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썩은 핑크의 법칙> 힙합신선 작가 인터뷰

정나현 기자 | 2024-01-27 13:59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208


[썩은 핑크의 법칙]

힙합신선 작가 | 네이버웹툰


생전 이런 매력적인 동태눈깔을 본 적이 있었던가…

뭐 하나 특별하지 않은 점이 없는 캐릭터들의 집합소,

<썩은 핑크의 법칙> 힙합신선 작가님과의

인터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힙합신선 작가님! 인터뷰 시작 전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네이버 목요웹툰 <썩은 핑크의 법칙>을 연재하고 있는 힙합신선입니다. 일방적으로 떠드는 걸 좋아하는데 인터뷰라는 좋은 기회를 얻어 정말 행복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



[About 힙합신선]

Q. 작가님의 범상치 않은 필명 '힙합신선',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입에 잘 붙는 필명을 짓겠다는 목표하에 만든 이름이라 정말 특별한 뜻은 없어요. 산속에 사는 고고한 신선처럼 가늘고 오래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의미라고 급하게 날조해 보겠습니다.


Q. 새해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썩핑법> 작업을 시작한 이래 1년 반 동안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음의 무게인 것 같아요.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완전한 사회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어요. 이래 놓고 두세 달만 지나면 이 나이에 금방 적응 하겠죠!


Q. <썩은 핑크의 법칙> 본편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 외전이 길게 이어질 예정이지만, 1부를 마치신 소감이 어떤가요?

A.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감상입니다. 작가 홈과 개인 SNS에도 공지드렸듯, 본편과 외전으로 구분한 것은 순전히 분량의 문제 때문이었어요. 풀 이야기가 한참 남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연재를 시작했을 때 그대로의 마음가짐이에요.


Q. <S탐정 앙드레>로 데뷔하신 게 맞을까요? 예전에 댓글에서 어렴풋이 본 기억이 나는데, 제가 모르는 전작도 있었던 것 같아서요! <S탐정 앙드레> 연재 전 작품이 있다면 짧게라도 소개해 주세요! 😊

A. 공개적인 사이트에 업로드한 작품은 <S탐정 앙드레>가 처음이지만 사실 그 전에 대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편 만화를 8화가량 작업했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제안하면 학교에서 이를 검토하고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전공과는 무관했지만 만화를 그리고 싶었고, 다행히 학교에서 승인해 준 덕분에 만화를 그리면서 학점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대학 생활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 <썩핑법>의 원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지상최대공모전을 통해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하셨는데요! 네이버 웹툰 정식 연재와 베도 시절, 포스타입 연재의 차이점이 있다면?

A. 가장 크게 와닿는 점은 제 작품을 봐주시는 독자님들의 숫자인 것 같아요. 베스트 도전 작품 중에서도 정식 연재 못지않게 사랑받는 만화들이 있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거든요. 네이버 웹툰 정식 포털에 뜨는 순간 노출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됩니다. 물론 피드백 숫자도 함께 껑충 뛰게 되고요. 많은 분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Q. <썩은 핑크의 법칙> 썸네일을 보고 당연히 로맨스 장르일 거라고 생각한 편협한 사고를 가진 저란 사람… 사실 우리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였죠! 물론 그 덕분에 썩핑법을 더 좋아하게 됐지만요. 그래도 말입니다. 작가님의 통통 튀는 그림체로 '각 잡고 만든 로맨스'도 보고 싶습니다! 혹시 과거 로맨스 작품을 그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없다면 이후 계획이 있으실까요? (기대)

A.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정말 부끄러운데… <썩핑법>이야말로 '각 잡고 로맨스를 그려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진 뒤에 나온 만화입니다. <썩핑법>이 20화 정도까지 나왔을 때 사촌 동생이 '언니 이거 로맨스 아니지?'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는 로맨스와 대중적인 시각에서 본 로맨스의 정의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차기작도 각종 장르가 섞인 로맨스물로 염두하고 있지만 독자님들이 보시기엔 '엥 이게 로맨스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Q. 저는 매번 작가님의 문장과 작화에 감탄하며 회차별로 3회독을 한답니다. 😁 어마어마한 실력의 소유자이신 작가님의 작업 과정,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콘티, 선화, 채색, 배경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A. 따뜻한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마어마한'이라는 수식어는 살면서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감동이에요! 기본적으로 5화 정도의 글 콘티를 한꺼번에 작업해 두고 매주 한 화씩 꺼내 만화로 구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걸 정말 못해서 콘티도 두 번 그리고 있어요. 전반적인 구도만 파악할 수 있도록 러프 한 1차 콘티를 그리고, 위에 캐릭터들의 의상과 머리카락을 지정한 2차 콘티를 작업한 뒤 선 따기에 들어갑니다. 콘티(1일)-선 작업(3일)-채색 및 후보정(1일)-타이틀 일러스트(1일) 이렇게 해서 딱 6일이 소요돼요.


힙합신선 작가님의 작업 과정

Q. 작가의 말에 매번 저녁 메뉴를 적어 주시는데요. 덕분에 결정장애인 저는 목요일마다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녁 메뉴를 쓰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41화 메뉴 감동이었습니다💕)

A. 정식 연재 전부터 고집한 컨셉이라 못 버리는 이유도 있는데 거창하게 풀어보자면 '독자님들! 저는 여기 잘 살아 있습니다'라고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위해 플랫폼에서 여러 창구를 마련해주고 있지만 작가가 독자님들께 직접적으로 말을 걸 기회는 늘 부족하니까요. 저는 여기서 잘 먹고 잘 자며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자기만족용 생존 신고랍니다.


<썩은 핑크의 법칙> 작가의 말

Q. 댓글은 자주 보는 편이신가요?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있을까요? 피드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A. 가능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댓글은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댓글을 단다는 게 은근 번거로운 과정이거든요. 일단 로그인을 해야 하고, 한 줄이라도 감상을 적으려면 자신만의 속도로 작품을 읽으며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댓글을 써 주신다는 것만으로 저의 작품에 대한 존중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12월부터 바빠져서 이전만큼 자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독자님들의 댓글을 의식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은 아무래도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인물 한 명 한 명의 배경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왠지 '얘는 이랬을 것 같아',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아'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입체감이 모든 캐릭터에게서 느껴집니다. 작가님의 최고 강점!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실 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A. 제 모든 만화의 공통된 특징은 '그냥 이런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부끄럽지만 캐릭터 창작과 스토리빌딩에 대한 체계적인 배움을 받은 적이 없어 캐릭터와 이야기 모두 직관적으로 머리에 내리꽂히는 편입니다. 앞으로 어떤 만화를 그리든 이것만은 고수하고 싶어요. 내가 그리고 싶은 이야기인가? 제가 창작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Q.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안 누르고는 못 참을 작화까지. 웹툰의 신이 강림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기분이었습니다. 😋 여러 콘텐츠 중에서 웹툰을 창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다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웹툰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A. 저는 기질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에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의 감정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 네 가지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는 복잡한 기분을 느껴왔어요. 화가 나는 한편으로는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 쾌감을 느낀다든가, 너무 기쁜데 혼자만 신난 것 같아서 수치심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때의 감정들을 일기나 동화의 형태로 꾸준히 기록해 왔어요. 글재주가 좋았다면 작가가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 정도의 필력을 가지고 있진 못해서 부족한 공간을 채워줄 만한 대책으로 그림을 선택했습니다. 글과 그림을 합치니까 자연스럽게 만화라는 길이 나왔고요. 웹툰만이 가진 강점도 이 부분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글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모호한 분노를 미세하게 떨리는 주인공의 입꼬리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제가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매체입니다.


[About <썩은 핑크의 법칙>]

Q. '썩은 핑크의 법칙'이라는 특이한 제목…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왜 파랑도 노랑도 아닌 '핑크'인지도요!

A. 작품 기획 의도와 <썩은 핑크의 법칙>의 의미는 외전까지 모두 끝났을 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Q. <썩핑법>은 정말 최고의 웹툰… 꼭 맞는 개그 코드 덕분에 전 가끔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요. 😂 특별해서 더 소중하고 귀여운 금주의 생각 회로… 제가 아는 선에서,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백안 캐릭터 금주. '금주'라는 인물은 어디서 모티브를 얻으셨고, 어떤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어 디벨롭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금주도 굉장히 보편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 첫인상이 안 좋지만, 자기 앞가림은 확실하게 하면서 사랑도 쟁취하는 캐릭터는 로맨스 주인공의 왕도 중 하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거든요. 하지만 사촌 동생의 뼈 때리는 피드백을 듣고 '이 캐릭터도 그렇게 대중적인 포지션은 아니구나'하는 걸 처음 알았답니다. 당장에 떠오르는 모티브 캐릭터는 없지만 기획 단계부터 '안쓰럽되 앞날이 걱정되지는 않는 주인공'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결심이 있었어요. 많이 외로웠던 만큼 그 시절을 자신의 양분으로 소화할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라는 걸 독자님들께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Q. 제 주변 최고의 패셔니스타 배금주...! 금주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성격에 딱 맞는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로 예쁘게 디자인하셨죠…👍 의상은 어떻게 정하는 편이신가요?

그리고 패션 감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작가님께서도 멋들어지게 하고 다니실 것 같은데 말이죠!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작가님 스타일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고른다면?

A. 저는 정말!! 패션에 관심이 없어요. 대학에 입학해서도 어머니가 아울렛에서 사다 주시는 옷들을 입었고, 지하철 통학 시에도 늘어난 후드 티에 수면 바지를 입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고등학교 때는 직사광선을 피하려고 머리에 카디건을 둘둘 말고 다녀서 친구들이 파라오라고 불렀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중 패션 감각이 저와 가장 비슷한 애는 외계인인 것 같아요.

<썩은 핑크의 법칙> 금주, 한울, 걸산의 패션 TMI

Q. 금주의 MBTI는?! 저는 INTP로 추측하고 있는데요. 특히 "학교에서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지만 붕어빵은 돈을 벌 수 있어"에서 확신하고 있습니다…! 금주의 MBTI를 공식적으로 밝혀 주세요! 그리고 이 틈을 타서… 작가님의 MBTI도 알려 주십시오. (?)

A. 기자님께서 INTP라고 생각해 주신다면 그게 맞을 거예요! 제가 MBTI에 대한 지식이 0에 수렴하거든요. 제 MBTI는 검사할 때마다 결과가 수시로 바뀌는 편이라 어떤 걸로 말씀드려도 설득력이 없을 것 같네요. 샤워할 때 이상한 생각 많이 하면 확신의 N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저는 극 N이에요.


Q. 한울이와 금주는 둘 다 비흡연자인가요? 첫 만남이 학생회관 흡연실이라 당연히 흡연자라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담배 피우는 컷을 못 봤다고 해서 '오잉? 띵!'했습니다. 왜 흡연실에…🙄 오피셜 흡연자는 나리와 풀잎이뿐인 건가요?

A. 금주는 흡연실인 걸 모르고 들어갔을 것 같아요. 한울이는 통화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바깥과 연결된 곳을 찾다가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걸산이도 흡연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나리와 풀잎이만큼 즐기지는 않을 것 같네요!


Q. 제가 <썩은 핑크의 법칙>에서 가장 좋아하는 '천한 것' 에피소드! '금주답다'는 말이 그대로 나오더군요. 욕할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딱 나올 법한 말이라 공감이 되기도 하고요. 😅 유가영이 금주의 '또라이'면을 보고 그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겠죠? 만약 유가영이 금주에게 똑같이 걸레를 씌워 버리고 나리에게 했던 것처럼 금주를 괴롭혔다면?! 우리 금주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A. 금주와 나리의 과거 이야기는 분량 문제로 콘티 전체를 갈아엎은 에피소드예요. 초기 글 콘티에서는 금주가 먼저 가영이를 자극하여 폭력을 유도하는 전개였습니다. 청소 시간 전, 금주가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벽걸이 선풍기 고리가 헐거우니 확인하러 와달라고 부탁하고, 가영이에게 찾아가 시비를 걸게 하려고 했어요. 도발에 흥분한 가영이가 금주를 밀치면 금주가 요란하게 엎어져서 쇼를 하고, 때마침 선풍기를 확인하러 온 선생님에게 걸려 징계를 먹게 한다는 식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네요! ><

<썩은 핑크의 법칙> 28화

Q.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 실망할 거라는 마음을 늘 갖고 살던 방어기제와는 별개로 '로맨스'를 싫어했던 금주. 금주는 가족의 사랑에 상처받으면서 타인이 날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걸까요? 그래서 사랑을 '그딴 뷇붴봒돭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A. 이 부분에 대해선 전적으로 독자님들의 해석에 맡기고 싶어요. '사랑받을 수 있을까?' 만큼 '내가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일까?'에 대한 공포도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족의 폭력에 노출되었던 사람은 내가 욱했을 때 연인을 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방관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은 어디까지가 애정이고 어디서부터 집착인지를 구분할 내적인 기준점이 없어 불안해합니다. <썩핑법>에 등장하는 친구들의 사례가 이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자기 불확신이 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해요. 금주의 괴로움이 원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한 자신에 대한 수치인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지만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인 자신에 대한 환멸인지는 독자님들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모든 게 정답일 테니까요.


Q. 금주도 한울이도 지유도 <썩핑법> 캐릭터들은 모두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어서 조금 어른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굉장히 멋있어 보입니다. 스스로의 일부의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비하인드로, 금주, 한울, 지유가 자신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하나씩만 알려 주십시오. 😆

A. 외전 관련해서 한 가지 스포를 하자면 금주와 한울이는 자신들의 어디가 문제인지 자각하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경우이고, 지유는 자신의 어디가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입니다! 지유가 놓치고 있던 게 무엇인지 독자님들과 함께 따라가는 과정이 외전의 주된 내용이 될 것 같아요. 중요한 부분을 빼고 자잘한 설정으로 말씀드리자면 '금주: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는 걸 자각하지 못함', '한울: 기 센 여자가 취향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함', '지유: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자각하지 못함'이라고 하겠습니다!^^


Q. 가족의 아픔으로 또래보다 빨리 성숙해진 금주…😧 전 '또래보다 성숙하다'는 말이 좋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썩핑법>을 보면서 금주의 삶을 엿보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만약 금주가 그때의 나이에 맞게 잘 지내왔다면 제가 금주를 안쓰러워하지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도환이도 이해는 됩니다. 그게 더 눈물 나는 부분이지만요😢) 아픔을 딛고 한 뼘 더 성장한 금주, 이제 좋은 사람들 곁에서 또래만큼만 성숙하게, 잘 지낼 수 있겠죠?

A.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렇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금주가 한울이와 이루어지고 좋은 동아리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자신만의 교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말 힘들 땐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가 있을 땐 진심을 터놓는다, 사과받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의견을 말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금주만의 법칙들이 앞으로의 금주를 더 단단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인생 N회차 같은 지유. '연애 도사'처럼 묘사되었지만, 사실 '인간관계 자체에서 정점에 다다른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지유 언니를 사랑하게 되었습죠. 하지만 지유도 과거엔 여러 일들을 겪었더군요. 지유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요? 너무 아픈 일은 겪지 않았기를 바라는데 말입니다…! 지유의 부정적 '첫' 경험을 치유해 주고 안정감을 줄 사람… 어디 없나요?!

A. 지유와 풀잎이의 과거 이야기가 외전의 핵심이라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사연 없는 친구들은 제 만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어요. 삶이 팍팍하고 꼬인다고 느끼신다면 여러분이 어떤 만화의 주인공이라서 그럴 거예요.

<썩은 핑크의 법칙> 외전의 주인공, 지유

Q. 작업량이 어마어마할 텐데 매주 선물 같은 일러스트를 그려 주셔서 늘 눈이 즐겁고…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타이틀 컷의 일러스트는 매주 작업하시는 걸까요? 회차별로 어떤 기준을 갖고 타이틀 컷을 삽입하시나요?

A. 연재 시작 전에는 타이틀 일러스트도 5화 분량 정도를 그려 놓은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실시간 연재를 병행하면서 일주일이란 시간이 한 화만 마감하기에도 빠듯하다는 걸 알았고, 일러스트 비축분을 한두 개 사용하다가 지금은 실시간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매 화 캐릭터들의 감정 상태에 맞춰 일러스트 분위기를 잡을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토리가 밝을 때의 일러스트는 제가 끌리는 대로 작업하고 스토리가 어두울 때는 캐릭터의 혼란스럽고 음침한 감성을 그림에도 녹이려고 하는 편입니다.


Q. 공룡, 외계인, 대나무국+죽순볶음=영양사 푸바오 등 다수… 작가님! 숨겨 두셔도 저희 다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런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하시는 건지…! (좋은 뜻입니다)

그런 히든 꿀잼 포인트는 당연히 저희가 얼른 발견하길 바라면서 그려 넣으시는 거죠? (그렇다면 더 열심히 찾겠습니다😚) 추가로 궁금한 것은… 작가님 '○○○'라는 말 듣는 거 좋아하시죠? (무엇인지는 콕 집어 말하지 않겠습니다)

A. 제가 뜬금없는 엑스트라의 존재를 좋아해요. 단적인 예로 저의 최애 만화 중에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이 정말 특이합니다. 난데없이 구토하는 반찬가게 주인이나 사람을 삼킨 보아뱀이 은은하게 배경에 깔려 있는 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주연급 캐릭터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막 그리게 되더라고요. 작가님 ○○○에 들어갈 말은 뭘까요? 작가님 사랑해? 작가님 힘내요? 뭐든 감사합니다.


<썩은 핑크의 법칙> 15화, 25화

죄송하지만 뜬금없이 그냥 생각이 나서 넣어본 짤


Q. 작가님, 요거요거 연출이 대박입니다…! 끊김 없는 흐름과 감정 전달에 일찍이 점 찍어 둔 작품이었지만, 특히 30화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피하며 살았던 금주와 과거를 마주할 수 있는, 아프지 않기 위해 회피가 일상이 된 그때의 금주를 보여 주신 장면 말입니다. 😲 금주가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과거를 마주하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똑바로 마주하지는 못하고, 나란히 앉아 있는, 아직은 두렵거나 혹은 서툰 금주가 그대로 보여서 전후 사정도 모르면서 오열하게 됐죠. (여러분, 이런 컷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 알아주세요… 제발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과거 회상 장면 전환도 허투루 쓰지 않는 작가님의 연출 철학…👏 정말 배우고 싶습니다! 웹툰으로 '어떤 것'이든 표현하고 싶을 때, '그것'을 전달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웹툰 연출에서 이것만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딱 하나만 공유해 주신다면?!

A.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직관성'이에요. 보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적어도 88명 정도는 이게 어떤 상황을 말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은유적이거나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가 많은 이야기엔 이입하지 못했어요. 물론 간접적인 연출을 기가 막히게 쓰는 좋은 작품들도 정말 많지만, 그 경지까지 가려면 저는 한참 먼 것 같아요. 당분간은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연출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썩은 핑크의 법칙> 30화

Q. 가정의 무관심에 아팠던 금주와 과도한 관심에 아팠던 한울. 답이 하나밖에 없다는 게 갑갑했던 한울과 정확한 답이 있어서 공식만 따라가면 답이 나와서 좋았다는 금주. 금주가 스스로를 엉망이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원아에게는 멋있는 모습이었던 것까지! 저마다의 '다름'이 보이는 현실감 넘치는 인물들과 그 스토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시선에는 늘 주관이 있죠. 그래서 사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마음에 스치지도 않고 살았거든요. (상처받을까 두려워서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썩핑법>에서 다른 시선을 가진 서로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고, 응원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우리의 사상, 마음, 생각, 의견 등등(이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금주가 한울에게 했던 것처럼 이런 것들은 많이 나눌수록 우리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까요?

A. 개인의 사상이나 마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의 저는 '눈치 많이 보는 아이'의 전형이었거든요. 늘 다른 사람의 말과 진심이 다를까 두려워했고, 긴밀하게 관찰하고 신경 쓰면 제가 그걸 간파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어른이 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깨닫길, 내가 노력하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야말로 자만이었어요.

마음과 마음을 많이 나누는 것이 좋냐 나쁘냐는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관계에서의 차선책은 누군가가 보여준 마음의 일부를 있는 그대로 쓰다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가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은 저도 굉장히 못 하는 일이라 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Q. '자기한테 있는 균열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국엔 다른 사람의 균열까지 증오하게 되는 것 같아', '더 큰 슬픔이 눈앞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나는 잠깐이나마 차분해지고 무거운 책임감에 사로잡혀서 내 슬픔이 중화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이런 대사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썩핑법>에는 작가님의 조예와 깊은 성찰과 올바른 삶의 태도가 느껴지는 문장이 정말 정말 많은데요. (그래서 사랑합니다💜) 그중에서 작가님 마음에 저장되어 있는 최애 대사는 무엇인가요?

A. 대사를 쓸 때는 일부러 많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하듯이 쓰려고 합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사족은 길어지고 정말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걸 연재 중반에 절실하게 느꼈어요. 캐릭터에게 깊이 공감하는 편이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도 캐릭터의 상황이 잘 반영된 것 같은 내레이션은 34화의 '이도 저도 아닌 반죽처럼 된 존재'예요. 대학에 들어가면 쿠키든 빵이든 뭐라도 될 줄 알았던 제 마음을 투영하는 대사이기도 하거든요.

Q. 처음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본편 마지막 화'라는 회차를 말이죠. 😭 금주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짧게 끝나서 아쉽지만… 외전은 지유의 이야기로 진행될 것 같은데요! 외전 (무료 분) 공개 전, 감상 포인트를 짚어 주세요. 회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는지도 살짝 알려 주시면 마음의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 외전은 본편의 딱! 절반 분량인 20화 정도로 염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지만 특별편까지 합해서 70화는 넘지 않도록 조절하려고 해요. 본편이 신입생들의 내 편 찾기 여정이었다면 외전은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의 자아 찾기 여정입니다. 본편보다 더 찝찝한 에피소드들이 많을 수도 있지만 모쪼록 재밌게 즐겨주세요.



[Outro]

Q.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썩핑법>을 포함한 작가님의 모든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단 하나의 가치가 있다면?

A.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라 하기엔 애매하지만 되도록이면 만화에 자주 넣고자 하는 메시지는 '구한다는 것'입니다. 데뷔작인 <S탐정 앙드레>는 내가 나를 구하는 이야기, <썩핑법>은 다양한 관계가 나를 구하는 이야기예요.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날 구해줄 수 있는 건 많으니까 불안해하지 말자!' 늘 자기 세뇌 중이랍니다.


Q. '2024년에 이것만큼은 꼭 하겠다!'는 작가님의 계획은? 웹툰 작가로서의 최종 목표는?

A. 우선 <썩핑법>을 무사히 완결 짓고 싶어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내놓고 독자님들의 반응을 겸허히 기다리려고 합니다. 차기작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단편을 기획 중에 있으니 느리더라도 준비한 이야기들은 모두 풀어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 외의 목표는 아주 먼 나라로 해외여행을 가는 거예요. 근 10년 동안 동아시아 밖으로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이제는 진짜 20시간의 시차를 느끼러 가고 싶어요. 정말로!

웹툰 작가로서의 최종 목표는 그리고자 하는 모든 작품을 완주하는 거예요. 작품 하나를 무사히 완결 짓기 위해선 아주 많은 것들이 필요하거든요. 건강한 몸, 시간, 적당한 수면, 맛있는 음식,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 기타 가지가지 등등…. 그리고 싶은 작품들을 모두 그렸다는 건 그 긴 시간 동안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니 그만하면 제 삶은 충만하고 충분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인사나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에게 있어 만화는 살풀이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과 과거에 대한 미련, 앞날의 불안 등을 한데 넣어 잘게 다지고 독자님들이 편히 드실 수 있는 요리의 형태로 내놓는 과정이에요. 제 안의 트라우마와 상처들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저는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치료받으면서 사랑도 받을 수 있다니, 적어도 저에게 만화가는 최고의 직업입니다. 앞으로도 이 생각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작가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9
<세화, 가는 길> 한혜연 작가 인터뷰
홍초롱 기자 | 2024-11-3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8
<타치바나 백작> 활기 작가 인터뷰
홍초롱 기자 | 2024-11-16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7
<3x3!> 만능유자차 작가 인터뷰
홍초롱 기자 | 2024-11-02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6
<나의 신은 욕망꾸러기> 서아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10-05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5
<마법사랑해> 명랑 & 청설모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9-21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4
<강아지는 멍멍하고 짖지 않아!> 얄라리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8-31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3
<같은 학교 친구> 유유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8-24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2
<일립예고 학생들> 백본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8-1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1
<내곁엔 없을까> 쑤녕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7-2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20
<용한소녀> 올소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7-13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19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EDDiERiNG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6-22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18
<황제사냥> KAN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6-15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17
<상수리나무 아래> P & 서말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6-01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16
<드래곤의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뉴라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5-25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215
<장미같은 소리> 혜진양 & 듀영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5-04
2023 신진 스토리 작가 인터뷰 #6
<굿바이, 모래> 이예, 종탱이 작가 & <수상한 시터> 슈펜, 하이볼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5-01
2023 신진 스토리 작가 인터뷰 #5
<K로운 생활> 슈펜, 전분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5-01
2023 신진 스토리 작가 인터뷰 #4
<조선 인플루언서> SUN, 주홍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5-01
2023 신진 스토리 작가 인터뷰 #3
<예비 신랑은 로봇입니다> 미카루, 뜸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4-30
2023 신진 스토리 작가 인터뷰 #2
<AI 중전> 이예, 240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