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 천지혜, 산책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79
[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
천지혜, 산책 작가 | 네이버웹툰
박주현, 김영대, 김우석 주연의 화제의 MBC 드라마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웹소설, 웹툰 원작이 있었다는 사실 알고 있L i...☆
원작을 알면 재미가 2배!
웹소설 천지혜 작가님과 웹툰 팀 산책 작가님께 직접 듣는 <금혼령> 비하인드💖
▲ 천지혜 작가님❤
[천지혜 작가]
Q. 작가님께서 첫 집필한 작품 <블러셔와 컨실러>는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 리그에서 정식 연재가 된 작품이죠! 글을 쓰는 직업은 다양하게 많은데도 웹소설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A. 맨 처음, 습작을 할 때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만 생각했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글을 써서 제출할 수 있는 모든 공모전에 작품을 냈는데요. 그중 ‘블러셔와 컨실러’라는 작품을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리그에 올렸고, 다행히도 네이버 웹소설에서 가장 먼저 정식 연재 제안을 주셔서, 웹소설 작가로 가장 먼저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게 된 걸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개인 블로그 글에 적힌 소개글을 보면 작가 외에도 PR인, 마케터, 웨딩 스타일리스트, 대학생 강연자 등 다양한 직업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데요. 그간 경험의 바탕이 웹소설을 창작하는 데 있어 도움 되는 측면이 있으신가요?
A. 저의 첫 직장은 바로 홍보 기획사였는데요. 작가와 PR인, 마케터 모두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케터 PR인일 때의 경험을 살려서 작품의 제안서, 기획안, 시놉시스를 쓰고 있고요. 그때 배운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지금도 저의 작품을 직접 피칭 무대에 서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웨딩에서 일했던 경험을 녹여서 웨딩 플래너가 주인공인 ‘밀당의 요정’이라는 작품을 집필하기도 하였고요. 한때 대학생 강연자로 활동했는데, 지금은 강의를 업으로 하고 있네요. 과거의 경험 하나하나 모두가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글을 처음 적기 시작할 때 캐릭터부터 먼저 구상하고, 스토리를 짜는 방식이 있는 반면 대략적인 스토리를 구상하고, 캐릭터를 구체화시키는 등 작가님들마다의 작업 과정이 다를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한 작품을 만들어내실 때의 일련의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저는 가장 먼저 아이템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 아이템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캐릭터가 필요한가, 고민하면서 대략적인 캐릭터를 짜고요. 인물 관계도를 모두 짠 다음, 이야기의 전체의 서사를 설계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 전체 서사가 그려졌을 때 조금 더 캐릭터를 구체화시키고 캐릭터 개개인의 스토리를 전체 서사 설계에 얹습니다. 초반에는 임기응변에 의존해서 다음 내용 없이 실시간 연재를 하곤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벅차서 지금은 100장이 넘는 완벽한 트리트먼트를 준비한 다음, 글쓰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Q. 직접 쓰신 글을 올리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습니다만 현재는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다시 재개하실 예정은 없으신가요?
A. 생각보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여러 개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ㅠㅠ
Q. 작년 이맘때 너무나도 예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셨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린다는 말씀드리며 결혼과 더불어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 작가로서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지셨나요?
A.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마지막 달까지 새벽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밤에 글을 쓰기보다는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집필하는 타입이었는데요. 지금도 가끔 새벽에 작업할 때가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를 맡기고 나서 10 to 5로 작업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6시까지는 집에 와서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 집필 또한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어떻게든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거울 살인’이라는 소설을 쓸 때에는 만삭의 임산부가 등장해서, 아이가 죽는 결론을 냈었는데요. 미혼일 때는 그런 결론을 낼 수 있었겠지만, 아마 지금이라면 절대 그런 결론을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천지혜 작가님❤
Q. 드라마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의 각본에도 직접 참여하셨는데 웹소설을 집필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A. 웹소설은 때로는 확신이 부족하더라도,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이 저 혼자서 오롯하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세계였습니다. 드라마 집필은 제가 쓴 글 한 줄 한 줄에도 제작비가 달라지고, 배우들이 외워야 할 대사의 양이 달라지고, 준비해야 할 세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드라마 기획 PD님도 매번 신중하게 피드백을 주셨고요. 드라마 제작 환경 여건에 맞추어서 낮과 밤을 조절하기도 하고 세트와 야외 신 분량을 조절하기도 해야 했으며, 배우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어떤 감정 상태로 연기에 임하고 있는가, 역시 중요하게 체크해야만 했습니다. 팀 작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팀 작업을 끝내고 다시 개인 작업을 하려고 하니까 문득 외로워지더라고요. 여러모로 참으로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Q. 웹소설 작가 외에 드라마 기획 PD로 활동하신 경력이 있으시죠. <금혼령>과 더불어 많은 웹소설 혹은 웹툰 작품들이 영상화가 되고 있는데, 전직 PD 출신으로 영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신 작품이 있으신지?
A. 제가 생산하는 모든 IP를 영상화에 염두에 두고 있어서요. ‘27세 두 여성의 솔직하고 발칙한 연애담’을 그린 작품 ‘블러셔와 컨실러’ 역시 영상화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결혼이 급한 웨딩 플래너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비혼주의자의 사랑’을 담은 작품, ‘밀당의 요정’ 역시 영상으로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준비하고 있는 작품 모두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쓰이고 있어서, 제 작품 모두 다양한 미디어에서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천지혜 작가님❤
Q.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많은 분들께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A. ‘나에게 이 길이 맞나, 안 맞나’ 자꾸 간을 보려고 하지 말고, ‘나에게 재능이 있나, 없나’를 자꾸 외부에 물어보려고 하지 말고, 할까 말까 고민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써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왕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했다면 자꾸 망설이지만 말고, 그 시간에 조금 더 공부하여 탄탄한 기획, 서사 설계, 캐릭터 만들기에 힘쓰셨으면 좋겠습니다.
[팀 산책 작가]
Q. <금혼령> 마지막화 후기에서 소개해주셨던 바와 같이 산책은 이유수 작가님과 오지혜 작가님으로 구성된 작가팀이죠. 팀명을 산책으로 짓게 되신 계기와 한 팀을 결성하시게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A. 우산 산(傘)과 책 책(册)을 합쳐서 산책입니다. 우산 산 글자에 사람 네 명이 옹기종기 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만들게 되었어요. 원래 처음 만들 땐 네 명이었다가 금혼령 작업 땐 두 명이서 하게 되었습니다. 책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죠.
Q. 역시 후기에서 각색이 자유로운 편이었다고 밝혀 주셨는데 ‘이 부분은 내가 봐도 각색이 자연스럽게 잘 된 것 같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소랑이가 서 씨 부인 아래에서 예현선으로 갇혀 지내던 시절의 과거가 마음에 듭니다. 원작에서도 아주 재미있던 파트였어요. 여기에 만화라서 가능한 시각적 효과를 끌어내 더 극적인 감정 전달을 하려 노력했어요. 짚신과 꽃신의 대비를 표현한 냇가에서의 신발 던지기 장면이나,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 등이요. 그리고 간택경연 부분도 여러 아이디어가 추가되었는데요, 소랑이의 재간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완전히 웹툰만의 오리지널 파트도 끼어있었는데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아 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팀 산책 작가님 작업실 풍경
Q. 연재 당시, 세이브 하나 없는 라이브 연재를 진행하셨다고 밝히셨는데 매주 하루하루가 굉장히 급박하셨을 것 같습니다. 당시 일주일 기준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었나요?
A.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듯해요. 무슨 정신으로 버텼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작업 공정은 우선 각색-콘티에 공을 들이는 편이라 2~3일 걸리고 작화를 들어가기 시작하면 3~4일 동안 펜 선을 넣고 마지막 하루는 어시분들이 보내주신 컬러 작업 보정을 했습니다.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없었다면 라이브 연재는 불가능했겠죠.
Q. 원작 웹소설을 보고, 시각적으로 캐릭터의 모습을 구현할 때 구상해 둔 여러 버전이 있으실 것 같은데 처음 구상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별 달라진 요소가 있다면?
A. 소랑이는 좀 더 성숙해졌고요. 임금님은 처음엔 청초함이 강했다면 점차 강직함으로 변했고 신원이는 눈썹이 더 진해져서 작업할 때마다 눈썹을 깎곤 했지요.
▲ 초반 캐릭터 시트
Q. 드라마 <금혼령>이 공개되면서 작가님께서 그린 장면들이 웹툰을 찢고 나왔습니다! ‘이건 웹툰과 정말 똑같다!’ 했던 장면이 있으셨는지?
A. 최초로 캐스팅 소식을 들은 게 김영대 배우님이셨는데요. 웹툰 작화와 너무 닮아서 말 그대로 '찢고 나왔다'라는 표현이 딱이었어요. 연출에서는 드라마 11화에서 예현선 이름을 부를 때 두 명의 예현선이 같이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웹툰에서 표현하려 했던 분위기가 영상으로 정확히 표현되어 너무 신기했어요. 연출할 때 무척 신경 썼던 파트라 구현된 게 정말 기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Q. 회차 말미에 한 컷으로 표현된 귀엽고 센스 있는 비하인드 보너스컷 또한 작품을 보는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회차별 다양한 보너스컷에 대한 아이디어는 매 회차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A. 원작부터가 통통 튀는 발랄한 개그감을 가지고 있어서 각색할 때나 콘티를 짤 때 불시에 떠오르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원작을 다 읽고 작업을 시작하다 보니 어떨 땐 일상생활 중에 다음에 이런 보너스컷을 하면 좋겠다 하고 미리 떠오르기도 했고요. 실은 구상된 게 많아서 추리며 작업했답니다.
Q. 웹툰 작가를 꿈꾸는 많은 분들께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A. 기초 체력과 건강... 이게 정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금이라도 운동하고, 식사를 잘 챙기셔야 해요. 건강을 잃으면 의욕과 열정도 같이 사라지더라고요. 꿈을 잃는 건 재미없는 일상의 시작이니까요.
[금혼령-조선 혼인 금지령] (이하 금혼령)
Q. 연재 당시 영상화를 바라는 독자분들의 댓글이 많았죠. 실제로 드라마화가 결정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는지?
A. 천지혜 : 금혼령의 드라마화는 정말로 지난하고 힘든 세월이었습니다. 저는 대본을 천 번 넘게 고쳐 쓴 것 같아요. 천 번의 수정을 거치는 동안 진행이 더딜 때도 있었고 여러 가지 난항을 겪을 때도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프로젝트를 끝끝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그 수정들을 모두 완료해냈기 때문에, 방송에서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데요. 하지만 결국은 드라마로 완성되어 볼 수 있었기에, 그 모든 과정들이 헛되어지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A. 산책 : 참가한 콘텐츠가 영상매체로 만들어지는 건 처음이라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결정되었을 당시엔 현실감이 없다가 드라마컷이 나오기 시작하자 두근거리기 시작했죠. 진짜 되는 거야? 되는 거구나! 하면서 이미지들을 찾아보며 모니터 앞에서 혼자 웃고 있더라고요.^^;
Q. 드라마 <금혼령> 또한 주연 배우들이 MBC 연기대상에서 남녀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작품이 드라마화된 것과는 또 다르게 그 드라마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을 때의 느낌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A. 천지혜 : 세자빈 안 씨 역의 김민주 배우님은 앞으로 배우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신인 연기상 수상이 힘찬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사극을 촬영하면서 정말 혹독한 더위와 추위로 고생한 김영대, 박주현 배우님 역시 상을 받아서 정말 마음이 좋았습니다. 이신원 역할을 맡은 김우석 배우가 남자 신인상을 받지 못해서 아쉬웠는데요. 드라마를 보신 많은 분이 이를 아쉬워할 정도였으니, 김우석 배우님도 정말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A. 산책 : 열심히 제작해 주신 제작진과 배우분들의 노력을 모두 알아주신 기분이라 무척 기뻤습니다. 저희도 시상식 보면서 어머! 우와!! 하고 같이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상을 받은 것처럼 떨렸습니다.
Q. <금혼령>은 원작 웹소설이 웹툰과 드라마 두 가지 버전으로 모두 제작되었죠. 정말 훌륭한 IP라고 말씀드려도 과언이 아닌데요😄 웹소설과 웹툰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된 각기 다른 <금혼령>은 각각 어떠한 차별적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천지혜 : 금혼령 웹소설의 경우는 드라마에 모두 담기지 못한 소랑이의 7년 전 이야기나 서 씨의 이야기, 소랑이가 어떻게 괭이 할배를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잘 풀어져 있습니다. 또한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은 네이버 시리즈의 외전에서는 20년이 지나 또다시 금혼령이 내려지게 된 사연을 그렸는데요. 리윤 공주와 체탐인 민우의 사랑 이야기 역시 웹소설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웹툰의 만화책 단행본이 나오게 되어서 정주행을 했는데요. 이건 정말 갓띵작이다, 라는 말이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팀 산책 작가님들께서 너무 아름답게 작화와 각색을 해주셨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웹소설에서 표현된 개그 장면이나 웹툰에서 연출된 재미있는 장면들을 재미있게 구현해 주신 게 많은데요. 정말 정말 재미있는 빵빵 터지는 신이 많기 때문에 웹툰을 보신 분들이라면 드라마도 꼭 정주행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산책 : 에피소드를 온전하고 풍부하게 즐기실 수 있는 원작 소설 금혼령. 거기서 가지를 치며 다듬고, 웹툰만의 오리지날 요소도 추가한 웹툰 금혼령.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의 움직임을 더해 생명력 가득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드라마 금혼령. 같은 줄기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어느 쪽이든 각각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에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원작이 있는 노블코믹스를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두 작가님들께서 서로 소통하실 일도 종종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 있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A. 천지혜 : 웹툰의 각색자가 따로 있었기 때문에 저는 웹툰의 각색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드라마가 12부작으로 결정이 되면서 제가 처음에 16부작으로 기획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굉장히 압축해야만 했는데요. 뒤에 나오는 간택신은 이미 웹툰에서 많이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웹툰의 이야기를 따랐습니다.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산책 작가님들에게 미리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너그럽게 양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A. 산책 : 원작자이신 천 작가님께서 뭐든 다 오케이를 해주셨어요. 매체가 바뀌면서 더해지거나 빠지고, 혹은 순서가 바뀌는 등 여러 가지로 다듬어졌는데 그때마다 천 작가님께서 믿고 맡겨주시는 게 느껴지니까 저희도 힘내서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의 금혼령 사랑을 천 작가님께서 알아봐 주셨다 생각했고요. 아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보내주신 케이크가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금혼령> 웹툰화 진행 당시, 천지혜 작가님께서 팀 산책 작가님께 직접 보내주신 케이크
Q. 이제는 작품 속 이야기로 질문을 넘어가 보겠습니다🙂 헌과 신원의 마음속 소랑이 스며들게 된 각각의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천지혜 : 소랑이는 왕을 재워주면서 매일 밤 헌의 침소를 지키게 되는데요. 젊은 남녀가 그렇게 잠드는 시간을 매일 한 방에서 함께 한다면 정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또한 신원이는 소랑이를 지켜야 한다라는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인물인데요. 그녀가 위험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랑이의 밝은 에너지와 또 사랑스러움, 귀여움, 능청에 두 남자가 매료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A. 산책 : 신원이가 얼굴도 모르고 사랑했던 건 자신의 풋풋한 첫사랑 자체에 대한 향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염원이 소랑이에게 닿았고 그리고 소랑이를 놓는 과정이 추억에서 벗어나 현실로 발을 딛을 수 있게 해줬다 싶고요. 헌은... 소랑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인 모습부터 보았지요. 추억보정도 판타지도 끼어들 수 없는 상태였는데 늘 침체된 어두운 삶에 놓여 있다가 엄청난 생명감을 가진 존재가 뛰어 들어왔으니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겠지요. 바닥에서 시작했다가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울분을 잊고 정이 쌓이고 어느 순간 없으면 마음이 시려지는... 그게 결국 새로운 사랑임을 인정하게 된 거겠죠.
Q. 소랑이 7년 전 자신과 성사되지 못한 혼약의 주인공인 신원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헌을 선택하고, 헌과의 사랑이 이루어진 결정적인 이유 또한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천지혜 : 왕과 공무원 중에 왕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요?😊 농담이구요. 여자는 결국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중에 ‘자신이 사랑을 하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신원이가 자신을 정말 많이 사랑해 주고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헌을 사랑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원이에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보시는 분들에게도 두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해야 될까 하는 딜레마가 조금 더 실체적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브 남주인 신원의 감정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이자 전개가 모두 헌과 벌어지는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결국 소랑이는 헌에게로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A. 산책 : 이건... 얼굴이 일단 개연성일 거 같고요.(신원이도 물론 잘생겼다고 생각합니다만!!!) 게다가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가진 처연한 미남이기에... 그리고 헌과의 만남은 현선이 아닌 소랑이로서 시작했던 게 유리했겠지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자신을 봐주는 사람이니까요.
Q. 달달 한도 200% 잉꼬부부 헌♡소랑! 두 사람이 서로에게 건네는 여러 명대사 중 가장 애정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되는 대사는 어떤 대사인가요?
A. 천지혜 : 헌이 소랑에게 ‘소랑한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헌에게 ‘소랑한다’는 뜻은 ‘그녀를 많이 사랑한다’는 뜻인데요. 아무래도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소랑이가 하는 마지막 대사가 바로 ‘만백성에게 고하노니, 오늘도 내일도 소랑하라’ 였는데요. 이게 결국 ‘금혼령’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기 때문에,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A. 산책 : 혹여 아이를 낳다가 몸이 상할까 염려되어 손만 잡고 자겠다는 헌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상대를 너무나 소중히 한다는 게 느껴져서요. 물론 소랑이는 그 말을 물리쳤지만요.
Q. 전하파 손 드세요! “저요🤚.” 신원파 손 드세요! “그것도 저요..🤚.” 적절한 완급 조절의 두 러브라인으로 결말까지 독자들의 마음을 매번 들었다 놨다 하셨습니다.. T^T 삼각관계는 자칫하면 서브 캐릭터가 소외되는 경우가 있어 여러 요소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삼각 러브라인을 적절히 잘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 혹은 장치가 있으셨는지?
A. 천지혜 : 신원이의 7년 전 서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원과 소랑은 7년 전에 혼인할 뻔했고, 신원이는 단 한 번 봤던 그 여인을 잊지 못하여, 7년간 찾아다닌 설정으로 나오는데요. 소랑이는 그 이야기에 굉장히 감동하면서도 신원이에게 제 진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것도 있었고요. 또 신원이는 선을 긋는 소랑에게 서운해하면서 혼자만의 마음을 점점 더 키워 나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원이는 밤새 소랑이와 헌이 함께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이면 소랑이를 처소에 데려다주어야만 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요. 그때마다 소랑이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마음이 찢어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신원이의 감정이 더욱 깊어지고, 짠내 신원, 염전 신원이라는 별명이 붙여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A. 산책 : 원작에서는 작품 후반부까지 신원이의 희생이 대단했기에 존재감이 꽤 강했다고 생각해요. 웹툰에선 간택 쪽 분량을 늘린 관계로 화윤이의 역할이 중요해져서 신원이 위치가 일찍 변했지만 신원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놔주는 사랑에 대한 미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마도 신원이에 대한 저희의 애정이 깊어서 그가 너무 오래 쓸쓸해지는 걸 못 견뎠나 싶기도 하고요. 하하!
▲ 웹툰 <금혼령> 단체 이미지
Q. 아주 만약 헌이 소랑과 만나지 못하여 금혼령이 풀리지 않았다면 조선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A. 천지혜 : 그런 조선의 미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ㅠㅠ 한창 드라마 제작 준비를 하고 있었을 무렵 코로나가 터져서 사실상 대한민국에서도 금혼령이 내려진 것과 다름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식장에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만 모여야 했고, 뷔페 식사라든지 함께 사진 찍기 등이 금지되었으며,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도 힘들어졌었죠.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남녀의 혼인을 굉장히 어렵게 만든 상황이었는데요. 때문에 간단하게 혼인신고만 한 부부도 있었고, 결혼식을 미뤘던 신랑 신부들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코로나 시국에 결혼 준비를 했다고 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요. 그게 7년이나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더더더욱 끔찍할 것 같아요.
A. 산책 : 반란이었겠죠... 모태설로들이 궁에 쳐들어가는 모습이었을 거 같아요. 소랑이가 조선도 구하고, 전하도 구해줬지요!
Q. 헌↔화윤, 신원↔소랑 서로 깻잎을 떼어주는 모습을 보게 된 네 캐릭터의 반응은 어떨까요?
A. 천지혜 : 일단 신원이가 소랑이의 깻잎을 떼어주는 걸 헌이 봤다고 하면 헌은 굉장히 질투가 많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뭐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자리에서 ‘무엄하도다!’라고 할 것 같고요. 혹은 신원이에게 ‘너 그거 하지 마.’, ‘네? 뭐요?’, ‘그거 그거 있잖아, 에헴.’ 이런 식으로 둘러 둘러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 산책 : 화윤이와 소랑이는 '깻잎... 맛있겠다' 정도로 별생각 없을 거 같은데, 두 남자의 질투가 장난 아닐 거 같습니다... 목검 들고 나와! 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후후.
Q.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한 두 커플 헌X소랑, 신원X화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두 커플도 결국엔 사람이기에 다투는 일이 혹시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두 커플에게도 다투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까요?
A. 천지혜 : 신원을 신랑으로 맞은 화윤은 현재로 치면 경찰을 남편으로 맞은 것이기 때문에 가슴 철렁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신원은 위험한 일이 생겨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직접 칼을 꺼내 맞서는 인물이기 때문에 화윤이라면 신원이에게 몸을 잘 챙기라고, 절대 다치지 말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헌과 소랑은 다툼 없이 굉장히 알콩달콩한 부부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헌이 소랑과의 꽁냥꽁냥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소랑은 그런 왕에게 어서 출근하라고 하며, 약간의 티격태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 산책 : 헌은 전처럼 크게 화를 내진 않지만 사소한 일로 삐져서 의외로 자주 투닥거릴 듯싶어요. 방금 질문의 깻잎사건 직후라던가? ㅋㅋ 소랑이는 일국의 왕이 그런 걸로 질투하면 어떡하냐 받아치지만 결국 헌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겠죠. 소랑이가 사람 다루는 덴 선수니까요. 신원X화윤이네는 좀 서운한 일이 있다가도 바로 서로를 챙기는 게 버릇이라... 그래서 금새 닭살 모드로 넘어갈 듯해서 싸우는 모습이 잘 상상이 안 가는군요. 부럽네요...
Q. 주연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금혼령>에는 조력자와 큐피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매력적인 깨알 감초 조연들도 많습니다. 작가님들의 최애 조연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A. 천지혜 : 최애 한 명을 꼽기는 정말 너무 힘드네요. 꾀주머니 도승지 김설록, 그리고 남자다운 세장, 자애로운 원녀, 카리스마 있고 섹시한 괭이 할배,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간 비타민 해영, 알고 보면 우직한 짝사랑남 춘석, 순박한 재능러 도석, 귀엽고 깜찍한 왕배와 덕훈, 모두가 정말 마음에 남는 조연 캐릭터입니다.
A. 산책 : 저는 도승지가 최애입니다... 웹툰에서 귀여움이 배가됐는데 ㅋㅋ 우리 꾀주머니 나올 때마다 저도 힐링이 되었답니다. 도승지 복주머니 굿즈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 한 적도 있어요.
Q. <금혼령>을 제작하며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지? 더불어, 작업을 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과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A. 천지혜 : 웹소설 ‘금혼령’을 쓰면서 죽은 세자빈 안씨로 인해서 괴로워하던 헌이 어떻게 소랑을 사랑하게 되는지, 어떻게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지, 그 감정선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고요. 두 사람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나갈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코미디 부분들이 잘 살았을 때 실제로 사람들이 현웃이 터졌다, 라고 하면서 웃어줄 때 정말 보람되었어요. 소랑이가 옥살이를 한다거나 밖으로 내몰린다거나 힘든 상황을 맞이할 때 저 또한 함께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A. 산책 : 세이브 없는 상태에서 일정을 지켜내는데 가장 신경을 썼어요. 그래서 연재 내내 긴장한 상태였는데 결국 잘 마무리한 것이 가장 보람되더라고요.
그리고 코믹 요소를 유지하며 로맨스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게 어려웠습니다. 캐릭들의 러브러브 두근두근. 작가들의 마감기한 두근두근.
[마무리]
Q. 나에게 <금혼령>이란?
A. 천지혜 : 제가 금혼령의 세월이 7년간 이어졌다고 썼는데요. 실제로 원작 웹소설 ‘금혼령’이 나와서 웹툰화되고 또 드라마가 나오기까지 자그마치 7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금혼령’은 ‘7년간 놓지 않은 집념의 끝판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A. 산책 : 만화를 왜 좋아했는지 다시 일깨워 준 파트너.
Q. 2023년 꼭 이루고 싶은 작가님의 소망이 있으시다면?
A. 천지혜 : 저의 차기작들이 웹툰으로도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인데요. 웹툰으로 나올 차기작 또한 대중의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 역시, 무사 안일하게 제작 준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 산책 : 금혼령에서 배운 열정을 다시 풀어내보고 싶습니다.
Q. 인터뷰를 마치며, 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A. 천지혜 : 웹소설, 웹툰, 드라마에 이어지기까지 모든 작품을 사랑해 주신 독자님들에게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또한 팀 산책 작가님들의 아름다운 각색과 작화가 없었더라면 저의 꿈 역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두 작가님께도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나왔던 리윤과 민우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금혼령 별전, 조선 공주 사기 실록’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보실 수 있고요. 소랑과 헌, 신원의 이야기를 소장하고 싶으시다면, 총 8권에 외전 포함으로 구성된 만화책 단행본 세트를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내일도 소랑하세요! 감사합니다.
A. 산책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라 제대로 답을 했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인터뷰까지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웹툰 단행본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