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웹툰을 말하다 2 - '명탐정 포우' 고동동

스튜디오농담 | 2015-11-11 11:24

 

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2

 

[명탐정 포우]

고동동ㅣ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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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Q. 만화와 회화 사이

A. 만화에 대한 관심은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많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미술반을 하면서 회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회화라는 것이 참 멋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입시도 해야 해서) 열심히 회화를 했는데 한 사생대회에서 1등을 한 덕분에 특별전형으로 미술교육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교 1년 동안 회화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군대에 가게 됐는데 군대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회화라는 것과 좋아하는 만화, 이 두 개를 합쳐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펜으로만 그리는 만화가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회화라는 것을 접목해 만화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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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양한 배움의 여정 

A. 그래서 제대를 하자마자 우리만화연대 (이하 우만연) 에서 1년 동안 만화 교육을 받았다. 당시 우만연 교육과정은 참 좋았고 거기서 만화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때 거기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회화적 감성은 좋은데 시나리오가 별로다, 그림이 너무 사진 같다 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지 그 교육이 끝나자마자 만든 작품이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극화 부분에 당선이 됐다. 그 때 상금이 천만 원이었는데 그걸 받고 나니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복학을 미루고 (나중에 결국 자퇴했다.) 내 취약한 점을 보완하고자 해부학 공부를 3년 동안 사법고시 공부하듯이 독학으로 공부했다. 책의 한 페이지를 공부하면 그걸 외워서 안 보고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복기하면서 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료를 안 보고 그리려 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만화라는 작업은 한편의 작품을 해야지 전체적인 흐름도 보게 되면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거지 해부학만 공부한다고 원하는 인물들을 바로바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은 지금도 후배 작가들에게 가끔 해주는 말이다. 아 물론, 3년 동안 고시생처럼 살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젊었을 때니까 놀기도 많이 놀고 또 방황도 많이 했다.


시나리오는 심산 스쿨이라는 영화 시나리오 전문학교에서 배웠다. 심산스쿨에서 썼던 시나리오를 가지고 2008년도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지원한 작품이 지옥철이다. (당시 제목은 스나이퍼 잭이었다) 거기서 운 좋게도 프랑스 출판사와 선이 닿게 되어 프랑스 출판의 기회를 얻었다. 당시 애니메이션센터 시스템이 선발된 작품을 1년 동안 개발해서 마지막 완성본을 내는 시스템이었는데, 문제는 내가 당시 허파에 바람이 조금 들어갔을 때라는 것이다. 나는 이게 내가 평소에 꿈꿨던 예술 작품을 해 볼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한 페이지 완성하는 데 3일이 걸리든 4일이 걸리든 지독하게 팠다. (지옥철 초반의 뛰어난 퀄러티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최종 심사에서 페이지 미달로 탈락했다. 심지어 그쪽에서 3달간의 시간을 더 준다고 했는데도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 한마디로 철이 좀 없었던 시절이었다. 결국, 당시 받았던 지원금도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했는데, 지원금은 이미 다 써버려서 결국 부모님께 빌려서 돈을 갚았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좀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가? 내가 하려는 게 과연 이런 건가?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Q. 해외출판 하지만 현실은

A. 그 뒤 내 작품에 호의를 보였던 프랑스의 카나 출판사에 다시 연락했다. 당시 프랑스 출판계가 한국 만화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유럽 만화에는 예술 만화라는 게 있으니까, 그쪽이 잘 될 것 같았다. 출판사에 이런저런 제의를 했더니 그쪽에서 시나리오 작가를 붙여줘서 작업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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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활적인 부분은 여전히 힘들었고 결혼도 해야 할 상황이어서 학습만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런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출판사 연락처를 알아내서, 포트폴리오를 들고 그냥 무작정 찾아다녔다. 이렇게 해서 그림동화, 책 삽화, 학습만화 작업 등을 했다. 하지만 이 시절도 아직 고퀄병이 있어서 (지금도 물론 남아있다.) 학습만화도 작품으로 승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작품을 팠다. 그러다 보니 또 마감을 엄청나게 어겼다.

 

Q. 독특한 웹툰 데뷔 

A. 유럽에서 내 책이 나오긴 했지만 (한국엔) 내 독자가 없었다. 과연 내가 만화가가 맞나, 생각이 들었다. 마침 웹툰이 점점 주목 받고 있는 시점이었고, 또 열심히 만든 지옥철이란 작품을 썩힐 수도 없었고, 제일 중요한 건 독자를 만날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웹툰을 하려고 결심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인맥도 없고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다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과거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출판사를 돌아다닌 것처럼. 그렇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가 프랑스에서 책을 난 만화가다. 웹툰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 라고 했는데 다행히 상담사분께서 (웃으시긴 했지만) 진정성을 느끼셨는지 다음 만화속세상 피디로 연결해줬고, 다음 피디로부터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내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서 보냈더니 반응이 왔다. 그래서, 지옥철을 웹툰으로 편집해서 그 작품을 가지고 피디를 만났고, 그렇게 2011년 지옥철로 웹툰 데뷔를 하게 됐다. (참고로 최근 담당 피디에게 들은 바로는 요즘은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와도 잘 안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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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걸 가지고 이야기를 쓰는데, 나는 엔딩이 먼저 잡혀야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엔딩이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명탐정 포우의 경우 고양이가 인간사를 해결하다가 고양이 왕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내자, 라고 정하고 이야기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스토리는 처음엔 A4용지에 그냥 두서없이 쓴다. 그렇게 두서없이 쓴 이야기를 씬 리스트를 짜면서 컴퓨터로 정리한다. 이걸 출력해서 보면서 수정 및 편집을 한다. 이렇게 씬 리스트가 완성되면 그걸 가지고 시나리오를 작업한다. 시나리오는 소설체 느낌으로 쓰는데 챕터를 나눠서 약 10~15 챕터 정도로 시나리오를 쓴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피디한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시나리오를 완결 짓는다. 그렇게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콘티를 짠다. 연재는 4~5화 분량 콘티를 짠 상태에서 시작한다. 콘티는 바로 바로 작업하고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편이다. 콘티 짤 때 말 풍선 위치나 크기, 의성어, 대사 위치 등이 중요하다. 나중에 출판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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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가 나오면 자료조사를 한다.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스케치를 한다. 스케치가 끝나면 채색하고 스캔해서 웹툰용으로 편집을 한다. 디지털 작업은 포토샵으로 편집, 대사 작업이 전부다. 


시즌 1에서는 채색 어시가 있고, 시즌 2에서는 모든 것을 나 혼자 했다. 시즌 3를 하는 현재는 아내인 박정아 작가가 채색을 담당하고 편집 어시를 두고 있다. 내가 스케치를 끝내면 박정아 작가에게 넘긴다. 그러면 박정아 작가가 채색을 완료해서 다시 나에게 넘어오면 내가 마무리를 하고 편집 어시에게 넘긴다. 그러면 편집 어시가 스캔을 하고 웹툰용으로 편집을 한다. 마지막으로 나와 어시가 함께 식자 작업을 하면 완성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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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케치와 채색 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은 어떤 제품을 쓰는가?

A. 물감은 홀베인을 쓰고 붓은 바바라, 종이는 아르쉬지를 쓴다.

디지털보다 재료비가 들긴 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그 중 종이 값이 제일 많이 든다.

(고동동 작가의 창작 도구 및 과정은 지옥철과 명탐정 포우 중간 중간 소개를 많이 해오고 있다.) 

 

 

 

명탐정 포우 시즌3 채색 동영상

 

 

Q. 작품이 잘 안 풀릴 때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A. 나는 정확하게 매주 해야 할 분량이 있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그냥 그린다. 난 작업 속도가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니까 마감을 지키려면 그냥 그리는 수밖에 없다. 마감하는 날만이 유일하게 쉬는 날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술을 마신다.

 

Q. 회화 스타일의 수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고수할 생각인가? 컴퓨터 작업으로 전환할 생각은 없나?
A. 작가 생활을 하면서 화두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나에겐 수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사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에 대한 가치판단조차 현재로선 없지만 일단은 계속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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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끝에 보면 작품과 상관없는 이야기들,  작업 방식 소개나 특히 사회 이슈에 대한 이야기 등을 보여준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A. 지옥철 때 독자들이 내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많이들 궁금해하셔서 팬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하다가 독자들이 작품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 뒤로 틈날 때마다 넣고 있다. (웃음) 처음 연재 당시 만화계에 웹툰의 청소년 유해물 지정 이슈가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만화가들이 “no cut”을 주제로 만화를 많이 올리던 때였다. 그래서 나도 동참하게 됐는데, 한번 해보니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웹툰은 이런 거 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 걸고 작품이 나가는 이 공간은 내공간이니까, 내가 요즘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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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포우 시즌 3  3화 끝부분.

 


Q. 수작업은 나중에 뭔가를 수정하고 싶을 때 힘들지 않나? 
A. 대부분의 것들은 시나리오 때 다 잡아두는 편이다. 그리고 콘티를 거쳐 스케치 과정까지는 수정을 계속한다. 하지만 그 뒤로는 할 수 없다. 내 작업은 스케치가 끝나는 순간 완성된다는 느낌의 시스템이다. 웹툰의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독자들의 반응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하는 명탐정 포우 같은 작품은 논리구조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더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웹툰으로 변화할 때 추가할 컷이 생기면 추가 컷을 따로 작업하기도 한다.

 

 

 

 

 

Q. 연재 중인 요즘 일주일 일과는 보통 어떤가?
A. 목요일 연재일은 일어나서 커피숍에 가서 콘티를 짠다. 이게 보통 3~4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와이프와 홍대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신다. 다음날은 이번 화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스케치를 한다. 연출 수정도 하고. 이게 보통 하루에 2페이지, 한 화에 평균 8페이지 정도 작업한다. 스케치가 어느 정도 쌓이면 채색으로 넘기고, 편집하고 올리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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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품에 관하여

 

Q. 명탐정 포우 최초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A. 지옥철 연재 후반 즈음, 아내와 당시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하던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때 말하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고양이가 인간사를 간섭도 하고, 해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탐정이 알맞을 것 같았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자 뭔가 확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날 마침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바로 노트북을 꺼내 글을 써내려 갔다. 그때 10 여분 만에 쓴 게 명탐정 포우 시즌1의 프롤로그 편이다.

 

Poe는 에드거 앨런 포우에서 따왔고 시즌1 초반, 벽에 여자를 숨기는 설정도 포우의 작품과 똑같은 설정이다. 오마주인가?
에드거 앨런 포우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염세적이고, 어둡고, 뭔가 인간의 광기가 느껴지는 그런 독특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탐정물을 찾아보게 된 것도 그의 작품이 탐정물의 시초란 것을 알고 찾아본 것이다. 

 

Q. 만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실제 배우를 닮았다.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하게 됐나? 
A. 예전 내가 해부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시절, 내 그림을 정말 디테일하게 작업하고 싶었다. 표정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 옛날 회화들 보면 어떤 상황의 재현에 있어서 해부학적으로나 엄청나게 신경을 쓴 게 보이지 않는가? 그런 욕심이 있는데 해부학 공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 배우들의) 자료를 보면서 작업을 많이 했다. 또 시나리오를 쓸 때 (내가 자료를 참고했던) 이 배우의 느낌을 생각하면서 썼는데, 그게 맞물려서 결과물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앞으로 다음 작품에도 이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Q. 분량이 많을 때는 꽤 많다. 매 화 분량 조절은 어떻게 하나?
A. 그 회 안에 들어가야 할 이야기, 어떻게 끝내는가, 등을 고려한다. 특히 엔딩에 따라 독자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도 시즌 1때는 대략 10페이지에 맞추려 노력했다.

 

Q. (특히 시즌1에서) 중요한 스토리 진행 중간 중간 유머 코드를 잘 넣는다. 처음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고려하는가, 아니면 콘티 하면서 떠오르는 건가?
A. 시나리오 때 이미 다 잡고 간다. 콘티 짜면서 추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나리오 단계에서 한다. 크게 개그 욕심도 없고 내 개그가 뛰어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런 거를 넣어야 할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머리를 쥐어짜서 유머 코드를 넣는다.

 

Q. 워낙 극화체에다 다른 것들 모두 현실적인데 고양이 캐릭터만 판타지 느낌이다. 작품 톤이 살짝 튈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 했는가? 
A.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담당 피디에게 보여줬더니 처음에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너무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적 그림에 판타지 요소가 있고, 또 초반에는 법정물적인 요소가 훨씬 많았다. 거기에 탐정물 요소까지 있으니 독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탐정에 초점을 뒀고, (고양이가 아닌) 인간 상태의 포우가 최대한 많이 나오는 쪽으로 수정했다.

 

Q. 작품을 보면 자료조사를 엄청나게 한 게 보인다. 어떻게 하나?
A. 시나리오 단계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다. 일단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지옥철 때는 퇴마사 관련 책도 많이 봤고 또 지하철 기관사들이 보는 지침서 등을 보면서 공부하기도 했다. 포우도 관련 책을 많이 봤다. 또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아 변호사, 형사 등 인터뷰도 했다. (시즌 1의) 법정 대사는 같이 아이디어를 냈던 시나리오 작가가 법대 출신이라 많이 도움을 받았다. 법정 관련 그림은 관련 영화를 많이 보면서 앵글이나 디테일 등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사실 부천 법원을 실제로 가봤는데 오히려 너무 일반 회사 같더라. 

 

Q. 사회적 메세지를 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날리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A. 그렇게 보였다면 사실 작가로서 안 좋은 버릇인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넣은 거니까. 그런데 작품을 하다 보면 욕심나는 컷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어보자 라는 느낌.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면서 평소에 느꼈던 것들, 이런 건 작품에 한번 넣어보고 싶은데 라고 생각했던 것들 것 작품에 반영이 된다. 이 얘길 꼭 해야지, 라기보다는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작품에 녹아드는 것 같다. 

 

Q.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많이 달라졌다. 1이 사회적 이슈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면 2는 조금 더 인간관계의 양면성 같은 내적 드라마에 더 신경을 쓴 느낌이다. 1에서 간간히 보였던 개그도 2에서는 많이 줄었다. 시즌 별로 컨셉을 명확하게 잡고 시작하는가?
A. 시즌1에 지옥철을 끝내고 다음 작품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모두 다 들어갔다. 매력적인 고양이 캐릭터들, 건달, 파수꾼 등등. 지옥철 후반부 작업 하면서 잃어버렸던 재미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개그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2는 당시 내가 몰입했던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썼다. 개인적으로 시즌 2의 사라 같은 사례를 실제로 보게 되면서 충격을 받고 꼭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거기에 몰입했다.

 

Q. 본인이 베스트 컷으로 뽑은 시즌 1-10화의 퍼즐 조각 맞추는 연출은 어떻게 떠올랐나? 
A. 탐정 관련 관련 책을 보니 퍼즐 맞추는 과정인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작업하면서 그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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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스테리나 탐정물 특성상 반전이 많이 나오는데 (반전이나 결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작품을 시작하는 편인가?

A. 우선 시나리오를 주변에 최대한 보여주고 검증을 받는다. 또 나는 장면에 더 몰입하는데, 시즌 2에서 사라와 보라가 마주 보는 장면을 예를 들면, 머리 속에 그 장면이 먼저 떠올랐고, 그것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이걸 꼭 표현하고 싶었다. 이게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 영감이 강하면, 독자들이 이건 절대 모르겠지 라기보다는 이거는 해야 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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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가 출판, 텀블러 제작 등 부가사업도 직접 하고 있다. 
A. 출판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해주지 않아서 (웃음). 출판을 생각해보니까 이런 거, 이런 거만 하면 내가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냥 부딪혀 본 거다. (자가 출판에 관한 이야기는 명탐정 포우 시즌 1 후기 편에 자세히 나와 있다.) 텀블러는 전시회 할 때 지원금으로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했다. 내가 직접 포장해서 택배까지 직접 하니까 시간과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니다.

 

명탐정 포우 시즌 1 후기 보러가기

 

 

Q. 차기 작품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A. 지하철 이야기를 준비중이다. 오래 전에 술을 마시고 아침 첫차를 탄 적이 있는데, 그 때가 마침 대구 지하철 참사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그 때 내가 타고 있는 이 지하철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다. 여기에 또 내가 하고 싶었던 주제가 결합되었는데, 다양한 인간 군상이 한 곳에 모였을때 어떻게 드러나는가, 라는 부분이다. 그 다음엔 이런 캐릭터,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하나씩 만들었고, 이렇게 원하는 캐릭터가 채워진 상태에서, 그 안에서 어떤 장치를 하나 던져주면 어떻게 캐릭터들이 움직이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가제는 '피리부는 남자' 인데, 좀 더 추가하자면, 이 지하철 테러가 바로 이 피리부는 남자의 의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피리부는 남자는 동화 속에서 모티브를 따온 인물로 세상의 대한 복수로 지하철을 납치하고, 가스 테러를 감행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구체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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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동동 작가의 추천 웹툰

 

1. 이끼 [윤태호ㅣ다음]

정말 최고였다. 단지 작품의 재미만이 아닌 작가로서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은걸 생각하게 해준 웹툰이다. 사실 웹툰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닌데, 처음으로 그림 외적인 것들이 보인 작품이다. 연출, 상황, 스토리 등등. 특히 내 작품도 스릴러라 이끼를 보면서 컷 연출 등도 많이 보게 됐다.

 

2. 검둥이 이야기 [윤필ㅣ다음]

윤필 작가의 작품은 가식적이지 않은 감동이 있다. 만화적 장치와 기법들이 만들어 내는 게 아닌 가슴 속 깊은 곳을 파고드는 강렬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윤필 작가의 간결한 터치가 강한 여운을 주는데 한 몫 하는 것 같다. 

 

3. 바람의 색 [임광묵ㅣ네이버]

 

4. 크리슈나 [임석남ㅣ레진]

너무 좋아하는 그림이다. 그림에 빠져 사는 독자의 입장에서 정말 사랑하는 그림들을 그리신다.

 

Q. 인생 작품이나 멘토가 있는가?

A.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좋아한다 방황하던 대학 시절, 싱클레어의 순수함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 같았다. 데미안의 카리스마가 아닌 싱클레어의 미숙함과 그로 인해 따라오는 성장통은 나를 돌아보고 견뎌내게 해주었다. 좀 더 실력을 쌓아서 꼭 만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또한, 인생의 멘토로 김형배 작가를 존경한다. 작품을 만드는 존재로의 작가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작가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해주시는 분이다. 엉덩이 힘으로 자리에 딱 달라붙어 그리는 게 아닌 세상으로 들어가 다양함과 부딪치고 호흡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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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ZZING [@ZZING36]

인터뷰, 정리

황선태 [scarbo19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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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웹툰을 말하다 2 - '명탐정 포우' 고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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