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월헤트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201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월헤트(WOLHET) 작가 | 코미코 외 다수
드디어 왔다! 글로벌 FA 대어!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의 월헤트 작가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클리셰 깨부수는 북부대공 양대산맥(?)을 키워내신
월헤트 작가님과의 인터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About 월헤트]
Q. <암튼로판>의 시즌2가 이제 막 마무리되었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A. 매일매일 전쟁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스튜디오 작품이 아닌 데다 원작도 없어서 혼자서 스토리도 짜고, 콘티도 그리고, 배경 작업도 하고, 화면이 밋밋하지 않게 이것저것 꾸미고, 작화도 하고, 의상 디자인도 하고, 보정 편집 등등 이 모든 걸 주간 연재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해야 해서요!
그래도 소중한 어시님들의 도움 덕에 목숨을 연명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밑색 명암 어시스트를 담당하신 신채원 작가님, 그리고 선화 보조 어시스트를 담당하신 앙곰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또, 가끔 대사를 더 찰지게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 일각수 작가님께도 감사를 올립니다. 물론 언제나 작품 관리를 도와주시는 정지은 PD님께도 무한한 감사를….(벌써부터 시상식 인사 같네요.)
Q. 처음에 어떻게 데뷔하게 되셨나요?
A. 어릴 적부터 반드시 만화가를 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중학생쯤 웹툰이 막 몇 개 연재되기 시작할 때(그때가 아마 <마음의 소리>, <정글고>가 한창 연재되던 시기였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니까 만화책 작가보단 웹툰 작가를 해야겠다!'하고 마음먹던 게 계기라면 계기일 겁니다.
그렇게 웹툰을 향한 꿈을 키우다 약 6~7년쯤 전, 아직 대학에 다닐 때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아지고 직장을 관두게 되셔서 적어도 저에게 드는 비용만이라도 줄이고자 급하게 외주를 구하고 다니던 게 작가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프리랜서 무명작가로 몇 년 지내다 웹툰 제작회사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죠.
Q. 데뷔 후 <하필이면 까마귀가 되어버렸다>라는 노블코믹스의 각색 콘티를 맡게 되셨는데, 이건 플랫폼 측의 의뢰를 받고 작업하게 되신 건가요? 이외에도 노블코믹스 의뢰를 받으신 적이 있는지, 그럴 경우 작업을 수락하는 작가님만의 조건 같은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하까되> 같은 경우, 함께 합을 맞추고 있는 글리 대표님이랑 원래 친한 지인이었는데, 우연히 협업 제안을 받게 되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각색과 연출 콘티를 담당하고, 나머지(작화, 채색, 편집 등)는 글리 대표님과 팀원들이 맡는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죠.
해당 작품이 오픈하고 나서 반응이 좋았는지 각색 콘티 제안으로 이메일 함이 터져버릴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저는 이미 작업량이 과포화 상태였고 분신술을 할 줄 몰라서 전부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작업을 수락하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은 역시 돈입니다. 너무 속물적인가요? 하지만 아무래도 작가에게 잘 투자하는 회사일수록 작품 기획에 진지하게 임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낼 수 있으니까요.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면 의욕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요. 게다가 제 경력이 나름 긴 편인데도 낮은 금액을 받게 되면 신인 작가들에게는 더 부당한 금액으로 제안이 가기 때문에 아무리 원작이 좋은 ip여도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준은 작품의 개성입니다. 아무래도 요새 워낙 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흔한 소재로는 살아남기 어려우니까요. 보장된 공식보다는 약간 틈새시장을 추구하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그 덕에 성공하기도 했고요.
세 번째 기준은 작가의 판단을 얼마나 믿어주느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어있는 기성 작가인 만큼, 온전히 믿고 맡겨줄 때 더 실력 발휘를 잘할 수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위 세 가지 기준은 각색 외주든 오리지널이든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법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필이면 까마귀가 되어버렸다> 표지
Q. 각색과 오리지널 작품을 하실 때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면?
A. 각색할 때는 이미 주어진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글로 표현되었을 때의 재미를 만화로 옮길 때 화면적으로 어떻게 구성해야 효과적일지 계산하고 작업하고 그 결과물이 멋있게 나올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거든요. 게다가 콘티 작업에만 몰두해도 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만큼 더 과감하고 화려한 연출을 해도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제가 만든 콘티가 200%, 300%의 완성본으로 나올 땐 정말 '조별 과제 희망 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원작을 어느 정도는 따라줘야 한다는 부분이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만큼 원래 의도했던 바와 다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 정도겠네요. 그래도 이런 불확실성도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랜덤 선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거든요.
오리지널을 할 때는 저만의 취향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아무래도 제가 작품의 선장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원작이 없는 만큼 이야기의 방향성을 이리저리 자유로이 틀 수 있고, 또 독자분들이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감상하며 작품에 대해 추리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고요. 게다가 소재만 떨어지지 않으면 이야기를 얼마든지 늘일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연재에도 큰 장점이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단점이라고 하면, 역시 머리가 많이 아프다는 것이겠네요. 대사가 생각 안 날 때, 스토리가 꼬일 때 등대가 되어 줄 원작이 없다 보니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니까요. 이땐 거의 도 닦는 기분으로 대사를 썼다 지웠다 무한반복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팀 작업보다 혼자 해결해야 할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들기도 해요. 그래도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재미있게 나오면 뿌듯합니다.
Q. 월헤트라는 활동명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A. 그냥 예전에 취미용으로 SNS 닉네임을 만들 때 이 단어 저 단어 특이하게 조합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닉네임이 작가명으로 굳어지게 되었고요. 워낙 오래전에 만들었던 활동명이라 가물가물하네요.
Q. SNS에 월헤트를 검색하다 보니 덕질계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덕질 계정이 맞나요? 포레스텔라는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셨나요?👀
A. 예, 맞습니다.
제가 원고하면서 반복 작업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음악 프로그램들을 자주 틀던 시기가 있었는데, 2017년 8월 어느 날 우연히 한 경연 프로의 첫 방송에서 웬 사람이 '팬텀 오브 오페라(듀엣곡으로 유명한 그 뮤지컬 곡 맞습니다)'를 혼자서 부르는 기행을 벌이길래 완전히 푹 빠져서 계속 지켜봤고, 결국 우승팀이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열심히 덕질하게 되었어요. 즉, 골수 데뷔팬입니다. 흔히 고인물이라고 부르죠.
요새는 바빠서 팬아트는 잘 못 그리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하는 공연들은 짬을 내서 챙겨보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The Light]라는 공연명으로 전국 투어가 있었는데, 코미코 작업실의 작가님 중 한 분을 모시고 보러 갔어요. 그분은 포레스텔라에 깊이 알지 못하는 분이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그룹을 다른 사람이 감탄하면서 관람하는 광경도 정말 즐겁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나온 신곡인 'KOOL' 한 번만 들어주세요. 모처럼 나온 대중적인 곡이니 이 자리를 빌려 영업해 봅니다. 웅장한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Utopia' 쪽을 추천해 드립니다. 정말 롤러코스터 같은 곡이라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아요.
Q. 포레스텔라 외에도 덕질하는 대상이 있다면?
A. 요즘은 일 때문에 달리 덕질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잘 없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로판에 대한 애정이 크다 보니, 신작이 나오면 챙겨 보기도 하고, 몇몇 작품은 몇 번이고 읽으니 로판 장르 자체에 대한 덕질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가끔 지인분들과 캐릭터를 만들어서 소소하게 놀기도 합니다.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About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Q. 로판물의 경우, 웹소설 원작이 있는 노블코믹스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렇게 오리지널 로판, 특히 회귀물 로판을 보면 굉장히 신선합니다다. <암튼로판>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A. 원래 어릴 때부터 삼국지 및 온갖 사극으로 취향 조기교육을 받은 덕에 제 안에선 "수염=멋진 남자" 공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법소녀물, 순정 만화들도 많이 접해서 감수성 있는 작품들에 더 마음이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맨스 장르' 대중의 취향과 '수염남주'는 거리가 너무 멀고, 특히 로판에서는 공급이 없어서 늘 아쉬웠죠.
그러다 어느 날 트위터에서 지나가듯 '북부대공이 정말로 야성적인 거친 외모면 어떨까?' 하는 플로우가 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약간 신내림 받은 듯이 기회는 지금이다! 하고 그려 올리고, 이것저것 에피소드를 그려 나갔죠. 그런데 이게 재미있었는지 반응이 좋게 나와서, 이것을 좋게 봐주신 정지은 PD님의 망태기에 고이 담겨 정식 연재까지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만 그리려던 게 어쩌다 보니 주업이 되고 회사는 퇴사를 하게 되었네요ㅎㅎ. 인생 참 재밌어요. 그쵸?
이렇게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본격적인 연재에 돌입하기 위해 단발성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렸던 내용의 장편화를 위한 서사 기획이 필요하게 되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리테라가 빙의, 회귀를 통해 인생 3회차가 되었단 사실을 설명했을 때 페루스가 대체 어떻게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을 납득했을까 하는 구멍을 메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설정이 바로 5년간 친구로서 주고받은 편지가 함께 회귀했다는 스토리였죠.
그리고 이 설정에서 무수한 가지들이 뻗쳐 나와 나무처럼 자라 작품의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기획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리테라 캐릭터 시트
Q. <암튼로판>은 코미코에서 연재를 시작했다가 이제는 FA 대어, 비독점작이 되었습니다.ㅎㅎ 그리고 독점작일 때부터 하나둘씩 연재 국가를 늘리기 시작하시더니 이제는 어마어마한 글로벌 IP가 되기도 했죠. 이렇게 내 새끼(?)가 커진(?)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사실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저는 평생 무명작가로 근근이 살아갈 줄 알았는데, 이런 날도 오네요. 그간의 세월에 보상을 받은 기분입니다.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늘었고, 이렇게 된 만큼 더 재미있는 얘기를 위해 불살라보고 싶기도 해요.
Q. 글로벌 연재를 시작하시고 국가별로 독자 반응을 살피기도 하시나요? <암튼로판>을 보는 국가별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댓글이 있다면?
A. 일단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되어있는 북미 반응과 일본 반응은 자주 확인하곤 합니다. 다른 언어권은 번역기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몰아서 살펴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한, 미, 일 위주로 답변을 드리자면, 한국에서는 주로 이 작품의 재미에 대한 부분을 많이 말씀하시고, 미국에서는 '도덕 감수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주인공 부부의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서 감상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일본의 경우, 감성적인 부분이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집중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공통적으로는 남주의 귀여움(?!)에 대한 말들이 많이 보입니다.
기억에 남는 반응들은 주로 몰랐던 취향을 발견했다든지, 원래 수염을 싫어했지만 좋아하게 되었다는 등 제 만화로 인해 취향이 개조되신 분들의 반응이 주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제가 의도했던 표현을 잘 짚어 주시거나, 감동하길 바라는 장면에서 감동을 표현해 주시면 정말 만화가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페루스 캐릭터 시트
Q. 저는 <암튼로판>이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면서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작품을 정주행할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작가님의 나날이 발전하는 작화를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ㅎㅎ 비결이 뭔가요? 작가님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타입?!
A. 제가 늘 주변의 초보 작가님들께 말하는 게 있습니다. 만화를 잘 그리고 싶나? 일단 100화 정도 그려라! 그리고 마침 80화를 넘겨 90화를 향해 다가가고 있네요.
초반에는 요령이 부족해서 그림이 좀 투박한 편이었는데 트렌드는 점점 화려함을 추구하다 보니 좀 더 그림을 예쁘게 그려야겠다 싶어서 뱁새 다리로 열심히 황새들을 쫓아다녀 보고 있습니다.
다만 따로 수업을 듣거나 연습할 시간이 없으니, 작업 중인 원고에 새로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맨땅에 박치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멋진 만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그립니다.
게다가 제 취향을 마음대로 넣어도 되는 작품인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도 상당히 큰 편이고요. 상업 작가를 하다 보면 이렇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흔치 않거든요. 그러니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해도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하면 내 자신이 가장 실망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연재 초기부터 회차 중간 중간에 영혼을 갈아 넣은 듯한 작화를 볼 때면 독자로서 정말 행복합니다. 미연시 해피엔딩 혹은 SSR 카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이런 장면들은 엽서 같은 굿즈로 나와도 팬들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회차 중 ‘내가 봐도 이건 너무 잘 그렸다!’하는 작화를 뽑아주신다면?
A. 연재하면서 제 실력이 느는 만큼, 잘 그렸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매번 갱신되곤 합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상위권에 머무는 장면들이 있곤 한데, 바로 시즌1의 46화입니다. 해당 회차가 워낙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시즌1 동안 쌓아온 감정적 서사가 클라이맥스를 이루기도 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즌2에서는 역시, 황실 연회에서 남편과 춤을 추며 행복하게 웃는 리테라의 모습을 0순위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해당 장면은 시간을 돌리기 전 황태자와의 불행했던 시간과 대비되어서 강렬한 인상을 줘야만 했기 때문에 굉장히 힘을 줬던 기억이 나요.
그 외에도 54화에서 리테라의 편지 하나하나에 희비가 교차되는 페루스의 모습이라던가, 55화에서 페루스의 눈물 장면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시간을 돌리기 전 페루스가 리테라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인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이 더 애틋하게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거든요. 비슷한 맥락으로 83화의 리테라가 눈물 흘리는 장면도 마음에 듭니다. 페루스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잘 드러나길 바랐고, 그런 리테라에게 페루스가 위로해 주는 장면들이 55화의 장면들과 대치되어서 보이도록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서로에게 다정한 사랑을 주고받는 부분들이 독자분들의 마음에 와닿길 바랐습니다.
43화의 '그 장면'도 빼놓을 순 없죠. 무슨 비장한 대사를 무협 신공 펼치듯이 외치는데 정작 대사 내용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82화의 '용'을 꼽고 싶습니다. 남작 영애였던 리테라가 황제가 된 걸 독자분들이 직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저런 걸 무찔렀으면 황제 하셔야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임팩트를 주고 싶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상으로 오류가 나지 않고 그릴 수 있는 최대한의 캔버스 길이로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왼쪽부터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46화, 46화, 55화, 83화, 43화 中
Q. 로판물은 주인공들의 의상을 그리는 작업이 특히나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화려한 의상이 등장하는 회차가 풀릴 때에는 작가님도 아쉬우셨는지 SNS에 비하인드컷을 풀어주시곤 하셨는데요, 혹시 이 자리를 빌어 원 없이 풀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암튼로판>은 오래 연재하기도 했지만 등장인물들도 꽤 있어서 정말 원 없이 풀기엔 의상 디자인이 너무 많아 전부 보여드리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의상들 몇 가지를 추려서 보여드릴게요.
작업하면서 의상 시트를 날린 걸 제외한 것 중에서 추려 보자면, 시즌1에서는 처음으로 대공 부부가 함께 화려한 의상을 입는 11~12화 의상이라던가, 리테라가 페루스의 갑옷 차림에 맞춰서 악당처럼 차려입은 26화~29화 의상이라던가, 30화~31화에서 피크닉을 위해 대공 부부가 입은 가볍고 발랄한 의상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46화의 경우 의미가 깊은 회차라 힘을 줘서 의상을 디자인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즌 2부터는 대공 부부가 본격적으로 커플룩을 잔뜩 입기 시작해서 여러모로 옷 입히는 재미가 많이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56화~57화 동안 대공 부부가 입는 의상은 겉으로 보기엔 서로 다르게 입은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컬러 코드가 같다든가 하는 깨알 같은 부분이 많아서 좋아합니다. 71화 커플룩의 경우 오래 입지는 않지만 심플하면서도 제 취향에 맞는 부분이 많아서 좋아해요. 게다가 해당 회차에서는 모닐레도 무척 예쁜 옷을 입어서 꾸미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리테라는 아무래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연륜이 깊은 캐릭터다 보니 다소 차분한 톤의, 꾸민 듯 안 꾸민 듯 은은한 의상을 많이 입히게 되는데, 반대로 모닐레의 경우 사교계 퀸이자 영향력 높은 가문의 아가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밝고 화려한 의상을 입히는 경우가 많아서 두 캐릭터의 대비감을 주는데도 즐거움을 느꼈어요. 특히 77화~80화 사이의 황실 연회 장면에서 이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리테라의 경우 북부의 밤을 상징화한 다이아몬드 드레스를 입고 모닐레의 경우 분홍빛의 발랄한 의상을 입어서 둘의 투 샷을 그릴 때 정말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연회가 아니어도 일상처럼 입는 옷들의 디자인이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게 나오면 굉장히 마음에 들기도 해요. 심플하면서 예쁜 맛이 있거든요. 81화~82화 대공 부부의 커플룩이 그런 편인데, 모노톤으로 기본 배색을 했는데도 금색 포인트가 잘 살아서 더 예쁘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가끔 디자인이 너무 잘 나오면 억울해질 때가 있어요. 당장 그려야 하는 장면은 몇 컷짜리 장면인데, 갑자기 디자인이 잘되면 괜히 옷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87화가 그런 편인데, 몇 컷짜리 대공 부부의 의상이라던가 리테라의 한 컷짜리 의상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제가 디자인 실력이 더 늘 테니, 미래의 자신을 믿고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원고에 썼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속 다양한 의상들
Q. 보통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을 보면 지문처럼 표현되는 등장인물의 속마음은 주인공 한 사람의 것만 드러나곤 합니다. 특별한 회차나 외전에서 다른 주인공의 시점으로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이상 말이죠. 하지만 <암튼로판>은 특별히 구분 짓지 않고 리타와 펠의 속마음 지문이 섞여서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특별한 의도가 있을까요?
A. 음, 그건 아무래도 제한된 분량 안에서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일어난 현상 같습니다. 대단히 특별한 의도가 있기보다는, 1인칭 시점으로만 작품을 표현할 경우 다른 캐릭터들의 심리는 전부 주인공이 추측하거나,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형식으로만 진행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한 에피소드 당 더 많은 회차 수가 요구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야기의 빠른 진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였습니다.
게다가 펠이 워낙 헌신적인 타입의 캐릭터다 보니, 그 심리가 명확히 표현되지 않으면 그냥 이유 없이 잘해주는 호구(…)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개연성을 위해서 그 심리가 반드시 표현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독자분들이 캐릭터를 더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공감하기 쉽게 유도하기 위한 부분이라 볼 수 있겠네요. 게다가 다양한 시점으로 사건들을 설명하면 더욱 이야기가 다채롭게 느껴지거든요.
Q. <암튼로판>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이지만, 로맨스 못지않게 '힐링물'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소위 '자낮 인간(자존감 낮은 인간)'이 점점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 줄기가 로맨스 서사 못지않게 작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로맨스물에서 종종 보이는 것이 '구원 서사'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것이 큰 차별점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로맨스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펠의 성장물이라고까지 보인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설정이 남자 주인공에게 할당된 것도 신선하죠. 저도 '자낮 인간'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와닿고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는데요. 제가 특별히 이 부분을 크게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작가님의 의도가 담겨 있는 걸까요?
A.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이 작품의 초기 원안이 제가 퇴근하고 여가 시간에 그리던 만화였다 보니, 뭔가 사회에 찌든 저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과, 주변에 각박한 삶으로 인해 마모되어 가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를 풀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직 그리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들었던 생각들, 주변 사람들이 제게 해줬던 좋은 말들,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필요한 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든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작품의 테마가 구원 서사 키워드와 성장물 키워드를 동시에 냄비에 넣어 끓인 힐링물이 되었죠. 이왕 좋아하는 걸 잔뜩 넣는 작품인 만큼, 단순히 한번 읽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중에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작품의 작가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제일 먼저 읽는 0번 독자로서도 이 작품에 만족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Q. <암튼로판>에는 서신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캐릭터마다 글씨체를 다르게 표현한 디테일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포인트가 또 있을까요?
A. 네, 캐릭터에 걸맞은 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등장인물 대부분의 손 글씨 폰트를 다르게 하는 편입니다.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폰트를 찾기 위해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해요.
특히 페루스의 손 글씨는 페루스 특유의 올곧은 성향을 반영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내주기 위해 고심 끝에 '마포 다카포'라는 폰트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리테라의 경우, 다소 동글동글한 느낌의 손 글씨를 표현해 보고 싶었고, 또 황제까지 올랐지만 전혀 위엄이 없는 글씨에서 소소한 재미를 주고자 '나눔손글씨 칼국수'라는 폰트를 썼습니다. 카르타의 경우는 예외로 폰트 이름만 보고 선정했습니다. '나눔손글씨 금은보화'라는 폰트죠. 상단주를 위한 폰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세히 보면 부모-자식 관계일 경우 같은 폰트를 쓰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실비아와 페루스는 같은 글씨체라 같은 폰트를 사용하고, 리베르 미르토(리테라의 아빠)와 리테라도 같은 폰트를 사용하는 편이죠. 폰트 찾는 효율도 낼 수 있고, 닮은 사람이라는 느낌도 낼 수 있고, 일석이조니까요.
이런 식으로 캐릭터마다 폰트를 골라 주는 과정도 작품을 만드는 재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좌-페루스 손 글씨체/우-리테라 손 글씨체
Q. 여주인공 리타의 엄마가 기사인 것도 신선했습니다.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로판에는 주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많이 다루더라고요. 대부분의 로판에서 주로 여주인공의 어머니는 주인공이 어렸을 적에 소천했거나, 아니면 굉장히 악독하게 표현됩니다. 이런 모든 클리셰를 깨부순 어머니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A. 음, 사실 저는 이게 그렇게 특이한 설정으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암튼로판>은 로판에 산재하는 여러 클리셰를 녹여낸 작품이라, 캐릭터 하나를 만들 때도 반드시 클리셰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이거든요. 여주인공의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빼고, 마누스 미르토라는 사람을 주인공 위치에 두고 생각해 보면, 사실 '로판 여주인공' 중에는 기사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마찬가지로 페루스의 어머니 실비아에게도 일종의 클리셰를 많이 넣기도 했습니다. 약혼자를 빙자한 소꿉친구와 서로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고 오해하다가 결국 사랑을 확인하는 외전에서 그 부분이 드러나죠.
그냥 흔한 클리셰의 캐릭터를 포지션만 살짝 바꿔 줬을 뿐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발상은 아니에요ㅎㅎ.
Q. 조금 가벼운 질문들도 던지고 싶은데요! 전 펠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흉터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아무리 마수를 때려 부수는 북부 대공이라지만, 펠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건가요...?
A. 본편 곳곳에 지나가듯 언급된 부분들이 많은데요,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어린 나이에 어떻게든 북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온갖 상처를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펠 스스로도 타인이 다치는 것보단 자신이 다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라서요. 이 부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구간은 주로 본편 12화, 74화, 78화, 83화, 그리고 86화 정도가 되겠네요(그 외 회차에서도 은은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Q. 펠 흉통 사이즈가 궁금합니다. 정확한 사이즈가 궁금합니다.(진지)
A. 저는 숫자가 필요한 설정을 하는데(키,몸무게 등) 쥐약인 편이라 아예 생각도 안 해뒀습니다. 다만, 여주보다는 크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펠은 10대 후반부터 수염이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혹시 수염을 한 번 밀어볼 계획도 있다고 하던가요?👀(옆자리에 계신 팀원분이 궁금해하신 질문입니다.ㅎㅎㅎ)
A. 이건 제가 코미코 시즌1 후기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답변한 적이 있는데, 작품 기획 자체가 제 수염 남캐 취향을 담고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제가 길 가다 벼락 맞고 취향이 바뀌지 않는 한 절대, 결코, 반드시, 목숨 걸고, 밀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펠이 아직 수염을 기르지 않던 시절의 과거 회상에선 절대로 맨얼굴을 순순히 보여드리지 않고 뒷모습만 집요하게 그리고 있어요. 앞모습이 나와야 할 땐 사물 등으로 철저히 가리고요.
무엇보다, 남주의 외모보다는 마음가짐에 집중하는 서사 표현을 작품 전반에 걸쳐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의 수염이나 흉터가 없어지고 '통상적인 상업적 규격에 걸맞는' 미남이 되면 그동안 해온 이야기가 힘을 잃어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작품 내에서도 12화 후반부에 '때로는 야수에게 걸린 마법을 억지로 풀려 들 필요가 없는 법이다.'라는 문장을 넣어두기도 했습니다.
Q. 펠이 처음 안경을 쓴 모습이 등장하던 회차에서 저는 확신했습니다. 작가님의 취향은 안경이다...ㅎㅎ 혹시 이런 작가님의 개인적 취향을 듬뿍 담은 장면들이 있다면?
A. 저는 사실 안경을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는 쪽에 가까워요.
다만, 페루스 같은 외형의 캐릭터는 로판 남주에서는 공급이 전무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안경을 씌워준 것입니다. 수염+안경 조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52~53화 中 안경 쓴 페루스의 모습
Q. 어느 순간, 정말 어느 순간부터 리타는 펠에게 반존대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또 펠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처음 반존대를 들었을 때 펠의 심정은 어땠나요?
A. 리테라의 존대-반존대-완전 반말 삼단계는, 은연중에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리테라가 펠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다만 해외 번역 시에는 언어적 차이 때문에 이 부분이 드러나지 못하기 때문에 본편에서 대놓고 다루긴 어려웠죠(그랬다간 번역가분들의 머리카락이 남아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마 페루스는 리테라가 자신을 편하게 여긴다는 사실이 언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대해 매우 기꺼워했을 겁니다.
Q. 둘의 찐(?) 첫날밤에 짹짹이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아쉬워하는 독자가 많았는데, 혹시 19세 완전판 연재 계획도 있으신가요?
A. PD님과 함께 고려는 하고 있지만, 확정되진 않았습니다.
본편 연재가 한참 남기도 했고, 19금을 설정할 경우 독자들의 니즈와 기대감이 씬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야기 흐름이 자칫 주객전도가 될 위험이 크고, 따라서 아직은 지금의 텐션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본편 연재가 끝난 뒤에도 독자분들이 계속 원하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일단 기대는 안 하는 게 속 편하실 겁니다.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47화에 등장한 짹짹이 스킬(?)
Q. 리타나 펠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 이름의 유래가 너무 궁금합니다. ‘유굼’이라던지 ‘레툼’ 같은 이름은 정말이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ㅎㅎ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으시나요? 참고로 어떤 영화 감독님은 친한 친구나 지인들의 이름을 전부 거꾸로 뒤집어서 영화 캐릭터의 이름을 짓는다고 합니다.ㅎㅎ
A. 주로 네이버 라틴어 사전을 이용합니다. 가끔은 스페인어 등 다른 국가의 단어를 차용하기도 하고요. 뜻과 어감이 캐릭터와 어울린다 싶으면 명사 동사 형용사 안 가리고 마구 가져다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서구권에 그대로 수출되면 현지인들이 정말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번역가 분들이 임의로 조금씩 바꿔주시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리테라 미르토라는 이름은 '글자'는 의미를 가진 Líttĕra, 그리고 은매화라는 뜻을 가진 Mirto를 이용해 지은 이름인데 공식 영어 번역판에서는 'Lithera Merto'가 되었죠. 페루스 테르미네의 경우 '야생의', '사나운' 등의 의미를 가진 Fĕrus, 그리고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 Tèrmine을 이용해 지었고, 영어 번역판에서는 애칭인 '펠'과 어감을 맞출 겸 'Pellus Termaine'이 되었습니다.
Q. <암튼로판>에는 재밌는 캐릭터가 많지만, 특히 닉스와 유굼이 제 웃음 포인트입니다. 그 의욕 없는 표정과 말투, 돈만 주면 장땡인 직장인 모먼트가 그렇다고 할까요? 닉스와 유굼의 외전도 정말 기다려지는데, 혹시 계획에 있으신가요?👀
A. 로판을 포함한 판타지 장르에서 집사나 시녀 등은 주인공 편일 때 주로 푸근한 인상이거나, 사교성 넘치거나, 언제나 따듯한 말로 주인공을 위로해주는 포지션을 주로 차지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그런 클리셰들을 살짝 비틀어서 사회에 찌든 직장인의 영혼을 한 스푼씩 넣어 보았죠.
리테라의 전속 시녀인 닉스는 음침한 인상과 영혼 없는 눈빛, 돈을 밝히고 칼퇴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렸고, 유굼 같은 경우는 흔히 사용되는 '세바스찬' 계열의 노집사 캐릭터에게서 눈썹만 뺏었는데 재미있는 디자인이 나왔어요. 그 이미지를 밀고 나가며 신랄한 일침들을 놓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에요. 등장해서 한두 마디만 해도 작품에 MSG를 첨가해 주는 기분이거든요.
외전 같은 경우, 본편에서 풀어야 할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감초처럼 등장하면서 반쯤 외전 격의 회차들이 풀릴 수도 있겠습니다. 예시로 최근에 공개된 본편 86화를 들 수 있겠네요.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속 닉스와 유굼의 직장인 모먼트
Q. <암튼로판>은 굿즈도 꽤나 많이 출시되었더라고요! 가장 마음에 드는 굿즈와 그 이유, 그리고 꼭 출시되었으면 하는 굿즈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저는 제 굿즈들 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전부 애정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건 리테라와 페루스의 LD 아크릴 세트들입니다. 아무래도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녹여낸 이미지로 연작처럼 만들어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꼭 출시되었으면 하는 굿즈는 역시 인형입니다. 특히 요즘 많이들 들고 다니는 10츠 미니미 인형들이 가지고 싶어요. 너무 귀여울 것 같지 않나요? 동물 버전이면 부담 없이 들고 다니기도 편할 텐데…. 어떻게 안 될까요, 웹툰샵 관계자분들?(사심어필)(인형 제작 품이 많이 들어서 어렵다는 걸 잘 압니다)
Q. 마지막으로 제 최애짤을 투척합니다...!ㅎㅎ
A. 아, 이 장면이 나오는 회차는 귀여운 장면이 많이 나와서 저도 그릴 때 정말 즐거웠어요. 특히 이 작품의 서브 커플 포지션을 차지하는 모닐레와 토파즈가 본격적으로 주인공 부부와 깊게 얽히기 시작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고요. 해당 장면은 어느 플랫폼이든 반응이 좋아서 나중에도 이렇게 귀여운 장면을 더 많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Outro]
하지만 어떤 작품을 한다고 해도 '재미있는' 작품이면 뭐든 좋을 것 같습니다.
수염 싫어하세요? 당신의 취향을 바꿔드리겠습니다.
사랑해요, 독자님들. 이 인터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