는 동물들로 표현했습니다. 어차피 다른 세계 이야기니까 제가 정하기 나름이지요.


Q. 사막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쿠무치 관장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곧 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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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리> 1부 41화


Q. 다가올 시즌2를 위하여 독자분들께 시즌1 정주행 꿀팁을 알려주신다면?
A. 아이고,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길지 않으니까 그냥 1화부터 쭉 보시면 됩니다. 중간중간에 생소한 설정과 이름들이 나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여러 번 보시면 됩니다.


Q. 시즌2 연재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 열심히 글 콘티를 쓰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작업하려니 어색하고 감이 떨어진 것 같아 고민됩니다. 그래도 곧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너무 오래 쉬어서 독자님들께 이미 잊혀져있는 건 아닌가 매우 불안합니다.

그래도 어딘가에 조금은 율리 2부를 봐주실 분들이 계시겠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연도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마무리하며..]

Q. <율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 작품은 저와 독자들이 함께 이세계의 사막을 여행하고자 만들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제든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이 짜릿하고 즐겁습니다.

마음 편히 물 흐르듯 스토리를 진행할 테니 독자님들은 그냥 만화를 보면서 저와 함께 이곳을 즐기면 됩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메세지를 받았다면 그것은 제 몫이 아니라 독자님들의 몫입니다.


Q. 웹툰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A. 네, 우선 다른 작가님들과 협업해서 단편 단행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단편집 ‘여자력’을 감명 깊게 읽고 감화받아서 그와 비슷한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는 지금 구상하고 있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은퇴하기 전에 다 그리고 싶습니다. 건강 관리를 잘 해서 몸 성할 때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독자님들 덕분에 제가 만화를 계속 그릴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독자님들을 온,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